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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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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창원 귀산 라이더 카페 ‘브룸’

자유와 낭만이 머물다 가는 ‘라이더 쉼터’

  • 기사입력 : 2023-10-13 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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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비 때문에 눈치 보던 라이더 위한 맞춤공간
    15년차 라이더와 여친 의기투합해 5월에 문 열어

    에어드레서·헬멧 살균건조기 등 구비하고
    허기진 라이더들 위해 떡볶이·라면 등 메뉴 마련
    전라도서 공수한 ‘옛날 오토바이 오락기’도

    전국 동호회 ‘라이딩 문화’ 공유하는 만남의 장
    편견 없이 일반인도 함께 즐기는 공간 꿈꿔

    둔탁한 배기음. 손과 발끝으로 전해지는 엔진의 진동. 축축한 냄새가 나는 바람이 온몸을 쓸고 지나간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마저 오로지 내 것이 되는 자유가 느껴지는 것. 라이딩의 낭만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인 창원 귀산에는 바람에 흠뻑 젖은 라이더들이 사랑 대신 낭만을 속삭이는 카페, ‘브룸(VROOM)’이 있다. ‘VROOM’은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서 내는 영어 의성어다. 우리말로 하자면 ‘부릉부릉~’이 되겠다. 카페 ‘브룸’은 창원에 거주하는 ‘오토바이 덕후’ 송재윤(35)씨와 여자친구이자 바리스타인 정소영(31)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을 찾은 팀브라더스와 팀 프레스토 라이더 동호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을 찾은 팀브라더스와 팀 프레스토 라이더 동호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의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의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송씨는 20살 때부터 취미로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해 벌써 15년 차 라이더가 됐는데, ‘라이더 카페’는 오랜 라이더 생활을 하면서 꿈꿔왔던 공간이다. 헬멧과 무거운 라이더 재킷·팬츠·장갑·장화를 착용한 라이더들은 사람이 많은 카페는 들어가지 못하고 인적 드문 편의점 바깥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 일쑤다. 여름에는 땀 때문에 보호구에서 냄새가 나고, 라이더 장비를 갖춘 모습이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라이더 카페가 많이 활성화돼 있지만 지역에는 부족한 편이라 주행할 때마다 라이더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공간을 내가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기회가 맞아 카페를 열게 됐죠.”

    브룸에서 라이더들이 오토바이 게임기를 무료로 즐기고 있다.
    브룸에서 라이더들이 오토바이 게임기를 무료로 즐기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내부공간./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내부공간./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을 찾은 팀브라더스와 팀 프레스토 라이더 동호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을 찾은 팀브라더스와 팀 프레스토 라이더 동호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브룸’의 면면은 라이더들의 휴식에 특화됐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옷걸이와 함께 라이더 재킷과 장갑, 장화를 말릴 수 있는 에어드레서와 슈드레서, 헬멧을 말리는 장비가 구비돼 있다. 늦은 저녁 시간대 허기진 라이더들을 위해서 메뉴도 떡볶이, 라면과 같은 야식이다. 달콤한 빵과 디저트를 선보이는 귀산 카페들 사이에 ‘이단’같은 곳이다. 거기에 휴식을 취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오락기기도 구비했는데, 특히 카페 구석에 나란히 놓인 오토바이 오락기는 송씨의 피와 땀, 눈물이 담겨 있다.

