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등 사회현상 부작용으로
테러위협 등 해외 범죄 양상 닮아가
이상동기 범죄자 세부적 연구 통해
미래 범죄 예측 시스템 등 마련 지적
우리나라 시대별 범죄 발생 추이가 미국 등 외국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앞선 미국은 빈부 격차 등으로 이미 1970~1980년대에 연쇄 살인 사건이 빈발하게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연쇄살인범이 활개 치는 등 비슷하게 전철을 밟았다. 마약 범죄 출현도 우리나라가 뒤따라갔다.
이 같은 범죄 발생 양상을 비춰 볼 때 우리나라가 총기 등 범죄나 테러 위협에서 완전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도 크다. 이 경우, 무차별적인 범죄로 인해 무고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고된 ‘위협’을 대응하고 범죄를 차단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노력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당장 ‘흉기 난동’ 사태를 두고 정부가 근시안적인 대책 마련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더욱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상동기’ 범죄를 분석해 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등 안전망을 강화해 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을 분석해 미래에 일어날 연쇄살인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0년 프로파일러(profiler·범죄심리분석 수사관)를 최초로 탄생시킨 인물이 있다. 경찰청 워싱턴 주재관을 지낸 윤외출 전 경남청 수사부장(경무관)이다.
그는 최근의 범죄 추세가 경찰이 현장에 인력을 투입하고 도보 순찰을 늘리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하고, 미래 범죄에 대해 예측·진단·대비하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노 범죄 등 예방을 위해 누구나 자연스럽게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전 수사부장은 “초경쟁사회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상동기 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이상동기 범죄나 살인 예고 글이 증가하는 것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사회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쟁에서 도태된 청년들이 보통 사회와 단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특징이 커뮤니티를 통해 자존감을 얻는다는 것이고, 실제 범행을 저지르거나 살인 예고 글을 올리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사람들의 반응에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심리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열등감이나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은 전문가 상담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상담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며 “누구나 자연스럽게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선진국 사례를 들며 이상동기 범죄자들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과거부터 수십 년간 다양한 형태의 이상동기 범죄를 연구해 왔다. 범죄의 분류와 사안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를 통해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연구 조직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이상동기 범죄자들이 어떠한 환경과 요소들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현상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현장 인력만 늘리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연장 선상에서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은 범죄의 본질을 연구하거나 추적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며, 죄를 유발할 수 있는 사람들한테 자극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책임을 다른 사회에 떠넘길 수 있는 요소로, 묻지마라는 표현 자체가 잠재적 범죄자들한테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단어 사용의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이상동기 범죄의 빈도가 높은 다중이용시설 자체에 대해 보안을 강화하거나, 치안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부 교수는 “현재 경찰에서 생활안전과 관련해 현장 인력을 늘리는 건 긍정적 요소로 볼 수 있지만, 특정 장소와 시간대 검문이 강화된다고 하더라도 범죄자들은 그것을 피해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911테러 이후 다중이용시설의 보안을 강화했는데, 경찰력이 아닌 시설 자체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만성적인 경찰 인력의 한계와 다중이용시설이 범죄에 많이 노출되는 만큼, 시설 자체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시설의 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존인력 재배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며, 치안 보조 인력을 직업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찰관 수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에서 생활 안전업무에 기존 인력을 배치한다고 하는데, 당장에 현장 변화는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다른 쪽에서 업무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경찰 전체 인력 증원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치안 보조 인원을 직업화해서 치안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영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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