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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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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소외된 사람과 소외를 선택한 사람의 문학- 서형국(시인)

  • 기사입력 : 2023-03-30 1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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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 군항제도 5일이나 당겨 전야제를 벌이고 해마다 개화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꽃이 조금 일찍 폈을 뿐인데 그 이유가 기후위기 때문이라니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밝은 일 뒤에는 늘 어두운 일이 따라다닌단다.”)

    같이 문학을 공부해 온 지인들이 있다. 코로나로 몇 년간 얼굴을 못 보다가 마스크 쓰기가 해제되자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도 잠시, 대화를 나누다 실망스러운 기억만 간직한 채 헤어진 날이었다. 문학을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유명 시인을 만나러 다닌 이야기에서 자신이 그 시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줬고 결국엔 형, 아우 사이가 되었다는 사연이 나를 못마땅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 사건 이후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얘, 쟤로 바뀌었다는 것이 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이유다.

    초보 문인들이 평소 좋은 작품을 대하면 그 작품과 작가를 동시에 동경하기도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짐작은 가지만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별한 작품은 독특한 사상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 독특한 사상은 보편적인 생활형태에서는 나오기 힘든 기질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좋은 작품을 쓴 작가의 삶에 자신을 비추어볼 때 그 작가가 꼭 모범적일 거라는 생각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늘 예술을 사람에게 배우려는 문제를 불편하게 생각해 오던 터였다. 좋은 문학작품은 평생 문청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겠지만 이런 명작이 탄생하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고뇌가 깊고 평탄하지 못 한 삶을 살아왔을까 생각해 보는 사람들은 드물다. 물론 보편적인 경우에 빗대어 그렇다는 거지만 고난이 일상이었던 사람은 내면의 상처가 많고 모가 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처가 곪아 터지고 그 자리 새 살이 돋아 아물기를 여러 차례 거쳐서야 얻을 수 있는 통찰이 언어로 다듬어져 비로소 문예로 탄생한다는 것을 모르는 프로들은 없을 것이다.

    순수 독자가 아닌 습작도들이 유명 문인과 친분을 쌓다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를 나는 여러 번 보아 왔다. 만일 그 작가의 작품만 떠올리고 동경했더라면 위와 같은 경우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과 더불어 인간의 간사함에 고개를 떨구는 날이 많았다. 어쩌면 예술은 작가의 결핍을 채운 결과물일지 모른다.

    성윤석 시인의 말을 떠올려본다.

    -문인은 소외를 당하는 쪽이 아닌 스스로 소외를 선택하고 즐기는 사람이어야 한다.-

    돌아보니 시를 쓰고부터 파란 하늘을 한 번도 파랗다고 말한 적 없다. 그러니 나는 늘 지극히 당연한 현상을 거부하거나 빙 돌려 말하는 습관에 기대 살아온 셈이다. 정직한 말 뒤에 숨어 가장 가난한 언어만 습득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독자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을 보편적인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숙명을 타고난 사람이 시인이라면 나는 어딘지만 알 뿐 한 번도 목적지를 걸어보지 못한 이정표일지도 모를 일이다.

    서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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