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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어느 비둘기의 독백- 김복근

  • 기사입력 : 2023-05-18 08: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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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평화주의자 때로는 전서구

    어머니 가슴 같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주린 배 가련한 봄날 꿈을 꾸고 살았니라.


    서릿발 다진 마음 남몰래 흔들리면

    저문 산 발목 잡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땅거미 지는 해거름 꾸륽꾸꾹 울었니라.


    이념도 나이 들면 부표로 떠도나니

    변신이 미덕인 양 굴종하듯 몸을 낮춰

    잡식성 비대해진 몸 뒤뚱대며 걷느니라.


    ☞노아의 방주와 홍수에서 까마귀를 제치고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40일 동안 밤낮으로 비가 내려 방주에 갇혀 있다가 비가 그치고 산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용맹하고 힘센 까마귀는 특명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잘난 까마귀는 제 살길을 찾아가 버리고 비둘기는 올리브나무의 새순을 물고 와 마른 땅이 드러났음을 알려준다. 비둘기는 세상에 평화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나는 평화주의자 때로는 전서구’ 역할을 하였다. 힘세고 좋은 것만 전부가 아니라 ‘서릿발 다진 마음 남몰래 흔들리면’ 숨겨진 본능으로 갈등하지만 ‘저문 산 발목 잡아 허리띠를 졸라매고’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명이 있었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새 중 하나인 비둘기. 최근 비둘기는 사랑, 평화, 다정함보다는 무리 지어 건물에 터를 잡고 게으른 몸짓으로 집단 서식하며 ‘이념도 나이 들면 부표로 떠도나니’ ‘변신이 미덕인 양 굴종하듯 몸을 낮춰’ 잡식성 비대해진 몸이 되었다. 남을 이롭게 하던 존재, 평화의 상징이던 길은 멀고 아득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자 하는 시인의 염원이 높이 날고 멀리 보며 끝없이 비상하고 있다.

    -옥영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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