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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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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이순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

환경공학자였던 아이 엄마, ‘봉림동 마을대장’으로 종횡무진

  • 기사입력 : 2023-06-14 20: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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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수년 수질환경기사로 사회생활하다 결혼
    아이 낳고 엄마 역할 충실하려 직장 그만둬
    2017년 학부모로 한들초 마을학교에 첫발
    6년여간 운영 도맡으며 봉사활동 이어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 역할을 맡으면 걱정과 불안이 이전보다 서 말쯤은 많아진다. 일이 아이 학원보다 늦게 마치는 날이면 누구에게 아이를 부탁해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세상에 발을 디딘 우리 아이에게 혹여 나쁜 일이 닥치진 않을까 노파심이 든다.

    웬만하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는 이 차가운 세상에서 가능하면 이웃들과 정을 쌓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어쩌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우리 아이의 고난에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십수 년의 전문직을 뒤로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던 ‘이순자’라는 사람이 어느 날부터 창원 봉림동의 한들산들 마을학교 협의체 운영을 도맡으며 ‘봉림동 마을대장’으로, 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으로 새로운 직함을 맞이했던 배경도 비슷하다.

    “아이가 마주할 세상이 마냥 좋다고 자신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안 좋은 걸 다 치워주면서 살 순 없지요. 아이들을 허용하는 사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순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이 창원시 의창구 한들초등학교 남문 입구의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는 이음공간 ‘봉황의 둥지’에서 마을교과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순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이 창원시 의창구 한들초등학교 남문 입구의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는 이음공간 ‘봉황의 둥지’에서 마을교과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목표지향적’인 사람인 탓에= 한들산들 마을학교는 학부모를 비롯한 마을 구성원이 지역사회의 자원 등을 활용해 학생들에 배움, 돌봄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배움터다. 여러 마을학교 중에서도 한들산들은 마을공동체와의 성공적 협력사례이자, 동 단위의 지역을 상세히 기술한 전국 최초의 마을 교과서를 만드는 등 주목받고 있다.

    근 6년 마을학교 운영을 도맡고 있지만 보수가 없으니 봉사라는 개념이 맞다. ‘태생적으로 이타적인가’ 생각을 내뱉으려던 차에 이순자 이사장은 자신을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수질환경기사로 십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어요. 처음에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하수를 처리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다음은 폐수처리 관련 일을 했어요. 하수처리까진 공공의 영역인데 폐수처리는 수익활동 영역이더라고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일한다 생각했는데 어쨌든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싫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시점이었다. 일 때문에 사천에 있는 가족에게 아이를 부탁한 게 1년여, 직장인으로서의 성취감과 엄마로서의 역할을 두고 저울질을 하다 엄마 자리를 택했다.

    “학부모가 되니 학교가 아이의 성장을 모두 책임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친구들 중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꽤 마주했거든요. 일례로 학교 도서관에는 책 읽고 싶은 아이도 오지만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 안식을 취하고 싶은 아이도 와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싶었죠.”

    비슷한 생각을 한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했다. ‘학부모’ 이순자씨는 그렇게 한들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시작했다.


    학부모 등 마을 구성원이 지역 자원 활용
    학생들에 배움·돌봄 등 지원하는 배움터
    창원 봉림동 구석구석 상세히 기록한
    전국 최초 마을교과서 만들어 주목 받아


    ◇불편한 ‘대표’ 대신 ‘대장’을= 마을학교 운영을 맡은 건 우연에 가깝다. 2017년 중순께 한들초등학교와 학부모 협의체가 학교협력형 마을학교를 시작했을 때 이순자씨는 운영진이 아닌 한 명의 학부모였을 뿐이다. 마을학교가 시작되고 6개월쯤 지났을까. 처음 접하는 일에 협의체 내부적으로도, 마을과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밖에서 보던 이순자씨는 ‘마을학교가 왜 필요한지 잘 몰라서’ 생기는 문제라고 봤고 홍보를 돕겠다고 자처했다고 한다.

    이씨가 생각한 마을학교의 성공요건은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의 참여였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설득하러 찾아갔을 때 지금의 운영진으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으면서 불가피(?)하게 대표가 됐다. 팔자에 없을 ‘대표’를 맡은 게 부담스러워 ‘대장’이란 칭호를 요청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직도 어쩌다 얻었다. 동네에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여기저기 요청했을 때 ‘아이들은 골칫덩이’라는 시선으로 누구도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당시 사회공헌에 관심이 크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장이 유휴공간이던 봉림휴먼시아 2단지 1층을 무상 사용하는 조건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낼 것을 제안한 결과다.

    ‘목표지향적’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까지 맡고 있다. “마을학교 운영을 위해 주민자치위원회를 찾아 공간 협조와 협력을 요청하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공간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공적인 활동에 주민이자 의사결정권자로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겠다 생각했죠.”

    이순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이 창원시 의창구 한들초등학교 남문 입구의 ‘봉황의 둥지’앞에서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순자 사회적협동조합 한들산들 이사장이 창원시 의창구 한들초등학교 남문 입구의 ‘봉황의 둥지’앞에서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마을학교는 아이가 배우고 싶은 걸 하는 곳
    자치동아리 만들고 그 속에서 자신 찾아가
    내 목표는 내가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사회”


    ◇아이들이 자유로운 마을= 이순자 이사장이 운영한 마을학교의 핵심은 ‘어른이 가르치고 싶은 게 아닌, 아이가 배우고 싶은 걸 하는 곳’이다.

    “전문기술이 아니고서야 우리 운영진은 물론 마을교사도 공간지킴이로 가치가 높죠.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생각해서 자치동아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갑니다. 이외 마을기자단, 마을탐험대 같은 프로젝트 동아리는 내가 사는 마을을 알아가는 역할을, 이 밖에 놀이를 연구하는 ‘노는아이들’이라는 활동도 있어요.”

    보통 기관이나 단체는 ‘내가 뭘 했다’는 주인욕심이 있지만, 이순자 이사장이 이끄는 마을학교는 혼자 하는 법이 없는 곳이다. 주민자치회를 끼거나 평생학습센터, 학교,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까지 사업마다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거나 오히려 마을학교 이름이 빠지기도 부지기수다.

    “마을학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가장 큰 건 역시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공동육아란 말이죠. 학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불안해요. 아이가 마치는 시간에 직장을 마칠 수도 없고. 마을 누구에게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마을학교의 지향점입니다.”

    마을이 우리 아이를 위해 무작정 봉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이사장은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변화도 크게 체감한다고. “어른들도 마음의 성장을 해요. 사람들이 닫혔던 품을 열고 못한다 한계 두던 것들을 없애요. 우리가 가졌던 다양한 이유의 불안들이 다소 해소되고 행복해하시는 모습들을 봐요. 어른의 정신이 건강해지니 아이들도 자연히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사회= 마을대장을 따르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었지만 마을학교에 대한 욕심과 사랑은 여전하다. 때문에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에 꽤 비싼 인건비가 들어야 할 땐 나머지 교사들이 덜 받는 형태로 품앗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누군가의 봉사만으로 세상이 이뤄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는 소신이 있는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로 마을대장직(마을학교 협의체 대표)은 내려놨다. 마을학교 대부분을 이루는 초등학생과 보다 잘 통하는 건 그들의 학부모라는 생각에서다. ‘목표지향적’이라는 이순자 이사장의 목표는 뚜렷하고, 때문에 한들산들은 그를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제 목표는 ‘제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사회’예요. 갈 길이 멀죠?”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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