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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9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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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공간] 거제 ‘고당아트센터’

예술가는 창작을… 여행객은 눈호강을… 섬마을 폐교의 화려한 변신

  • 기사입력 : 2024-05-08 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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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동리 바닷가 고당마을에
    방치됐던 옛 법동초
    거제 토박이 곽지은 작가 통해
    서미자·천원식·정희정 등
    창원서 활동하는 작가들 모여

    주로 창원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별안간 거제에 둥지를 틀었다기에 단순히 그 연유가 궁금해서 길을 나섰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정보도 기대도 가지지 않은 채 당도한 거제, 그들의 공간에 빠져들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이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는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의 옛 법동초에 개관해 운동장이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거제 고당아트센터는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의 옛 법동초에 개관해 운동장이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 입구 바닷가의 옛 법동초에 개관한 고당아트센터./김승권 기자/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 입구 바닷가의 옛 법동초에 개관한 고당아트센터./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옛 법동초 운동장./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옛 법동초 운동장./김승권 기자/

    거제 둔덕면에서 거제면으로 향하는 중에 만날 수 있는 법동리 바닷가의 고당마을. 마을 입구를 지키는 경로당 옆으로 짙은 녹음이 돋보이는 폐교(옛 법동초)를 맞닥뜨렸다. 절대로 필자가 길치라서는 아니고 이렇다 할 이정표가 아직은 없는 까닭에 마을 한 바퀴를 돌아서 찾아왔으므로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드는 찰나, 발 하나를 들여놓았더니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걸음을 재촉했다. 학교라기엔 자그맣고, 운동장 자리를 채운 풀과 나무들 덕에 정원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고당아트센터’다.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 입구 바닷가의 옛 법동초에 개관한 고당아트센터.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 입구 바닷가의 옛 법동초에 개관한 고당아트센터.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 입구 바닷가의 옛 법동초에 개관한 고당아트센터./김승권 기자/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고당마을 입구 바닷가의 옛 법동초에 개관한 고당아트센터./김승권 기자/

    마침 센터에 누군가 들어갔을 때 한 여성은 막 꽃을 심고 난 복장으로 운동장 앞 티테이블을 치우고 있어 보니 서미자 서양화가였다. 뒤이어 건물 중앙 미닫이문을 열고 나와 ‘작업복을 좀 갈아입고 오겠다’던 남성은 천원식 조각가였으니, 대체 이곳은 뭐 하는 곳이며 저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창원이라는 동네가 인구 밀도가 높다 보니 작업할 때 문제가 있어요. 회화 미술은 실내에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조각은 한계성을 가지거든요. 모델링, 흙 작업 이런 거 빼고는 나무를 태운다거나 돌, 철조 등 소재를 다룰 땐 소리, 냄새, 먼지가 생겨나잖아요. 도심지에선 할 수 없는 작업들을 실행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천원식 조각가의 말이다.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작은 미술관으로 가는 1층과 2층 사이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김승권 기자/
    작은 미술관으로 가는 1층과 2층 사이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김승권 기자/

    그러니까 여기는, 제대로 된 작업을 하고 싶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다. 그리고 미술관이다. 1층은 주로 입주작가들의 숙소와 천원식 조각가의 작업실로 쓰인다. 2층은 건물을 마주 보고 왼쪽이 고당작은미술관이며, 오른쪽 공간들은 곽지은·서미자·정희정 작가의 작업실이다. 건물 외부엔 테이블과 의자, 천원식 조각가가 갖다 놓은 여러 조각 작품들과 꽃,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천원식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천원식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창원에서 빨라도 1시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우거지다 못해 건물 전체를 가릴 정도의 숲을 이루면서 마을로선 골칫덩이가 따로 없었을 이곳이 이들의 보금자리이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거제 토박이이자 고당아트센터 대표를 맡은 곽지은 작가의 영향이 컸다. 취재에 나섰던 5월의 첫날, 센터를 지키던 천원식·서미자 작가에게 이곳과 그들의 이야기를 물었다.

    곽지은 작가의 작업실./김승권 기자/
    곽지은 작가의 작업실./김승권 기자/
    곽지은 작가의 작업실./김승권 기자/
    곽지은 작가의 작업실./김승권 기자/
    곽지은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곽지은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마을에선 오랜 기간 흉물처럼 방치된 이곳 학교부지의 활용처를 고민 중에 이곳 출신인 곽지은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곽 작가는 서미자 작가에게 폐교 이야기를 했고, 서 작가가 천원식 작가와의 만남 중에 “혹시 폐교 같은 데 들어갈 생각 없냐” 물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게 2022년 9월쯤이었다.

    “말이 작업실이지 이게 건물을 운영, 관리해야 하거든요. 우리만으로는 엄두가 안 나던 중이었어요. 예전부터 천 작가님을 뵈어보니 작품은 물론 일을 너무 시원스럽게 하셨던 기억이 있고 그래서 말씀드렸죠.” 서미자 작가의 말이다.

