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3일 (일)
전체메뉴

[촉석루] 왜 써야 하는가- 백남오(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24-05-02 19:30:17
  •   

  • 왜 글을 써야 하는가. 왜 쓰지 않으면 안 될까. 현대인들은 글을 쓰지 않고서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업무는 물론 매일 접하는 이메일,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소통도구가 모두 글쓰기와 연결되어 있다.

    신체의 일부와 같은 스마트폰의 카톡이나 문자 전송까지도 번득이는 기지가 필요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글을 써야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첫 번째는 삶을 기록하는 일이다. 역사는 기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아무리 중요한 사건이 존재했다 할지라도 기록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시간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인생에서 소중한 삶의 한때 역시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행복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글을 쓴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을 다시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문제는 이런 중대함을 잊고 비본질적인 것에 연연하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움도 많다.

    돈을 버는 목적도,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의 내용도 그러하다. 삶의 목적 자체를 자식의 성공과 출세에 두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자식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동전 한 푼이라도 아까워서 손이 떨린다. 입고 싶은 옷 한 벌, 먹고 싶은 식사 한 끼도 망설인다. 친한 친구에게 밥 한 끼 산다거나,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기는 상상 자체가 불가할 것이다. 그런 삶은 또한 얼마나 아프고 고달프겠는가.

    돈은 벌어서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정도다. 자식에게는 물질보다는 내 삶을 기록하여 유산으로 남겨줄 것을 제안한다. 나는 살면서 이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했다고,이럴 때 사랑하며 기뻐했다고, 삶을 담보로 한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이런 선택을 했노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정신적인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값진 보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삶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세상에 전할 수 있다면 빗돌에 새겨두는 이상의 효과로 남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백남오(문학평론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