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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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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보육시설 학대, 알기도 힘들고 알아도 ‘쉬쉬’

[학대 사각지대 놓인 장애아동] 의사표현 안돼 학대 인지 어렵고
일반 시설보다 알려지기 힘들어

  • 기사입력 : 2023-05-17 20: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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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육시설 적고 불이익 우려돼

    부모가 학대 알게 돼도 대응 꺼려

    훈육 합리화하는 분위기도 한몫

    실태 파악·예방교육 확대해야


    장애 전담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장애 아동 15명을 최소 500여 차례에 걸쳐 상습 학대한 사건을 계기로 장애 아동 보육시설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주 장애 전담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지난해 8월, 학부모 중 1명이 아동의 몸에 난 상처를 수상하게 여기고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해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드러났다. 학대가 확인된 아동만 15명에 이르지만 신고 전까지는 학대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전문가들은 장애 아동 보육시설의 경우 일반 보육시설보다 학대가 알려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미경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장애 아동, 특히 자폐나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 학대 사실에 대해 부모에게 알릴 수 없다”며 “비장애 아동의 경우 ‘어린이집 싫어’ 같은 간략한 힌트로도 부모에게 학대 사실을 알릴 수 있지만 장애 아동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학대 징후를 발견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돌보기 힘든 장애 아동을 타인이 돌봐준다는 부채감이 있는 데다 장애 아동 돌봄 시설이 부족하고, 알릴 경우 자녀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배선이 창원시느티나무장애인부모회장은 “학대 사실을 알더라도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오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돌봄 시설이 많지 않은 탓에 속상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대를 ‘강압적 훈육’으로 합리화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문제가 된다. 발달장애 아동이 비장애 아동에 비해 ‘돌보기 힘들다’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학대를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장애 아동은 학대 사각지대로 몰리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장애 아동의 학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인권 점검과 장애 돌봄 보육교사의 학대 예방 교육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관장은 “장애 아동이 가진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훈육을 빙자해 학대하지 않도록 시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학대 예방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비장애 아동에 비해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고충은 알지만, 그것이 학대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육교사들의 인식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정문 경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또한 “장애인옹호기관이나 아동보호기관 등에서 신고를 받지 않으면 조사를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학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시설 점검을 나서듯이 장애 아동 돌봄 시설을 대상으로 한 인권 실태 점검도 이뤄지고, 그것이 계도나 고발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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