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18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사리분별은 누구에게 필요한가- 정은상(경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4-05-06 19:18:11
  •   

  • 프루던스(prudence)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리분별의 개념에 가깝다. ‘지혜로운 행동’ 혹은 ‘실천적인 지혜’로 번역되기도 한다. 라틴어로는 프루덴티아(prudentia)인데, ‘앞을(porro) + 보다(videns)’란 의미의 합성어이다.

    그렇다면 사리분별이란 무엇인가. 과정과 결과를 살피고 예측하여 초기 조건을 제어하는 것이 사리분별이다. 다시 말해서, 사리(事理)를 분별(分別)하는 일이다.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닌 것 같고, 사자성어로 보기에도 너무 단조롭게 결합되어 있지만 생각할수록 심오해지는 말이다. “지금은 귀천의 분별이 없어졌다”처럼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름한다는 의미도 있다. “분별 있게 행동하다”와 같이 세상 물정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일에 대하여 배려하여 마련한다는 뜻도 있다.

    사리와 분별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사리는 무엇인가. ‘일의 이치(理致)’다. 일이 비롯되거나 되어가는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대응하고 조치하고 행동하는 것 모두를 ‘사리’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사리는 ‘일을 제대로 다스리는(理) 것’을 의미한다. ‘사리에 맞다’는 말은 그런 의미들이 적용된 표현이다. 사(事)와 리(理)를 서로 맞서는 것으로 이해해서 겉으로 드러난 일을 사(事)라 하고, 그 사 뒤에 숨어있는 속의 결인 무늬 혹은 속의 진실을 리(理)라고 볼 수도 있다.

    분별(分別)은 일의 이치나 일의 다스림으로 읽는다면, 그 이치나 다스림을 분별한다는 뜻이 된다. 이때는 일이 그 이치(理致)대로 잘 적용되고 실현되었는가를 따지는 것이며, 또 일이 잘 다스려졌는가를 보는 것이 바로 ‘분별’이다. 드러난 것과 속에 감춰진 것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분별의 작동이다.

    사리분별이라 할 수 있는 프루던스는 비단 정치인이나 외교인들에게만 적용되는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누구나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주체적인 인식과 행동의 결과로 행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설정한 사리를 내가 결정한 방식으로 분별하는 주체성의 실현이어야 진짜 사리분별이다.

    정은상(경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