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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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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책] 와인: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

와인을 좋아하고 싶은 당신께
창원이 고향인 한겨레 기자가 펴낸
세미콜론 스물한 번째 ‘띵’ 시리즈

  • 기사입력 : 2023-04-28 08: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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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이 고향인 신지민 ‘한겨레’ 기자의 와인과 관련된 사사로운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와인: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많이 벌 예정’. 2020년부터 시작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세미콜론의 ‘띵’ 시리즈 중 21번째 책이다.

    저자는 와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과거 신문에 자기만의 코너를 만들어 2년간 연재했다. 코너명은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찌질한’이란 수식어에서 와인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울부짖음이 느껴진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울부짖는다. “저 와인 좋아하는데 당신도 좋아해 보시죠?” 책의 목적인 ‘와인 권유’의 순간은 저자의 고향인 창원에서 시작된다. 창원에는 저자에게 술을 처음 알려준 아빠를 비롯한 가족이 살고 있는데, 소주를 비롯한 모든 술을 좋아하는 아빠가 오직 와인만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총 세 번의 작전을 세우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첫 번째 작전은 튀김에 스파클링 와인, 삼겹살에 화이트 와인, 순대에 레드 와인 같이 익숙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삼겹살엔 소주가 좋다하고, 나머지는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 하며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만다. 두 번째 작전은 ‘비싼 와인이라고 소개하기’. 하지만 아빠의 대답에서 작전 실패 소리가 들린다. “비싼 술 마실 거면 차라리 위스키를 마시지.” 세 번째 작전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의 다양성을 알려주기였지만, 산지가 어디고 품종이 무엇이니 하는 말에 오히려 거부감만 커질 뿐이었다. 역시나 실패. 마지막 작전은 ‘소주와 도수가 비슷한 와인 주기’였는데, 소주파인 아빠에게 완전히 적중한다. 그제서야 느끼게 된 저자의 깨달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선 그저 맛이 어떤지,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 사람이 어떤 품종의 와인을 마시고 좋아한다면, 다음에도 그 품종의 와인을 먹으며 천천히 취향을 알려주면 되는 것이었다. 아 참, 혹시 저자가 아빠에게 준 소주와 비슷한 와인의 이름이 궁금할 수도 있겠다. 와인의 이름은 ‘몰리두커 더 복서’라고 한다.

    저자는 유명인의 권위에 기대 와인을 추천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최후이자 최적의 수단이다. ‘이재용 와인’으로 알려진 ‘이기갈 지공다스(5만원대)’, BTS 정국이 마신 ‘우마니 론끼 비고르(2만원대)’, 배우 장동건이 좋아한다는 ‘롱그독 루즈(2만원대)’ 등이 저자가 든 예시다.

    저자는 ‘진리’라 불리는 치맥과 회소주에 맞서는 와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모든 음식에 맞는 와인이 있다’는 일념에서 말이다. 일반적인 논리로 회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였지만, 비린내가 심해 회도 와인도 남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원인은 오크향. 오크통에 숙성돼 오크향이 배인 와인이 해산물과 만나면서 비린내가 극대화 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다양한 와인을 곁들여봤지만 만족스러운 조합은 찾지 못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역시 치킨엔 맥주, 회엔 소주….’ 저자의 중얼거림이다. 책은 이외에도 저자가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 와인 구매법, 지상낙원(?)에 가는 법 등을 알려준다.

    세미콜론의 ‘띵’ 시리즈에 대한 소개도 필요하다. ‘띵’ 시리즈 캐치프레이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기에 21번째 시리즈인 ‘와인’편은 와인을 잘 모르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띵’ 시리즈에는 치즈, 고등어, 훠궈, 카레, 삼각김밥, 치킨 등이 있다.

    저자 신지민, 출판 세미콜론, 196쪽, 가격 1만2000원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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