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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무전공 대학 입학 제도와 현실- 허철구(창원대 인문대학장·국어국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3-31 20: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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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대학가에서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 제도가 뜨거운 화두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정원의 최소 25%를 무전공으로 선발하고 2026년부터는 30%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신입생은 학문적 탐색 과정을 거쳐 2학년부터 자신의 전공을 선택한다.

    교육부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하여 무전공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올해 총사업비 5710억 원 규모이다. 특히 사업비의 60%는 해당 제도를 도입해야만 지원 자격이 생기니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으로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전공 선택의 문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대입 수험생이나 학부모로서는 이 제도를 반길 수도 있다. 특정 전공을 하고 싶은데, 입학 커트라인은 높고, 그래서 무전공으로 입학하여 2학년 때 학과에 진입하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사례로 들듯이 미국의 MIT처럼 절반 이상의 학생이 컴퓨터 사이언스를 택하면서도 수학, 철학 등 기초학문도 충실히 보장될 수 있는 모델이라면 대학에서 반대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도 대학가에서는 지난 1월 24일 전국 인문대학장협의회, 2월 22일 전국교수연대회의 등의 성명서에서 보듯이 이 제도가 특정 인기학과로의 쏠림, 특히 기초학문의 위축 현상을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점에서 강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무전공 입학생의 학사 지도 방치 우려 등 부대적인 문제도 작지 않다. 사실 전공의 경계가 흐릿해진 빅블러의 시대에 맞는 학과 간 벽 허물기라고 하지만 결국은 전공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그 취지도 모호하다. 벽 허물기보다는 특정 전공의 방 넓히기 또는 좁히기라는 느낌이 더 든다.

    문제의 출발은 대학의 주체적인 판단에서 나온 방식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당연히 무전공 입학 제도도 교육 정책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대학 스스로 자신의 요구와 환경에 맞추어 추진할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전공 입학 제도 자체가 절대선은 아니므로 대학 상황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대학들이 해당 제도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교육적 가치관보다는 재정적 압박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학 등록금이 15년간 동결되어 있고 학생 수의 감소로 미충원 사태까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 상태는 열악하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한다면 소규모 강좌 운영 등 기초학문 분야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비는 원래 대학 운영에 쓰이던 것이고 올해 25% 증액되었다고 해도 그 정도로는 미국의 유명 대학의 예처럼 특정 전공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도 기초학문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의 한 사례로서 합천의 한 중학교는 학생 수가 9명이고 교사 수는 12명이다. 경영 면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이지만 교육적 의의는 매우 높다. 의무교육이기에 가능한 현상이지만 대학에서 이러한 운영 철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무전공 입학 제도라고 해도 현실에 맞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대학의 상황과 의지와 교육철학에 맞게 주체적으로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그것만이 올바른 제도인 양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대학에 따라서는 기초학문의 위축을 비롯한 상당한 파행과 어려움이 예견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기초학문이 외면당한 지는 오래되었다. 근래 십여 년간 해당 분야의 폐과가 이어져 왔다는 현실적 경험을 비추어 보더라도 이러한 현장의 우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오늘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듯이 학문 간 불균형한 발전도 결국은 심각한 폐해로 돌아온다. 시장 경제의 논리에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학문도 골고루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허철구(창원대 인문대학장·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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