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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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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K에게-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 기사입력 : 2023-03-06 19: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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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더구나 그 어렵다는 ‘현역 합격’을 하게 되어 그 기쁨이 더욱 클 것이네. 이제 자네와 나는 가르치는 일의 동업자가 된 것이네. 환영하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번에 합격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의 노력과 아쉬움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할 수 있길 바라네.

    자네를 특별히 기억하게 된 계기는 모둠별 발표 수업이었어. 수업을 마친 후 질문 시간에 노트북을 들고서 앞으로 나와 다소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 자네가 인상적이었어. 간단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기뻐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지. 자네의 다양한 질문은 이후 다른 과목의 수업에서도 지속되었고 혹시나 질문이 없을 때는 오히려 궁금해지기까지 했지. 그리고 자네의 합격은 이러한 질문 습관이 도움이 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일방적인 대학‘강의’를 벗어나 학생과 교감하는 대학‘수업’을 발제 수업의 형태로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네. 학기 초에 이런 수업계획을 발표했을 때 당혹해하던 자네 선배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답사에서의 기억도 있네. 같이 모여 스스로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고 조율하며 발표하게 되는 발제 수업은 자네의 후배들에게도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지. 같은 모둠에 속하게 된 학우들과의 역할 분담과 의견 조율 등 하나하나가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지.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발제 수업’이 힘들지만 도전할 만하다고 후배에게 수강을 권하는 수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이네. 이렇게 해서 수업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교수’의 장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서로 교류하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적 소신을 같이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네. 그간 담당 교수의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고 함께해준 자네의 선배와 동료들에게 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네.

    얼마 전 서울지역에서 임용고사에 합격한 예비 초등교사 전원이 이번 학기에 발령받지 못한다는 뉴스를 접했네. 지역에 따라 혹은 초등과 중등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앞으로 미발령자는 물론 교사 모집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네. 잘 알듯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지, 인구 변동의 영향은 조금씩 밀려오기보다는 ‘엄습’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수도권에서보다 경남과 같은 지역의 교육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네.

    사범대학 본부가 있는 건물에 걸린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원의 낡은 현판을 바꾸어 보려다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네. 교사들의 다교과 역량과 미래교육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고민 중인 교육전문대학으로의 제도 전환이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네. 기대컨대 충분히 연구하고 논의하여 현재의 교사 양성 기관들이 현실적으로 큰 갈등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제도 방안들이 나왔으면 하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학교는 줄고 필요한 교사 인력에 대한 감축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네. 한 교사가 자신의 전공은 물론 타 교과를 담당하게 되는 다교과 담당 교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네. 2025년에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도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사 자원의 확보와 평가 방식 등이 결정되지 못한 것 같네. 이와 연동된 2028년의 대학입시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정착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자네가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이제껏 그랬듯이 스스로 질문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학생들의 성장을 마음의 중심에 둔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해 보네.

    김경모(경상국립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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