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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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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다음 이정표-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기사입력 : 2024-04-30 19: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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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의 통찰에 따르면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칼 포퍼의 역사법칙주의 비판도 이런 통찰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수학적 사고로도 입증된다. 시간을 AB라는 긴 직선으로 비유할 때, 현재라는 시점 C에서 미래의 시점 D를 향하다가 어떤 선택으로 약 1°의 각이 벌어질 경우 그 시점에서는 D와 벌어진 D′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지만 그 길이가 100년 200년…이 되면 당초의 D와 벌어진 D′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지는 법이다. 역사의 진행이 꼭 그와 같다.

    그래서다. 그래서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라는 시점에서 그 각을 벌릴 때, 새로운 선분 CD′가 어디를 지향하게 될지를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D′라는 지점은 어디인가. 이정표가 필요하다.

    20세기 이후 우리나라의 이정표는 비교적 선명했다. 전반부는 ‘독립’이었고 후반부는 ‘근대화’(경재개발-공업화)였고 이어서 ‘민주화’였다. 그 여정은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과 같은 번영을 이룩했다. 군사력 세계 5위, 경제력 세계 10(~12)위, 종합국력 세계 6위, 대략 그렇게 평가된다. 기술력과 문화력은 부분부분 세계 1위다. 불과 한 세기 전,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였고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음을 상기해보면 가히 천지개벽의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이정표를 세워준 인물들, 이승만, 김구, 박정희, 3김… 등 정치지도자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등 경제 지도자들, 돌이켜보면 그들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하늘의 선물이었다. 물론 그 깃발을 따라 피땀을 흘리며 걸은 민초들의 공로는 말할 것도 없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진행중이다. 그러나 그들의 공을 배제하고 지금의 성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과는 과대로 따로 논해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고 ‘앞으로’다. 왜? 우리는 여기서 만족하며 주저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 우리의 갈 길은 창창하고 우리는 아직도 위상에 배고프기 때문이다. 우리의 숙명적 라이벌인 이웃 중국과 일본을 보라. 얄미운 저들은 지금도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 여러 지표에서 저들은 세계 2위와 세계 3위다. 자존심 상하지 않는가. 저들을 추월하고 싶지 않은가. 황당한가? 아니다. 저들에 대한 추월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아니, 우리의 신성한 의무다. 당연히 가능하다. 어떻게? 아주 간단하다. 저들과 질적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덩치로는 애당초 승산이 없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더욱이 남북 분단으로 우리는 일개 소국으로 쪼그라들어 있다. 소모적인 남북 대결로 비용 지출도 막대하고 위험 부담도 항상 안고 있고 그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승부가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질적인 고급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게 ‘선진’이라는 이정표다. G7에 당연히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통일’도 당연히 포기할 수 없다. ‘반쪽’을 잃고서 어찌 나를 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북조선’은 절대 외국이 아니다. 이어서도 안 된다. 3만 탈북자를 보더라도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은 1초 만에 확인된다.

    그래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선진과 통일을 향해 1°의 각을 벌려야 한다. 상향의 각이다. 그리고 그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정치가 그 이정표를 세워줘야 한다. 왜냐면 그게 현실의 힘이기 때문이다. 20세기도 결국은 정치가 경제를 움직였고 경제가 백성을 움직였다. 문화도 정치와 절대 무관할 수 없다. 정치의 중요성은 대철인 공자와 플라톤도 이미 이천 수백 년 전에 인식하고 있었다. 공자가 제나라로 수레를 향하고 플라톤이 시라쿠사로 배를 띄운 것도 다 정치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기다려보자. 조만간 그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기를. ‘선진’과 ‘통일’이라는 이정표다.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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