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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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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척척척’- 이준희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05-15 0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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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참 얄궂다. 개똥도 모르면서 ‘아는 척’이고, 쥐뿔도 가진 게 없으면서 ‘있는 척’이다. 또 잘난 것 하나 없는 인간이 ‘잘난 척’하며 유세를 떤다. 이것이 마치 세상살이인 양 세상 사람들은 이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될 텐데, 많은 이들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 이것이 참 문제다. 이런 쓸데없는 ‘척’은 누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중용에 ‘군자는 처해 있는 자리에 따라 할 일을 행할 뿐 그 밖의 일은 욕심내지 않는다’고 했고, 서경에는 ‘한 사람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다. 대답하지 못해도 된다. 그냥 아는 데까지 말하고 모르는 것은 나중에 상세히 알아보고 다음에 알려준다고 하면 그만이다. 괜히 모르는 것을 안다고 했다가 거짓이 들통나면 자신의 위신은 물론 인간성마저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은 명백한 죄다.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의도치 않게 척을 할 때도 간혹 있다. 상대의 불편을 고려해 괜찮은 척할 때도 있고, 판단하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결정을 내려 의도치 않게 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를 위하고 배려해 내린 결정이라 할지라도 척은 말 그대로 척일 뿐이다. 남들의 눈에도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다 보인다. 자신만 모를 뿐이다.

    ▼누군가 말했다. ‘척’ 문화의 공통점은 내 안에 내가 없어서라고…. 내 중심에 내 자아가 확고하면 남에게 굳이 애써가며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할 필요가 없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사는 삶이 부끄럽지 않은 삶이다. 살면서 이것만 하지 않아도 삶이 덜 피곤할 것 같다. 자아가 튼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준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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