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식당·카페 아이 출입 막아 속상했는데 함께 갈 수 있다니”

케어키즈존, 노키즈존 대안 될까

  • 기사입력 : 2023-05-22 20:48:58
  •   
  • 아이 있다면 출입 금지 ‘노키즈존’

    부모 “아이와 갈 곳 점점 사라져”
    점주 “가게 찾는 손님들은 만족”
    국가인권위 “차별” 시정권고 무색


    책임은 부모에게 ‘케어키즈존’

    출입 허용하되 부모가 적극 관리
    부모 “서로 이해해줘 부담 덜해”
    전문가 “특정 연령층 제한 우려”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유형인 케어키즈존(care kids zone)이 등장했다. 케어키즈존은 어린이 출입을 허용하되 보호자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부주의로 인한 문제는 보호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케어키즈존 이용자의 반응은 긍정적인 한편 특정 연령층 출입을 제한·규정하는 공간이 생기는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한 카페 케어키즈존에서 부모가 아이를 안고 있다.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한 카페 케어키즈존에서 부모가 아이를 안고 있다.

    ◇노키즈존 차별인가 권리인가= 창원에 거주하는 안모(33)씨는 얼마 전 집 근처 카페를 방문했다가 곤란함을 겪었다. 3살짜리 자녀와 함께 갔지만, 노키즈존이라 출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키즈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출입을 거부당한 건 처음”이라며 “이후부터는 식당이나 카페를 찾기 전 노키즈존인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갈 곳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노키즈존은 카페나 음식점 등 업소에서 특정 연령 이하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의미한다. 2014년 식당에서 아동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에 대해 법원이 매장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놓은 이후 전국적으로 노키즈존 도입 매장이 증가하면서 구글맵에 노키즈존 지도까지 생겨났다. 19일 기준 전국 노키즈존은 489곳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아동이나 아동 동반 손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라며 노키즈존에 대한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노키즈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달랐다. 2021년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노키즈존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71%에 달했지만 ‘반대’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진해구 풍호동에서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는 “처음부터 아이들 출입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보통 카페에는 담소를 나누거나 쉬러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시끄럽게 해서 불편을 호소한 손님들이 많았다”며 “아이들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나서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어키즈존 반응 좋지만, 우려 목소리도= 19일 낮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에 위치한 한 식당. 이곳은 가게 내부 모든 공간이 케어키즈존으로, 테이블마다 “보호자의 부주의로 아이가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기물 파손 및 안전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비치돼 있다. 점주 이지연(56)씨는 “아이를 데리고 오면 부모들이 잘 돌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기물을 파손하거나,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 경우가 많다”며 “노키즈존 운영도 고민했지만, 모든 손님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케어키즈존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당을 찾은 이나해(25)씨는 “아이와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출입을 거부하는 노키즈존보다는 케어키즈존같이 부모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방법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마산합포구 구산면의 한 대형 카페는 3층 루프톱 공간을 케어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루프톱에는 부모의 적극적인 자녀 관리 당부와 함께 부주의로 인한 문제는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카페 대표는 “루프톱의 경우 아이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어 케어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딸과 함께 카페를 찾은 김모(34)씨는 케어키즈존 카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30분 거리를 찾아왔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많지 않다 보니까 요즘은 케어키즈존을 찾아다닌다. 아무래도 케어키즈존의 경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많다 보니까 아이가 조금 시끄럽게 해도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라 부담이 덜하다”며 “아직까지 식당이나 카페에서 책임을 묻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특정 연령층 출입을 제한하고 규정하는 공간이 생겨나는 현상 자체를 우려했다.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입 금지보다 출입을 허용하고 부모의 적극적인 관리를 당부하는 케어키즈존 취지는 좋지만, 시설이 아이들에게 안전한지에 대한 관리자의 고민도 필요하다”며 “또한 특정 연령층과 특성에 따라 공간 출입을 허용하고 금지하면서 서로를 분리하는 공간이 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사회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까 봐 우려된다.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영현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영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