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함안 낙화놀이 행사가 남긴 교훈- 김명현(함안의령합천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6-06 19:30:48
  •   

  •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달 27일 함안군이 개최한 ‘제30회 낙화놀이’ 행사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심각한 교통체증과 편의시설 태부족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적지 않은 후유증과 교훈을 남겼다.

    함안 낙화놀이는 밤에 수천 개의 낙화봉을 실로 공중에 매달아 불을 붙이면 타들어 가는 숯가루가 빛을 발하면서 떨어져 장관을 연출하는 전통 불놀이의 하나다. 지난 2021년부터 각종 예능·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 뉴스 등에 자주 소개되고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엄청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런 유명세로 이날 무진정 낙화놀이 행사장 주변에는 5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예상 인원 2만명보다 2.5배나 많았다. 행사장으로 통하는 도로는 심각한 교통체증이 수 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로 인해 함안 IC와 마산~함안 간 국도도 극심한 체증이 발생해 1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2~3시간 정도 도로에 갇혀 함안으로 진입하지도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여기다 행사장 인근 주차장 부족, 휴대폰 불통, 화장실 부족 등이 겹치면서 방문객들의 불편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주최 측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행사장 입장을 통제하면서 힘들게 행사장 인근까지 오고도 낙화놀이를 보지 못한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함안군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함안 IC 통제에 따른 우회 안내를 하고 남해고속도로 전광판에 함안 진입 불가를 공지하면서 재난 문자를 오후 6시 35분부터 세 차례 발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 통제와 우회 안내 시점은 이미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한 이후이고 안내문자 발송 시점도 늦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이날 함안을 찾았던 수많은 방문객들은 군 홈페이지 ‘군민의 소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7일 오후 5시부터 지난 2일 오후까지 총 405개의 낙화놀이 관련 글이 올려져 있다. 심각한 교통체증, 행사장과 인파 관리 부재, 안이한 군행정, 진정성 없는 사과 등을 질타하는 비판적인 글들이 대부분이다. 극히 일부가 “좋은 문화유산이니 잘 계승하라”, “안전사고 없어 다행이다” 등의 격려 글을 썼지만 비판글을 희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함안군이 지난달 28일 조근제 군수 명의로 긴급 사과문을 발표하고, 31일 대책을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이 며칠간 더 지속된 셈이다.

    함안군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 혼잡이 발생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사전에 인파가 많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경찰서·소방서와 협력을 통한 신속한 차량 통제, 공무원들을 활용한 인파 관리 등 교통·안전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예행연습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좁은 행사장에 1만명 이상이 운집하고도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함안군에게는 ‘천운’이다. 조근제 군수가 행사 당일 현장에서 간부 공무원 동원, 화장실 용수 응급조치, 낙화봉 조기 점화 등을 지시한 것은 ‘때는 늦었지만 안전사고 발생과 방문객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였다’는 평가다.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에 들면서 지자체들이 개최하는 축제에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교통체증과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축제 관람 인원 제한, 개최 시기 확대, 실시간 교통 상황 제공, 우회로 확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함안군은 물론 축제나 행사를 준비하는 다른 지자체들도 ‘낙화놀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명현(함안의령합천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명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