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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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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보며] 어버이날 그리고 부모 마음 - 김정민(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4-05-08 21: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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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에 학원을 갔다가 집으로 곧장 돌아오던 딸아이의 귀가 시간이 어제는 다소 늦어졌다. 도착할 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자,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거니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딸 어디야? 언제 와?”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에 연락이 닿으니 집 앞에 도착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키패드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딸이 작은 선물을 담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그리고 “아빠, 이리와 봐요”라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고는 수줍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얼떨떨하면서도 흐뭇한 마음에 “고마워. 딸”이라고 안아줬다. 올해 중학교 1학년으로 진학해서 그런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닐 때 어버이날을 맞아 그림을 그리고, 써 주던 카드와는 사뭇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소파에 앉아 벅찬 기분을 느끼면서도 딸아이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입에 맴돌았다. “아빠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사랑해.”

    슬며시 부끄러움이 나를 향한다. 주말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저녁 한 끼를 했지만 오래 담소를 나누지도, 카네이션도 달아드리지 못하고 돌아왔던 터라 감사한 마음은 잊은 채 의례적인 형식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반성과 아쉬움이 밀려 왔다. 그러면서 딸아이의 나이 때 부모님께 용돈을 모아 선물을 드리고 카네이션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있었는지 되돌아봤다.

    새삼 상처되고, 후회되는 일들이 떠오른다. 혼자 고민하면서도 탈출구를 찾지 못해 배회할 때 “잘 지내고 있냐. 밥은 챙겨 먹냐”며 걱정하셨던 아버지. 자주 술에 취해 힘에 부쳐 토하던 나의 등을 쓰다듬고 갱시기죽을 끓여주신 어머니. 뜻대로 되지 않거나 속이 상해 괴로워할 때도 부모님은 언제나 묵묵히 기다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부모님의 고마움을 알아갈 나이가 되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셌고, 눈과 입가에는 거친 잔주름이, 얼굴과 팔, 다리 곳곳에는 짙은 검버섯이 자리했다.

    세대가 바뀌고 풍속도 변했지만, 그래도 부모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데 혹여나 지원이 부족하지는 않는지. 자식 부담되지 않게 60세가 넘어서도 힘겹지만, 돈벌이에 나서는 것 모두, 부모의 마음은 자식을 향한다.

    어버이날은 낳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한 날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부모가 자식을 더 애틋하게 생각하는 날로 다가오기도 한다. 예전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무엇인지’ 물어본 설문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당시 답변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렸다. 2위는 ‘선물 필요없다. 너희 살림에 보태라’ 였고, 3위는 ‘바쁜데 내려오지 마라’, 4위는 ‘내가 오래 살면 뭐하니. 너희만 고생이지’ 였다. 1위는 ‘아픈 데 없다.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라’ 였다.

    영화 ‘에반 올마이티’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용기를 달라고 기도한다면 신은 용기를 주실까요 아니면 용기를 가질 기회를 주실까요. 가족과 더 가까워지기를 기도한다면 신은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을 주실까요 아니면 서로를 사랑할 기회를 주실까요?”. 자식을 언제나 기다려주는 부모님께 평소에 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 드리는 건 어떨까. 이번 주말 찾아봬도 좋을 일이다. 비록 어버이날이 지났어도 자식이라는 존재는 부모에게 그 어떤 선물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정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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