    “신형 오토바이 오락기 말고 예전에 우리가 오락실에서 탔던 그 기계를 원했어요.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몇 달간 전국 오락실부터 오락기 판매 업체까지 다 전화를 해서 뒤졌는데 못 찾다가 겨우 전라도에서 하나 있다고 들어서 직접 트럭을 타고 모셔 온 거예요.” 그의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오토바이 오락기는 카페에 온 사람이라면 한번은 즐기는 명물이 됐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창가에 라이더 인형이 놓여져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창가에 라이더 인형이 놓여져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라이더들에게 맞춤복처럼 딱 맞는 ‘브룸’은 지난 5월 개장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경남 라이더는 물론 전국 라이더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브룸’의 입구 유리는 전국에서 방문한 라이딩 동호회들이 붙인 스티커들로 가득하다. 라이더 카페는 라이더들의 휴식을 넘어 라이딩 문화를 공유하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서 모인 라이더들이 서로 지역의 라이딩 명소를 공유하기도 하고, 가는 방향이 맞으면 함께 주행을 하기도 한다. 혼자 카페를 방문했다가 인연이 맞아 동호회에 들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입구에 옷걸이, 헬멧 살균건조기,어린이용 오토바이등이 마련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입구에 옷걸이, 헬멧 살균건조기,어린이용 오토바이등이 마련되어 있다./김승권 기자/
    장화 건조기./김승권 기자/
    장화 건조기./김승권 기자/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것은 건전한 라이딩 문화를 만드는 기틀이기도 하다. 창원에만 30여 개의 라이딩 동호회가 있는데, 모든 동호회의 철칙은 ‘안전’이다. 헬멧·라이더 재킷·팬츠·장갑·장화 등 보호구 착용과 법적 규제에 맞는 배기음을 준수하고 신호위반, 동차선 추월, 차간주행, 소음유발 등을 금지한다. 이런 철칙은 동호회의 ‘얼굴’이기 때문에 동호회에 소속된 라이더라면 동호회를 위해서라도 꼭 지키는 사항들이다. 사고 위험도 적어진다. 오토바이의 경우 단독 사고가 많은데, 혼자 있을 때 사고가 난다면 2차 사고 우려가 크지만 함께 주행을 하면 동료들이 사고 사후처리와 교통정리를 돕는다.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입구에 라이더 동호인들의 스티커와 글이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입구에 라이더 동호인들의 스티커와 글이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입구 이곳을 찾은 라이더 동호인의 글이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 라이더 카페 ‘브룸(VROOM)’ 입구 이곳을 찾은 라이더 동호인의 글이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김승권 기자/

    공간이 만들어지니 사람이 모인다. 송씨는 ‘주행 사랑’에는 남녀노소가 없다는 것을 요 몇 달간 느끼고 있다. “라이딩 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즐길 것 같은데, 나이는 상관이 없더라고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모여 만들어진 라이딩 동호회도 있어요. 나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우정을 쌓는 모습을 보면 ‘이게 공간의 힘이구나’ 싶어요.” 송씨는 ‘브룸’이 무엇보다 일반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를 비롯한 라이더들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오토바이 배달량이 늘어나면서 교통법규를 어기는 일부 몰상식한 배달부들로 인해 ‘오토바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부쩍 늘어났음을 느끼고 있다. 건전한 라이딩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했던 라이더들에게는 힘 빠지는 일이다. 그렇기에 ‘브룸’이 일반인과 라이더들을 연결해, 일반인은 몰랐던 라이딩 문화를 접하고 라이딩의 편견을 줄일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예전에 서울에서 특이하고 예쁜 오토바이들을 가져다 놓고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는 모터쇼를 했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라이더와 일반인들과 간격이 좁아지면 그 편견도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언젠가는 일반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행사를 해보고 싶어요.”

    주소 창원시 성산구 삼귀로 373-3

    영업시간 평일 12:00pm~02:00am

    주말 11:30am~02:00am

    instagram @_vroom_cafe


    오토바이에 앉아 웃고 있는 송재윤 ‘브룸’ 대표./김승권 기자/
    오토바이에 앉아 웃고 있는 송재윤 ‘브룸’ 대표./김승권 기자/

    송재윤 대표 인터뷰

    “여친도 반한 라이딩…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죠”

    Q. 현재 타고 있는 오토바이는?

    야마하 YZFR1다. 특별한 애칭은 따로 없고 이름 끝이 R1이라서 ‘아롱이’라고 부른다. 이 친구와 함께 한지는 이제 막 한 달이 됐다.

    Q. 오토바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

    친형이 오토바이 정비소를 했었다. 가끔 형이 뒷자리에 저를 태우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면허를 따고 ‘내 오토바이’를 살 수 있는 스무 살을 정말로 고대했었다.

    Q. 가게 오토바이 피규어, 그림 등을 사 온 것인지?

    카페를 연다고 사 온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오토바이와 관련된 것이면 뭐든 소장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 소장품 일부를 가져와서 카페에 두게 됐다. 모은 것들이 하도 많아서 집에 가면 방 하나에 소장품이 가득 차 있다.

    송재윤 ‘브룸’ 대표./김승권 기자/
    송재윤 ‘브룸’ 대표./김승권 기자/

    Q. 여자친구의 반대는 없었는지?

    처음에는 많이 반대했다. 그래도 꼭 하고 싶어서 오랜 기간 설득을 했고, 여자친구도 이제는 라이딩에 흥미가 생겨서 면허 준비를 하고 있다.

    Q. 라이딩의 매력을 얘기하자면.

    주행할 때면 잡생각이 모두 날아간다. 자동차와 달리 바람과 습기 같은 환경이 모두 몸에 닿기 때문에 하늘을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글= 어태희 기자·사진=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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