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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새로운 가족 - 강지현 (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5-15 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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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 작가님들이 쓴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던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조립식 가족’으로 설명한 부분이 무척 신선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 즉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만 ‘가족’으로 생각했어요. 5월이 되면 일부러 그 책을 들춰봅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고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라는 챕터에 이런 내용이 있지요. 함께 살고 있지만 서류에서 분류되지 않는 관계가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데, 이들을 ‘생활동반자’라고 부르면 어떻겠냐고. 지난달 26일 ‘생활동반자관계에관한법률’이 국회에 발의됐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어요. 작가님들이 쓴 단어 ‘생활동반자’가 법률명이 되다니. 혼인과 혈연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으로 인정받는 날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더 기뻤어요.

    ▼경남인구 3명 중 1명은 1인 가구예요. 생각해보면 주위에 비혼이나 이혼·사별로 혼자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요. 이들 중엔 작가님들처럼 동성 친구끼리 살거나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도 있겠네요. 오늘날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죠. 하지만 이들은 의료·주거 등 많은 부분에서 차별을 경험합니다. 법적 테두리 안에 있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요. 프랑스엔 팍스(PACS·시민연대계약)라는 제도가 있다죠. 팍스에 등록하면 동성이든 이성이든 결혼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부부에 준하는 사회적 보장을 받는다고 해요.

    ▼가정의 달 5월. 서류엔 없는 ‘비정상가족’을 생각해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을 갖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서요. 3년 전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죠. 전통적 가족 개념은 이미 무너지고 있어요.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관계들이 ‘가족’으로 대우받길 바랍니다. 작가님들도 부디 행복하시길.

    강지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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