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6)

- 쓰다, 달다, 바늘, 저울눈, 가만히, 지렛대

  • 기사입력 : 2023-03-22 08:08:51
  •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58쪽부터 5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8쪽 첫째 줄에 ‘저울을 쓸 때에는’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사용(使用)’이라는 말을 넣어 ‘저울을 사용할 때에는’이 아니고 ‘저울을 쓸 때에는’이라고 해서 참 쉽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줄부터 넷째 줄에 걸쳐 ‘무게를 달기 전에 바늘이 저울눈 0에 닿아 있는가 어떤가를 조사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전’과 ‘조사’를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게’라는 말과 짝을 이루는 ‘달다’는 토박이말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책에 보면 ‘무게’를 ‘측정(測定)하다’는 말을 쓰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울에 달린 ‘바늘’이라는 말도 ‘침(針)’이 아니라서 반가웠습니다. 이어서 나온 ‘저울눈’은 ‘저울에 새긴 눈금’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그 뒤에 있는 ‘닿아 있는가 어떤가’도 아이들이 알기 쉽게 풀어 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섯째 줄과 여섯째 줄에 있는 ‘무게를 아는 물건으로서 이 저울눈을 바로 잡아 가지고 쓸 것’, 그다음 줄의 ‘저울에 물건을 가만히 걸 것’, 그다음에 있는 ‘너무 무거운 물건을 달지 말 것’, 열째 줄에 있는 ‘물건을 천천히 잡아당길 것’에서 ‘물건’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더 반가웠습니다. ‘가만히 걸 것’에서 ‘가만히’라는 말을 쓴 것이 좀 남달라 보였습니다. 요즘 책이었다면 ‘천천히’ 또는 ‘조심해서’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밑에서 둘째 줄과 마지막 줄에 걸쳐 있는 ‘저울눈을 읽어서 적을 것’에서 ‘적을’을 쓴 것도 좋았습니다. 요즘 많은 곳에서 ‘기록(記錄)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적다’는 쉬운 토박이말을 썼기 때문입니다.

    59쪽 둘째 줄에 있는 ‘끌리는 힘’도 쉽게 풀어 쓴 말이라서 좋았습니다. 넷째 줄에 있는 ‘그림표’라는 말은 앞서 ‘그래프(graph)’를 다듬은 말이라는 것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섯째 줄과 여섯째 줄에 걸쳐 ‘무거운 레에루를 드는 데 지렛대를 쓰는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레에루’는 ‘레일(rail)’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고 ‘지렛대’는 ‘무거운 몬(물건)을 움직이는 데 쓰는 막대기’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그리고 ‘쓰는 것’이라는 말도 ‘이용(利用)하는 것’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다음 두 줄에 걸쳐 있는 “또 집에서도 큰 돌을 움직이는 데 이 지렛대를 쓰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는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문장)이라서 더 좋았습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지렛대를 쓰면 얼마나 큰 힘이 나는가’도 쉽게 풀어 쓴 거라 좋았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에는 굳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쉬운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