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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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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77) 화생불측(禍生不測)

- 재앙은 예측하지 못 한 데서 생겨난다

  • 기사입력 : 2023-04-25 08:08:22
  •   
  • 동방한학연구원장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재앙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행복이나 재앙은 대체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본인이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일을 계속하면 남이 모르는 것 같아도 결국은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쁜 일을 계속하면 남이 모를 줄 알아도 결국은 탄로가 난다.

    착한 일을 하면서 남이 몰라줄까 걱정한다면 진정하게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착한 일을 수단으로 자기 이름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해야 한다. 더구나 착한 일을 하면서 자랑을 하거나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

    나쁜 일을 해도 남이 모르더라고 믿고 계속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잠시 요행으로 알려지지 않는 것이지, 언젠가는 탄로가 나고 만다.

    자기가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모르지만, 자기가 어떤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모르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흔히 “이 말은 당신한테만 하는 것이니, 비밀을 지키고 절대 다른 사람한테는 전하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데 전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말을 안 하는 것이 더 좋다.

    ‘종이로 불을 쌀 수가 없다.(紙包不住火)’는 중국 속담이 있다. 불을 가운데 넣고 종이로 아무리 두껍게 싸도 언젠가는 불이 그 종이를 다 태워 버린다.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아무리 감싸고 포장을 해도 언젠가는 실상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한서(漢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다른 사람이 듣지 못 하게 하려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다른 사람이 알지 못 하게 하려면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欲人勿聞, 莫若勿言. 欲人勿知, 莫若勿爲.)’

    착한 일이건 나쁜 일이건,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아무리 지혜가 높고 모략이 대단하다 해도 결국은 드러나고 마니 속일 수 없다는 진리를 말한 말이다.

    착한 일은 힘써 하고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좋은 말은 힘써 하고 나쁜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각종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을 위해서 돈을 뿌리는 관행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을 통해서 꾸준히 처벌해 왔지만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요즈음 민주당 대표선거에서 돈봉투를 돌린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녹음이 다 되어 확실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있어온 관행인데, 우리만 재수 없게 걸렸다고 억울하게 생각하여 구질구질하게 처신하지 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돈을 주고받는 부정한 선거가 영원히 깨끗하게 사라지게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선거에서만 그럴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부정을 척결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재앙은 생각하지 못 한 데서 나온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쁜 일을 하면 금방이거나 나중이거나 간에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나쁜 일은 애초부터 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禍 : 재앙 화. *生 : 날 생.

    *不 : 아니 불. *測 : 헤아릴 측.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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