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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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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랑, 내디딤’- 이승석(범숙학교장)

  • 기사입력 : 2023-03-21 19: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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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조차 매섭던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게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햇살도 풍성해졌다.

    천방지축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며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지만 내면은 다르다. 어른에게 없는 풍부한 감수성과 참신함이 있다. 맞춤법, 띄어쓰기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의 짧은 글이지만 그 짧은 글에 50여 년의 나의 인생사보다 더 많은 것이 녹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숨기고 싶어 저 깊숙이 넣어둔 글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문장에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과 한이 담겨 있다. 또 아이들 글에 귀 기울이다 보면 글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꿈이 있고 울림이 있다.

    벚꽃 피는 요즘 곳곳에서 백일장이 많이 개최되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도 공모전 참여에 분주하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교실에서는 글 쓰는 아이들, 북카페에서는 책을 읽는 아이들, 교무실에서는 자신이 쓴 글을 선생님들에게 보여주며 사랑을 배우는 아이들. 그렇다. 우리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사랑을 배우는 시간인 것이다. 사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덥거나 추워도, 동물이나 사람이나 식물이나 누구에게나 온다. 이성적인 사랑도,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누구나 사랑은 할 수 있다.

    사랑에는 걸림돌이 없다. ‘사랑’ 그 달콤함은 누구나 가질 수도, 느낄 수도 있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함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받은 사랑으로 사랑을 배워 내가 배운 사랑을 누군가에게 가르쳐 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학교 앞마당 개나리가 만개한 저 꽃밭과 같지 않을까? ‘사랑’은 상처, 미움, 외로움, 그 어떤 소음도 덮어 버리는 북소리처럼 무엇이든 덮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는 사랑을 배우는 첫 발걸음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한 유명한 시인의 시 구절처럼 바람이 불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흔들릴지라도 꺾이지 않고 흔들리며 피는 꽃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활짝 핀 하나의 꽃이 되어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승석(범숙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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