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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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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공지능과 문학의 불편한 이해- 서형국(시인)

  • 기사입력 : 2023-03-02 19: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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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물가는 오르고 서민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기사를 읽는다. 이에 외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된장, 고추장, 식용유같이 필수 공산품 가격은 30% 넘게 올랐고 난방유 가격 급등으로 하우스 농산품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다. 감정노동을 회피하는 사람들도 늘어 직원을 구하지 못하는 업주들은 울상을 짓는다. 초기 창업부터 아예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식당들이 늘어가고 있다.

    겨울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도 줄어 이웃이나 친정에 일손을 보태러 가는 풍습도 사라지는 추세다. 나는 식당을 운영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김치만큼은 어머니 손맛에 길들여져 좀처럼 남의 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없었다. 밥상을 차려놓으면 겨우 젓가락 서너 번밖에 가지 않는 김치지만 눈앞에 없으면 허전한 것이 한국인의 밥상 아니겠는가. 이런 내가 시골로 이사하고 가벼운 지갑 사정으로 읍내의 백반집을 찾았던 적이 있는데 단돈 6000원짜리 김치찌개에 반해 단골이 된 사건이 있었다.

    테이블 네 개의 작고 허름한 백반집에서 제대로 된 김치찌개 맛을 본 어느 날 나는 내가 쓴 시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 적 있다. 김치찌개에서 본연의 깊은 맛을 느꼈고 주재료인 김치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한동안 글쓰기를 멈추었던 기억이다.

    김치찌개는 김치가 맛을 좌우한다. 김치가 맛이 젬병인데 어떤 조미료를 가미한다고 찌개 맛이 좋아지겠는가. 너무도 당연해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여기서 언급된 김치는 곧 마음이다.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진 세대들조차 그 식당 조미료가 일품이라고 소문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시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고, 그 어떤 비유도 깊은 사유를 치장하는 장신구에 불과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후 나는 오랜 시간 모든 난잡한 비유에서 멀어진 채 활자를 잃어버린 이방인처럼 살았었다.

    불과 2년 전 변두리에서 시 창작에 골몰하는 문인들과 공저를 펴낸 적 있다. 거기에 실린 내 산문엔 인공지능이 시를 쓰는 시대가 올 것을 염두에 두고 경계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전 ChatGPT가 시를 쓴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ChatGPT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말한다. 실제 단어 몇 개만 주입하면 시 한 편이 튀어나오는 세상이 왔고, 반대로 그 시를 사람이 썼다 생각해도 꽤 수준 높은 문장들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인류는 적응이라는 말을 빌미로 지구상의 모든 종족을 사람 중심으로 길들여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감성을 전달하는 예술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에게 의지한다면 인간은 그저 스스로가 만든 기계에 길들여진 포유류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편리를 위해 적응을 하고 적응이 또 다른 편리를 창조하는 사회 악순환 현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으로 임재정 시인의 말을 옮겨 본다.

    꽃으로 시를 쓴다고 치자. 시가 사진을 이기려면 꽃이 당신의 내면을 거쳐야 한다. 당신의 내면을 거치면서 꽃은 불온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시의 첫 줄은 겨우 그어진다.

    AI의 내면은 인간의 영역일까.

    서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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