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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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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백의의 천사, 백의의 전사- 이민주(영산대 간호학과 조교수)

  • 기사입력 : 2023-05-24 19: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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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은 흔히 간호사 하면 나이팅게일을 떠올린다. 나이팅게일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 온 삶을 바쳤고 역사적으로 현대 간호의 기틀을 잡고 발전시켜 간호사 직제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간호대학생들은 여러 사람 앞에서 촛불을 들고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낭독하며 전문직 간호사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예식을 치른다. 나이팅게일의 삶을 알면 알수록 나이팅게일의 후예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나이팅게일 선서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이팅게일은 지역사회와 전쟁터에서 직접 환자를 간호하였다. 크림전쟁 당시 전쟁터의 야전병원에서 열악한 위생환경을 개선하였으며 절차를 핑계로 부상자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주지 않을 때는 직접 망치로 창고 자물쇠를 부수고 물품을 가져온 적도 있었다. 동시에 환자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며 여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통계학자로서의 그녀의 역량은 여러 출판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통계분석 결과를 시각적으로 제시한 통계의 선구자였다. 나이팅게일의 보고서는 당시 보건 의료계의 제도적 개혁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또한 후학 양성을 위한 간호교육과 세계적인 보건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자문에도 매진하였다. 영국인들은 나이팅게일을 등불을 든 여인(The lady with the lamp)이라고 부르며 칭송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 부른다. 성스럽고 감사한 찬사이다. 그러나 실제 환자를 간호하는 것은 천사보다 전사에 가까운 역할이다. 2015년 “메르스가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다”고 심경을 밝혔던 김현아 간호사의 말은 실제 간호 현장을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백의의 천사’ 중 ‘천사’라는 단어가 가진 보드랍고 말랑한 이미지가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뭔가 모든 것을 감내하고 참아야만 할 것 같은 사람으로 정의된 기분이랄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사이기에 천사일 수 있고 천사이기에 전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간호 현장에서 환자의 회복과 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는 백의의 천사, 백의의 전사들. 그들의 행동과 소리에 온전히 몸을 기울여 본다.

    이민주(영산대 간호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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