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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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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정기가 서려 있는 관가정과 서백당

  • 기사입력 : 2023-03-24 08: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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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재 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안동 하회마을이 휘돌아가는 강물의 힘을 받은 강마을이라면 경주 양동마을은 튼실한 산이 받쳐주는 산마을이다. 하회가 풍산유씨들의 집성마을이라면 양동은 월성손씨와 여강이씨 두 씨족이 세거해온 집성촌이다.

    손씨 집안에서는 손소의 둘째 아들로 벼슬이 정2품 의정부 우참찬(3의정을 보좌하는 벼슬)을 지내고 뛰어난 학문으로 경주 동강서원(東江書院)에 배향된 우재 손중돈(1463~1529)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왔으며, 이씨 가문에서는 이번의 맏아들로 동방오현(東方五賢) 가운데 한 사람인 회재 이언적(1492~1553)이라는 뛰어난 선비가 배출됨으로써 두 집안은 양동에 확실한 주거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 양가의 후손들이 몇 개의 분파로 갈라져 대를 이으며 오늘날까지 양동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오고 있다. 한반도의 제일 어른 격인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좌우요동과 상하기복을 하면서 전진하다가 낙동정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재차 힘차게 전진한 용맥(龍脈·산줄기)이 설창산에서 기운을 모은 후 남진을 하여 최종 생기(生氣)를 응집한 곳이 양동마을이다. 양동마을의 주산(主山·뒷산)이자 진산(鎭山)은 설창산이며, 대미산에서 뻗은 용맥이 좌청룡(左靑龍·좌측산)이면서 안산(案山·앞산)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우백호(右白虎·우측산)가 약해 풍살(風煞·바람살)을 받지만, 띄엄띄엄 심겨있는 나무가 바람을 그런대로 막고 있다.

    그래도 마을 우측 부분은 높은 울타리용 수종인 주목, 향나무, 비술나무, 사철나무 등으로 센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져 기(氣)가 빠진 집이 되고, 물을 만나면 기운이 모여 기찬 집이 된다. 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정지하는데 이를 ‘기승풍즉산계수즉지(氣乘風則散界水則止)’라 한다. 형산강에 합류하는 기계천과 안계저수지에서 발원한 물이 마을의 땅심을 단단하게 하고 있다. 마을은 입구가 좁고, 안쪽이 넓은 소쿠리 형상을 하고 있어 터의 생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다. 양동마을은 능선과 골짜기가 한자의 말 물(勿)자를 거꾸로 놓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두동골, 물봉골, 안골, 장태골이라 부르는 능선 아래 네 골짜기는 땅속에 물길과 바위가 많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택이 있는 능선은 단단한 생토(生土)로 되어 있어 뛰어난 인물이 나오는데, 이를 ‘견토인강약토인유(堅土人强弱土人柔·땅이 강하면 후손이 강하고, 땅이 약하면 후손이 약하다)’에 비유한다.

    예부터 양동마을에 세 명의 걸출한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속설이 있는데, 주민들은 두 인물(손중돈, 이언적)이 나왔으므로 앞으로 한 명 더 나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설창산의 가장 튼실한 줄기 하나가 뻗어내려 생기가 모인 곳에 관가정(觀稼亭)이 있다. 손중돈이 분가하면서 지은 한옥인 관가정은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본다’는 뜻으로 누마루에서 보면 그 이름에 걸맞게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고택 언덕바지에 수령이 300년 정도 된 은행나무 한 쌍이 다정스레 서 있는데, 이것은 터가 좋음을 암시한다. 오랫동안 모진 풍파에도 노거수(老巨樹)가 굳건히 자란다는 것은 그만큼 땅기운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담장 옆에 있는 오래된 향나무는 집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으며 안산은 노적가리를 쌓아놓은 듯한 ‘노적봉(露積峯)’이다. 바위가 꽤 있는 양동마을에 노적봉이 있다는 것은 ‘학문을 갈고닦아 성공해서 부귀를 누리는 마을’임을 짐작하게 한다. ‘一’자형 사랑채는 마을 앞 안강평야와 산을 보면서 호연지기를 기르며, ‘ㅁ’자형 안채는 외부인으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하고 흉한 바람도 막기 위한 절묘한 구조이다. 그러나 솟을대문에서 안채 대문까지 곧바로 보이기 때문에 앞쪽에서 치는 흉풍과 미세먼지가 안채까지 닿으므로 안채 입구에 내외벽을 설치해 흉한 기운을 막아야 한다.

    안골의 높지막한 산중턱에 지은 서백당은 이언적이 태어난 곳으로 수령 600년 정도 된 향나무가 위세를 뽐내고, 사생활 침범을 막고 바람을 차폐하도록 헛담(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지은 담)을 갖추고 있다. 인걸은 산천이 생기롭고 모양이 좋으며 집터가 좋아야 배출됨을 알 수 있는 곳이 서백당이다.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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