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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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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78) 마약중독(麻藥中毒)

- 마비시키는 약물의 해독에 걸려들다

  • 기사입력 : 2023-05-02 0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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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대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출근하니 사고가 많이 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술 대신 차(茶)를 마시게 유도했다. 그러자 차 소비가 늘어났다. 차를 중국에서 수입하다 보니 영국의 은전이 중국으로 많이 흘러나가게 되었다. 영국은 이를 막으려고 아편(阿片, 鴉片)을 중국에 팔았다. 아편을 판 대금으로 차를 사들이니 영국으로서는 국고의 유출이 없었다. 아편이란 한자어는, 이때 영어 오피움(opium)의 발음을 옮긴 것이다.

    아편은 대표적인 마약인데, 중국 조정에서 아편의 해독을 모르고 방치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아편에 중독되었다. 양귀비(楊貴妃)라는 식물 열매에서 추출한 액체에서 나오는 것인데, 처음에 중국 사람들은 그런 줄 모르고 영국의 수입품을 사서 사용했다. 곧 돈 안 들이고 자기 손으로 만들어 먹으니 급속도로 펴져 나갔다. 조금 아플 때 먹으면 아픔이 사라지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편이 퍼져나가자 중국에서 돈벌이하는 데 제일 좋은 품목이 되었다. 장개석 정부의 관료들이 두월생(杜月笙)이라는 폭력배 집단과 결탁하여 아편을 팔아 많은 돈을 챙겼고, 혁명당 인사와 공산당 요원들까지도 아편 판매에 관여했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편은 중독성이 강하여 한번 입에 댔다 하면 자기 힘으로 다시는 끊지 못한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편에 중독이 되어 폐인이 된 사람이 곳곳에 가득하였다.

    영국에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북경대학 초대 총장이 된 엄복(嚴復)이라는 사람은 ‘법의 정신’, ‘국부론’, ‘종의 기원’ 등 서양 중요 고전 100여 종을 최초로 번역하였다. 그런 최고 지성인도 아편중독자였다.

    유명한 문학가요 사상가인 노신(魯迅)의 어머니,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의 황후 등도 지독한 아편 중독자로 정신이상자 수준이었다.

    1949년 모택동(毛澤東)이 나라를 세웠을 때,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는 아편중독자가 1000만명이었다. 아편이 나라를 망친다고 판단한 모택동은, 중독자들은 국가에서 수용하여 치료해 주고, 아편 등 마약을 생산하거나 거래하는 사람들은 바로 사형에 처해 버렸다. 모택동의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마약 근절이라고 한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마약에 관한 처벌이 아주 엄하여 바로 사형에 처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마약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 마약 음료수가 나돌고, 군부대 병사들이 택배로 마약을 주문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자기 앞날을 개척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어야 할 청소년들이 마약의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다.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을 없애버린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 마약이 근절되도록 초반에 엄중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마약은 한 개인만 망치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국가 전체를 망치기 때문이다.

    *麻 : 삼 마. *藥 : 약 약.

    *中 : 가운데 중. *毒 : 독 독.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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