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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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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왜 기록하고 보존해야 하는가?- 편도정(경남도의회 의사담당관)

  • 기사입력 : 2024-05-19 1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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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KBS에서 50주년 기획드라마로 ‘고려거란전쟁’을 방영했다. 드라마 전개를 두고 소설 원작가와 드라마 작가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줄거리와 줄거리 사이를 이어줄 기록들이 없어 발생된 일이다. 또한 사료(史料)의 부족으로 당시 입었던 갑옷조차 제대로 고증해낼 수 없었다고 한다.

    둔필승총(鈍筆勝聰)은 ‘어설픈 기록이 총명한 기억보다 낫다’는 뜻으로, 18년 유배지에서 50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정약용이 강조한 말이다.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의 ‘조선왕조실록’과 임진왜란 7년의 ‘난중일기’, 사마천은 성기가 잘리는 궁형(宮刑)의 치욕에도 자살하지 않고 불후의 명작 ‘사기’를 남겼다.

    경상남도의회는 1952년 60명의 의원으로 출범하여 5·16 정변으로 단절되었다가 30년이 지난 1991년 경남도청 내 제4대 의회가 들어서면서 그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부활된 제4대 이후의 기록과 자료들은 회의록과 전자파일 형태로 보존되고 있으나, 1950년대의 제1대, 제2대의 9년간 발자취에 대한 회의록과 자료들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개인 삶의 기록(記錄)은 記(기록할 기)를 사용하고, 역사적 사실의 기록(紀錄)은 큰 줄기를 뜻하는 紀(벼리 기)를 사용한다. 개인이 기록으로 삶을 성장시킬 수 있듯이 역사는 기록으로 후대에 사실 확인의 원천과 값진 가르침을 전한다.

    니체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살면서 우리는 반드시 영혼의 상처를 입게 되고, 상처가 깊으면 기억도 깊어지는 법이다. 어찌 보면 정보화 시대에 과잉정보로 파생되는 과부하와 기억의 아픔이 남긴 흔적들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는 차라리 ‘더하기’보다 옵션을 없애버리는 ‘빼기’가 답일 때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다르다. 우리의 미래는 확정되어 있지도 않고, 아는 사람도 없다. 다만 과거를 교훈 삼아 내일을 예측하고 그 예측 속에서 오늘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준비하는 것이다. 역사의 가르침을 모르는 국민은 비전을 보지 못한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 6·25전쟁도 잊은 채 우리는 역사의 쳇바퀴를 간과하고 있지 않은지 이 시점에서 되새겨볼 일이다.

    편도정(경남도의회 의사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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