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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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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72) 노당익장(老當益壯)

- 늙을수록 마땅히 더욱 씩씩해야 한다

  • 기사입력 : 2023-03-21 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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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나이든 사람에게 무슨 일을 해 보라 하면 “내가 이 나이에 해서 무엇 하겠어요?”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한문을 공부해 보라고 하면 잊어버릴 것부터 먼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말하는 ‘몸이 늙기 전에 마음이 먼저 늙어 버린 것’이다.

    후한(後漢) 초기에 마원(馬援)이란 장수가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늘 “대장부는 뜻을 갖기를 곤궁해도 마땅히 더욱 굳세어야 하고 늙어도 마땅히 더욱 씩씩하게 해야 한다(丈夫爲志, 窮當益堅, 老當益壯)”고 했다.

    흔히 사람은 곤궁하면 뜻이 더욱 약해지고 늙으면 더욱 병약해진다. 그러나 마원은 정반대로 말했고 그의 일생은 그의 말처럼 늙어갈수록 더욱 좋아졌다. 사람의 일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 된다.

    마원은 문무를 다 익혔으나 별 하는 일 없이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 뒤 마원은 부풍군(扶風郡) 독우(督郵)라는 낮은 벼슬에 임명되었는데 죄수를 압송하는 일을 맡았다. 압송하는 도중에 죄수들이 고통에 못 이겨 울부짖는 것을 보고 동정심이 발동하여 모두 풀어주어 제 살 길을 찾아가도록 했다. 자신도 벼슬을 버리고 북쪽으로 도망가 숨어 지냈다. 숨어 지내면서 소, 말, 양, 가축을 잘 길러 수천 마리에 이르렀다. 부유해지자 주변 사람들에게 재물을 베풀어 주었다. 자기는 여전히 근검한 생활을 했다.

    당시 외척 왕망(王莽)이 한(漢)나라를 멸망시키고 신(新)나라를 세웠는데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나 한나라를 다시 세우려고 했다. 마원은 후한(後漢)을 중흥한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를 만나게 되었다. 그를 도와 후한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워 복파장군(伏波將軍)에 임명되었다. 그 뒤 동정호(洞庭湖) 일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광무제가 군대를 파견하여 토벌하려했으나 전멸하였다. 이에 마원이 출정을 자원했다.

    광무제는 그가 너무 늙었으므로 말렸다. “비록 예순두 살이나, 갑옷을 입고 말도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는 말에 날쌔게 뛰어올랐다. 보란듯이 반란을 시원하게 평정하고 돌아왔다. 그 뒤 북쪽 흉노(匈奴) 토벌에도 큰 공을 세웠다.

    그 뒤 그의 딸이 황후가 되었다. 정사에 개입하지 않고 검소하게 산 모범적인 황후였다. 마원의 ‘노당익장’의 말이, 그의 생애를 점점 발전하게 해 주었다.

    최근 말레이시아 국적의 양자경(楊紫瓊)이 62세 나이로 제95회 아카데미상 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최초다. 62세는 배우로 활동하기도 어려운 나이다. 마침 마원과 나이가 꼭 같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 못 하게 하세요”라 했다. 그는 이 상을 40년 기다렸다고 했다.

    그녀와 같이 홍콩에서 이름을 날리던 여배우들은 지금 흔적 없이 사라졌다. “늙을수록 당연히 더욱 씩씩해야 한다”란 말을 양자경이 21세기에 다시 증명해 주었다.

    *老 : 늙을 로. * 當 : 마땅 당.

    * 益 : 더욱 익. * 壯 : 씩씩할 장.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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