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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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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서 만나는 ‘추상미술의 두 거장’

진해 흑백, 유택렬·전혁림 특별전
전통기호·정신의 융합 담은 32점 전시
두 작가의 우애·예술세계 엿볼 수 있어

  • 기사입력 : 2023-03-27 08: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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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경도 북청의 부적(유택렬)과 경남 통영의 바다(전혁림)는 어떻게 한국 추상화단을 뒤흔들었을까. 3년 만에 두 작가의 우애와 예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남 추상미술의 두 거장展-전통기호와 정신의 융합 유택렬, 전혁림’이 지난 24일부터 진해 문화공간 흑백에서 ‘군항제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중단된 지 3년 만에 다시 시민들과의 만남이다. 더욱이 이번 특별전은 이제껏 전시된 유택렬 화백의 작품과 함께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가야특수강 임호건 대표의 배려로 2인전으로 꾸려졌다.

    유택렬 作 ‘부적에서’
    유택렬 作 ‘부적에서’
    전혁림 作 ‘무제’
    전혁림 作 ‘무제’

    추상미술의 거장인 두 화가는 전혁림 화백이 유택렬 화백이 운영했던 이곳 흑백에 자주 드나들며 친하게 지낸 것은 물론 전시에서도 만나는 일이 잦았다. 같이 초대받아 전시한 일도 여럿이며 지난 1959년, 1969년에는 2인전을 따로 열어 돈독한 우정과 예술을 나누기도 했다. 유택렬이 북청농업고등학교를, 전혁림이 통영수산전문학교를 졸업한 이후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 미술에 뛰어든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나고 자란 지역의 풍토와 정서를 추상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도 유사함을 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두 작가의 작품 16점씩, 총 32점이 내걸리며 유택렬 화백은 ‘부적에서’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먹작업을, 전혁림 화백은 유화그림을 중심으로 전시된다.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김해동 교수는 “유택렬 작품의 모티브는 고향 북청에서 목격한 무속신앙의 부산물인 부적에 있다.(…)초기의 토템, 돌멘, 디아스포라적 서사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혼을 구상과 추상표현주의적으로 구현했다”며 “이후 늘 병행해오던 먹작업에 추사의 거칠고 조야한 서체의 형식구조를 차용해 자신의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혁림 화백 작품을 두고서는 “전혁림 작품의 모티브는 한국전통규방문화인 조각보와 베갯모를 비롯한 자수에 있으며, 자투리 천을 이어 붙여 만든 보자기는 화려한 색면대비로 추상적 기호를 표상하고 있다”며 “자신이 자고 나란 통영바다의 이미지를 화면에 파편화시켜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정신세계를 견인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흑백 측은 “3년 만에 돌아온 군항제에 흔치 않은 전시가 열리는 만큼 흑백의 공간과, 두 분의 작품을 많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4월 3일에는 해군OCS장교중앙회와 손잡고 음악회와 시낭송회, 흑백과 해군, 진해를 잇는 삼색토크가 있는 ‘흑백 해군 진해’를 개최한다.

    안성영 문화공간 흑백 운영협의회 회장은 “친분이 두터우셨던 두 분이 이젠 그림으로 남아 흑백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2인전을 열게된 것은 의미가 특별하다”며 “이 전시회를 통해 두 분 예술가들의 순수한 예술정신과 한국근대추상미술의 족적을 따라가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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