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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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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029) 불학노쇠(不學老衰)

- 배우지 않으면 늙고 쇠약해진다

  • 기사입력 : 2024-05-14 08: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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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원장

    필자가 어릴 때 “건강한 사람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흰죽만 먹고 석 달 누워 있으면 다 죽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 육체가 쇠약해져 힘이 다 빠지고 면역력이 없어져 온갖 병이 달라 들어 결국 죽고 만다는 것이다. 사람의 육체는 쓰지 않으면 곧바로 쇠퇴한다.

    사람의 머리도 그와 꼭 같다. 쓰지 않으면 늙어 쇠약해져 버린다. 운동을 하면 몸이 점점 좋아지는 것처럼, 정신활동을 계속하면 머리도 건강도 점점 좋아진다. 그래서 송(宋)나라 때 대학자 이천(伊川) 정이(程)가 말씀하시기를, “배우지 않으면 곧 늙어 쇠약해진다[不學, 便老而衰.]”라고 하셨다. 몇몇 사람들에게 이 말을 했더니,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 “공부한다고 늙지도 않고 쇠약해지지도 않을까?”라고 말하며 믿지 않으려고 했다.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탐구심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책을 구해 읽고, 새로운 사실을 알고, 새로운 것을 실천하고, 현실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하면 모든 정신작용이 활성화된다. 그러면 희망이 생기고, 보람이 생기고, 모든 일이 즐거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부분 60세를 기준으로 퇴직한다. 지금 백세 시대에 60세는 한창이다. 퇴직한 이후에 사는 기간이 평균 직장생활한 만큼의 기간이 된다. 퇴직 후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의 성취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퇴직한 이후의 활동이 대략 세 부류로 나누어지는 모양이다. 60세에 퇴직하고 나면, 아주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은 모여서 골프 치고 식사하고 해외여행한다고 한다. 보통 정도 되는 친구들은, 당구 치거나 고스톱 치거나 하다가 친구하고 밥 같이 먹고 헤어진다고 한다. 아주 돈이 없는 친구들은 친구도 안 만나고 김밥 싸가지고 등산한다고 한다. 그런데 퇴직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기는 늙었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재미를 못 느끼고 매일매일을 의미 없이 보낸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즐겁고 쉽게 늙지도 않고, 또 할 일이 생긴다. 올해 만 104세가 된 김형석(金亨錫) 교수가 얼마 전 ‘백년의 지혜’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지은 대부분의 책은 90세 이후에 낸 것이다. 지금도 지팡이 짚지 않고 혼자 다니고, 1년에 200여 차례 강연을 한다. 서울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지방까지 다니면서 강연을 한다.

    이분에게 건강비결을 물었더니 “정신적으로 지금 내가 늙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멈추지 않는 지적(知的) 성장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습니다. 반대로 성장을 멈추면 40대에도 늙을 수 있지요. 성장을 계속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공부를 계속해야 해요. 감성을 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식이 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라고 했다. 정이천(程伊川)의 말씀 그대로 실행하는 분이 바로 김형석 교수다.

    김형석 교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한문학계(漢文學界)의 대가인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 : 1917~2000) 선생과 벽사(碧史) 이우성(李佑成 : 1925~2017) 선생 등도 정년퇴직 이후에 십수 권의 저서를 냈다.

    * 不 : 아니 불(부). * 學 : 배울 학.

    * 老 : 늙을 로. * 衰 : 쇠약할 쇠.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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