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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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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 한 자… 붓길 따라 나를 담다

체험! 문화현장 (2) 서예

  • 기사입력 : 2024-01-22 2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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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 금석서실서 초단기 붓글씨 체험
    ‘악필’ 기자, 올바른 붓 잡기부터 ‘진땀’
    사자성어 ‘일타쌍피’ 고구려체로 무한연습
    한자 의미 생각하며 화선지 위 몰두
    쓰는 사람의 감정까지 담아내는 매력

    글쟁이를 희망하던 초등학생의 유일한 독자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독자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적은 일기장 밑에 선생님의 짧은 코멘트가 달리기도 했는데, 심상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 있었다. ‘태희가 오늘은… (중략) 글자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 연습했더라면 본인의 취재 수첩을 바라보며 동료에게 “무슨 단어 같냐”고 물어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던 기자에게 문자 하나로 예술을 그리는 ‘서예’를 체험할 기회가 찾아왔다. 경남서예단체총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금석 이병남 선생의 서실인 ‘금석서실’에서다.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사자성어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붓글씨로 쓰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사자성어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붓글씨로 쓰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이병남 서예가로부터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이병남 서예가로부터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김승권 기자/

    ◇정성 들여 글자를 쓰는 것= 서예 체험은 본 기자보다 심한 악필을 가진 디지털뉴스부의 김영현 기자와 동행했다. 각자 써볼 사자성어를 정해오기로 하고 지난 18일, 창원 대방동에 위치한 금석서예를 찾았다. 조용한 서실에는 중년의 문하생들이 하얀 화선지 위로 붓을 내려 찍고 있다. 서예의 ‘서’라도 느끼려면 오랜 기간 서예를 배워야 하지만, 이날은 금석 선생의 배려로 ‘초단기’로 체험을 시작했다.

    서예(書藝)란 무엇이냐, 금석 선생의 말을 빌리면 서예의 ‘예(藝)’가 나무를 땅에 심고 있는 모습이라니 나무를 심듯 정성 들여 글자를 써 내리는 것이다. 정성들인 글자를 쓰기 위해서는 붓이 원하는 대로 흐를 수 있도록, 잡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금석 선생은 붓대 아래쪽을 잡는 쌍구법을 가르쳤다. 쥔 붓을 먹에 묻히고 가로와 세로로 한 획을 긋고 네모와 ‘8자’를 그리며 붓이 그리는 길을 익숙하게 만든다. 금석 선생이 쥔 붓은 꼿꼿하고 획도 정갈하지만, 일일 문하생들은 정신만 놨다 하면 연필 쥐듯 붓을 쥐기 일쑤다. 어색하게나마 붓을 옳게 쥐었는지 의식하게 됐을 즈음, 준비해온 사자성어를 꺼내게 됐다.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이병남 서예가의 도움으로 쓴 사자성어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들어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이병남 서예가의 도움으로 쓴 사자성어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들어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서체에 ‘나’를 담는다= 기자의 사자성어는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본다는 의미의 ‘일타쌍피(一打雙皮)’로, 효율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기자 인생의 모토기도 하다. 동행자 김 기자의 사자성어는 ‘영구업다(營求業多)’다. 큰일을 도모하고 새로운 일을 구하니 바쁘고 보람 있는 삶을 산다는 의미라는데, 금석 선생의 감탄과 한탄 섞인 웃음이 돌아왔다.

    어태희 기자가 자신이 쓴 붓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어태희 기자가 자신이 쓴 붓글씨를 들어보이고 있다.

    직접 사자성어를 써보기 이전에 금석 선생이 시범을 보인다. 우리가 선택한 서체는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고구려체’로, 투박하나 힘 있는 서체가 돋보인다. 금석 선생이 하얀 화선지에 휙휙 그려내는가 싶더니 멋스러운 사자성어가 완성된다. 기자들은 이 서체를 몇 번이고 연습하며 따라 써 본다. 화선지를 펼치고, 붓에 먹을 묻혀가며 글자를 써 내려가자 주변의 소음은 들려오지 않는다. 먹을 묻혀 흘러가는 붓길이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서예를 ‘마음의 수련’이라고 얘기하는 다른 문하생들의 말들이 이제야 떠오른다.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쓴 붓글씨 사자성어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들어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어태희 기자가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금석서실에서 쓴 붓글씨 사자성어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들어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완성된 사자성어는 기자들 인생 역작(?)이 됐다. 공통된 서체를 보며 썼지만 각자 다른 서풍(書風)이 돋보인다. 글자 하나하나에 ‘자신’이 담긴 기분이다. 함께 사자성어를 써낸 김 기자의 소감도 비슷하다. 그는 “한자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것을 담아내려다 보니 붓글씨를 쓰는 것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며 “디지털 텍스트와 달리 글을 쓴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게 서예가 주는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석 선생은 서예의 장점에 대해 “서예는 인내심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정서와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선 하나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우니 서예가가 정갈한 필체를 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고 얘기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현장을 담은 취재 수첩에 적힌 글씨는 다른 날보다 더 분명하고 힘 있게 새겨진 기분이다.

    글= 어태희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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