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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월아산 질매재- 손정란(수필가)

  • 기사입력 : 2023-05-11 19: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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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룸과 우네와 바람 따라 넘나드는 산등때 질매재. 경상남도 진주시 금산면 용아리와 진성면 동산리로 이사져 북쭉의 월아산과 남쭉의 장군대봉 사이, 잘록한 금산면 용아리 월아동과 진성면 동산리를 이숫는 질이다.

    말티고개를 넘고 초전을 거쳐 황류진 나리껄이거나 구암 나리껄에서 동쭉으로 질을 잡는다. 달음산 고개를 오르내리다 다리쉬임을 하거들랑 숨질도 모아시고 진성면과 지수면, 반성면으로 나아가세나. 질매재 우로 떠오르는 달 모냥을 보고 월아산이 달을 토해내는 드키 비인다고 하여 ‘달엄산’이거나 ‘달음산’으로 부룬다네.

    질매재는 생김이 소(牛) 등다리에 짐을 싣는 질매와 가리방상하다. ‘질매’는 ‘길마’의 경남 사투리로 부루는 이름이라. 조선 시대 국사봉에서 진주목사가 기우제를 올맀다 하고. 국사봉 아래 월아 마실은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이 의병을 이끌고 진을 쳤던 곳이지.

    우짜먼 존노. 몬따 핀 꽅들 다 불붙는다아. 을해년(1995) 물오른 낭개들이 잎 돋우는 달에 월아산 솔수펑이에서 큰 산불이 났는기라. 첩첩한 세월을 전딘 월아산은 수두룩빽빽한 낭개와 풀들이 불에 타 솔빡 엄서지는 아품을 겪었지. 모룬 바람은 이게저게 불기운을 몰고 댕겼제. 시커뭏은 영거랭이가 먹장구름맹키로 산먼대이를 넘더니만 검붉은 불길이 날쌔게 산삐얄을 휘덮었다아인가베. 숲은 불덩거리가 되삤으이. 매그랍고 싸한 내미. 불티가 하늘 높이 나르샤.

    온 산을 노카디끼 닥치는 띠거운 바람 땜시 모지리 태우고 나서 불길이 잽혔다. 산불이 나모 큰 불길을 잽는 거야 소방서 물레비행기지만 사람들은 솔깽이를 뿔라가 애달시리 잔불을 끄니라고 영거랭이를 마이 마심시로 시껍했지머. 바람을 타고 날아댕기는 불티는 이기나 저기나 가리지 않으므로 사람이 알아서 피해야 하제.

    밥물 때마당 너물 한두 가지 조물조물 무치가 비비 묵고, 쑥털털이꺼정 맹걸어 묵었더이 지절로 봄이었다가 하마 봄이 다 가삐더만.

    그러구러 스물아홉 해가 지났으이 산자락 낭개의 깨둥구리에서 꼼지락꼼지락 새순이 돋더라. 연둣빛이 순해서 진주시민과 지역주민들이 애면글면 숲 가꾸기에 나섰지. 임인년(2022) 하늘연달, 월아산 숲속의 들머리에 육천육백 제곱미터의 땅을 서이로 가름하여 작가정원을 맹건다고 시상에 알리삔기라.

    올개 누리달에 마무리한다는 월아산 작가정원의 드러냄은 ‘정원도시의 시작, 월량선경(月亮仙境).’ 갑진년(2024) 즈음. 천년의 역사와 남명 선생의 실천과 경의사상이 서린 문화와 전통 예술, 진주 정신이 깃든 사람들의 이바구가 지푸기 배인 ‘지방정원’으로 올린다쿠더라. 정미년(2027)꺼정 ‘월아산 국가정원’으로 가사나갈 거라. 그러고 나몬 해마당 노고지리, 풀꾹새 울고 연달래꽅 찔레꽅 동자꽅 며느리밥풀꽅 말꽅 곰부딸 산포두꽅이 사랑옵겠다.

    계묘년(2023) 잎새달의 하룻날. 질매재 고갯길에 벚꽅이 한맴으로 몽글몽글. 세상이 후안하데. 한낙때 자국걸음으로 걷는데 꽅닢이 하르르 날린다. 골착에 산그늘이 짙어지몬 명지바람이 질매재 모랭이를 돌아나가고. 당근 색 노을이 물든 하늘을 날아온 새 한 마리. 꽅이파리 놀랠라, 살째기 벚나무낭개 끈트무리에서 날개를 접더라.