    마침 천 작가는 자신의 고향 통영에서 폐교를 구할 수 있을까 궁리 중이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더란다. 서 작가에게 이야기를 듣고는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곤 했지만 다음 날 이곳으로 향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이 익숙했는데, 입구에 당도했을 때는 자신의 고향 마을인 통영 사량도가 떠오르는 형상에 ‘이곳이다’ 싶었다고 한다.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 천원식(왼쪽),서미자 작가가 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 천원식(왼쪽),서미자 작가가 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그 길로 마음을 정하고는 얼마 뒤 마을 이장님을 만났다. 이장님이 학교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을 묻기에 천 작가는 작업실과 미술관, 농어촌체험 겸 미술체험 학습 개최와 같은 내용들을 준비해 센터 옆 경로당에서 보고했다. 특히 이곳 부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작품을 갖다 놓았다고 가정한 뒤 ‘조각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이장님은 그 길로 천 작가의 계획을 들고 거제교육지원청에 가서 건물관리권을 받아왔다고.

    “이건 저희밖에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건물에 투자 많이 안 해도 되고 마침 제 조각 작품이 있으니 작품 갖다 놓고 꾸미면 된다 싶었죠.”

    지난해 여름 즈음부터
    풀 베고 꽃 심고 정원 가꾸며
    손수 리모델링 나서
    지난 1월 19일 개관기념전 열며
    작업실·미술관으로 탄생

    지난해 봄이었다. 이후 여름이 지날 즈음부터 풀을 베고 텃밭을 꾸미고, 건물 페인트칠부터 내부 수리 등에 나서며 지금의 센터가 탄생했다. 정확히 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건 지난 1월 19일 개관 기념 3인전(곽지은·서미자·천원식)을 열면서다.(정희정 작가는 이후 이곳 멤버로 합류했다)

    정희정 작가의 작업실./김승권 기자/
    정희정 작가의 작업실./김승권 기자/

    서미자 작가는 이곳의 모습으로 파리의 로베르네 집을 꿈꾼다. 파리 리볼리가 59번지 ‘유쾌한 무법자들의 아틀리에’라고 불리는 곳.

    “거기가 처음에는 폐건물이었던가. 파리 같은 경우에는 세가 너무 비싸잖아요. 작가들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작가들이 거기를 무단 점거한 거예요. 작업실로 쓰면서 1년에 한 번씩 전시도 하고. 이러다 보니 어느덧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죠. 지금은 거기 시청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천 작가님도 그렇고 다들 작품 열심히 하고 작품성도 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저희도 그래서 고당미술관에 가면 이런 유명한 작가들이 괜찮은 작품을 하고 있다, 거기다 아름다운 공간까지 있다 이렇게 되었으면 합니다.”

    서미자 작가가 폐교 2층에 마련된 개인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서미자 작가가 폐교 2층에 마련된 개인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서미자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서미자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서미자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서미자 작가의 작업 도구./김승권 기자/

    분명 시작은 작업실이었지만 작가들 모두가 꽃을 심고 건물을 관리하는 데 진심이다. 천 작가는 주력 사업이 ‘조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건물 앞에 있는 네모 모양의 조그만 텃밭을 건물 뒤로 옮기고는 지천에서 구할 수 있는 굴 껍데기를 이용해 크게 하트 모양으로 꾸밀 생각에 신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을 들인 건 건물 2층 작은미술관이다. 지금은 교실 하나 정도 크기의 공간과 복도까지를 이루는 전시장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展’을 열고 있다.

    현재 도내 작가 45인 참여
    ‘ART라운지’전 진행 중
    천 작가, 조각공원 조성 고군분투
    마을 제안에 카페도 고민
    “꼭 들르고 싶은 장소 만들고파”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2층 고당 작은미술관에서 도내 작가 45인이 참여하는 ‘ART라운지 전’이 열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곳 관장을 맡고 있는 천원식 작가는 “고당 전시장이 다른 어떤 전시장보다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잘 돼 있다 자부한다. 나중에 원로 작가님들을 모시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큰소리치면서 초대할 수 있는, 누가 보더라도 거기 가면 전시 볼 만하다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작업실이자 품격 있는 전시 공간, 그리고 조각공원 같은 명소까지. 천 작가는 이곳을 일부러 들르고 싶은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부산 가는 길에 거제를 들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이곳에 오고 싶어서 거제에 오는 그런.

    고당아트센터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옛 법동초 운동장./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옛 법동초 운동장./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옛 법동초 운동장./김승권 기자/
    고당아트센터 조각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 옛 법동초 운동장./김승권 기자/

    조각공원을 만들겠다 목표한 천 작가는 올해 중으로 방문객들에게 포토존이 될 만한 조각작품 두서너 점을 만드는 걸 목표로 고군분투 중이고, 다른 세 작가도 이곳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천 작가 말로, 누구든 오면 사진기를 꺼내고 싶은 곳을 만들기 위해. 마을의 제안으로 센터 부지 구석의 콘크리트 건물에 카페도 고민 중이다.

    지난 1월 이들이 소리 소문 없이 문을 연 고당아트센터는, 이곳을 메운 풀과 나무들처럼 오늘도 자라나는 중이다. 5월 첫날에 본 이곳과 6월, 7월의 모습은 분명 다를 것 같다.

    글= 김현미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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