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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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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음악으로 행복을- 윤재환(의령예술촌장)

  • 기사입력 : 2023-03-27 19: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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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음악이 대세다. 방송국은 물론 각종 행사에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시대와 더불어 나도 음악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음치요 박치요 또 몸치다. 음악성이 전혀 없다. 그래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예체능은 완전 꽝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인생이 바뀌었다.

    음악은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악기를 다룰 수도 있고 또 들으며 감상을 할 수도 있다. 음악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함께 하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나도 음악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노래를 못하니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것이 되지 않았다. 생각을 바꾸었다. 연주용으로도 활용하지만 주로 반주용으로 더 많이 활용하는 포크기타 대신 클래식기타를 선택했다. 클래식기타는 주로 연주용으로 활용되는데 그러다 보니 손만 까닥이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클래식기타를 배우기로 했다. 아내랑 진주에 있는 지하상가에 가서 값싼 클래식기타와 교본을 샀다. 집에 와서 책을 펼쳐보니 막막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연하게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클래식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이 계셨다. 전에 배운 적이 있는데 더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해 10월에 그분들이 이전에 배웠던 선생님을 의령으로 모시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가 2005년 가을이고, 내 나이 마흔셋이었다. 하지만 클래식기타를 배우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음악성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클래식기타를 배운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인 것이다. 사실이지 포크기타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악기인데 어쩌면 참으로 어리석은 도전이었다. 그런데 클래식기타를 배우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옳은 연주를 제대로 못 하고 있지만 내가 연주를 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는 의령에서 다섯 개의 음악회를 만들어서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있다. 의미를 부여해서 공간의 활성화는 물론 행사의 어울림을 위해서 음악회를 만들었다.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지만 연주는 늘 서툴렀다. 그러다 보니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수준이 점점 높아져 갔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연주는 안 하고 진행만 했다. 더 편안하게 연주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무대가 필요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음악회가 다섯 개나 되었다. 그중에 매월 진행하는 음악회가 두 개이고, 연중 일곱 번 하는 음악회가 하나, 연중 두 번 하는 음악회가 두 개다. 모두가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하나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연식이 가장 짧은 음악회가 4년째이다. 다 몰려있는 5월에는 무려 다섯 개의 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 중에서 네 번은 연주도 한다.

    많은 음악인들도 만났다. 음악회는 젊은 시절에 음악을 했는데 묵혀둔 꿈을 다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더 좋은 학습을 위한 기회가 되었고,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귀농했거나 귀촌한 사람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되었다.

    음악단도 두 개나 만들었다. 군에서 하는 행사를 비롯해 지역행사에 초대되어 가기도 한다. 음악단으로 또는 장르별로 참여한다.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대로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 출연료를 충분하게 줄 형편이 되지 않는 단체에서 주로 초청한다. 가끔씩은 차비도 준다. 그래도 기꺼이 즐겁게 참여한다. 지금도 날마다 연습하고, 음악회에서 연주도 한다. 이렇게 해서 음악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공유하며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 좋은 인생이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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