    손정란(수필가)


    [표준어]

    구름과 안개와 바람 따라 넘어가는 산등성 질매재. 경상남도 진주시 금산면 용아리와 진성면 동산리로 이어져 북쪽의 월아산(月牙山)과 남쪽의 장군대봉 사이, 잘록한 금산면 용아리 월아동(月牙洞)과 진성면 동산리를 잇는 길이다.

    마현(馬峴, 말티고개)을 넘고 초전을 거쳐 황류진(黃柳津) 나루터거나 구암 나루터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는다. 달음산 고개를 오르내리다 다리쉬임을 하면서 숨도 몰아쉬고 진성면과 지수면, 반성면으로 나아간다. 질매재 위로 떠오르는 달 모양을 보고 월아산이 달을 토해내는 듯이 보인다고 하여 ‘달엄산’이거나 ‘달음산’으로 부른다.

    질매재는 생김이 소(牛) 등에 짐을 싣는 질매와 비스름하다. ‘질매’는 ‘길마’의 경남 사투리로 부르는 이름이다. 조선 시대 국사봉에서 진주목사가 기우제를 올렸다 하고. 국사봉 아래 월아 마을은 임진왜란 때 김덕령(1567∼1596) 장군이 의병을 이끌고 진을 쳤던 곳이다.

    어찌해야 좋을까. 못다 핀 꽃들 다 불붙는다. 을해년(1995) 물오른 나무들이 잎 돋우는 달에 월아산 솔수펑이에서 큰 산불이 났다. 첩첩한 세월이 쌓인 월아산은 총총한 나무와 풀들이 불에 타 없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시꺼먼 연기가 먹장구름처럼 산마루를 넘더니 검붉은 불길이 날쌔게 산비탈을 휘덮었다. 숲은 불덩어리가 되었으이. 맵고 싸한 냄새, 불티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온 산을 다 녹일 듯 닥치는 뜨거운 바람.

    태울 것은 모조리 태우고 나서 불길이 잡혔다. 산불이 나면 큰 불길을 잡는 것은 소방서 헬리콥터이지만, 사람들은 솔가지를 꺾어 애 터지게 잔불을 끄느라고 연기도 많이 마셔 혼이 났다.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불티는 아무것도 가리지 않으므로 사람이 알아서 피해야 하고.

    밥 먹을 때마다 나물 한두 가지 조물조물 무쳐 비벼먹고, 쑥버무리까지 만들어 먹었더니 저절로 봄이었다가 하마 봄이 다 가더라.

    그러구러 스물아홉 해가 지났다. 산자락의 나무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꼼지락꼼지락 돋고. 연둣빛이 순해서 진주시민과 지역주민들이 애면글면 숲 가꾸기에 나섰다. 임인년(2022) 하늘연달, 월아산 숲속의 들머리에 육천육백 제곱미터의 땅을 셋으로 가름하여 작가정원을 만든다고 세상에 알렸다.

    올해 누리달에 마무리한다는 월아산 작가정원의 드러냄은 ‘정원도시의 시작, 월량선경(月亮仙境).’ 갑진년(2024) 즈음. 천년의 역사와 남명 선생의 실천과 경의사상이 서린 문화와 전통 예술, 진주 정신이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깊게 배인 ‘지방정원’으로 올린다더라. 정미년(2027)까지 ‘월아산 국가정원’으로 다듬을 것이라고. 그러고 나면 해마다 노고지리, 풀꾹새 울고 진달래꽃 찔레꽃 동자꽃 며느리밥풀꽃 제비꽃 산딸기꽃 머루꽃이 사랑옵겠다.

    계묘년(2023) 잎새달의 하룻날. 질매재 고갯길에 벚꽃이 한마음으로 몽글몽글. 세상이 환하다. 한나절 자국걸음으로 걷는데 꽃잎이 하르르 날린다. 골짜기에 산그늘이 짙어지면 명지바람이 질매재 모롱이를 돌아나간다. 당근 색 노을이 물든 하늘을 날아온 새 한 마리. 꽃이파리 놀랠라, 살째기 벚나무가지 끝에서 날개를 접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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