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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서민 밤풍경-창원 상남동·중앙동 마산 창동 르포

  • 기사입력 : 2006-12-30 2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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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달픈 오늘… 내일이 있어 웃지요


    2007년을 며칠 앞둔 27, 28일 늦은 밤. 마산시 창동 거리 양쪽 가로수에 내걸린 색색의 수많은 전구가 일제히 빛을 발한다. 머리 위에는 만국기가 펄럭인다. 창원 상남동과 중앙동, 역시 화려한 간판 조명에 휩싸였다. 휘황찬란하다. 하지만 창원 상남동의 거리는 몰려드는 인파로 붐비지만, 창원 중앙동과 마산 창동의 거리는 한산하다.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경기로 서민들은 고단하고 힘들다. 세밑, 서민들의 한숨과 희망을 들어본다.

    ◆찹쌀떡 파는 아저씨

    "찹쌀떡~~!!" 귀에 익은 외침이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창원 상남동 밤거리를 쩌렁쩌렁 울린다.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다니며, 목이 터져라 "찹쌀떡"을 외쳐대는 김성필(37·가명)씨. 상남동의 명성(?)을 듣고 부산에서 창원까지 출장을 왔지만, "기름값도 못건지겠다"며 울상이다.

    그는 "10개들이 찹쌀떡 한 포장에 3천원을 받지만, 하루에 10개 이상을 팔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내쉰다. 식품회사 냉동탑차를 운행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실직당한 김씨는 길바닥에 내몰릴 수 없어 3년전부터 그가 말하는 '이짓'을 시작하게 됐다. 그래도 작년, 재작년까지는 하루에 40~50개를 팔며 "입에 풀칠은했다"지만, 올해는 딴판이란다. 서민들의 음식이며, 40대 이상의 성인들에게는 추억을 가져다 주는 '찹쌀떡'도 불경기 앞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김씨는 "내년은 더 어려워진다는 말도 들려 잠이 안온다"며 근심 실린 무거운 총총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꽃 파는 여인

    밤 7시. 창원시 중앙동 일대 번화가가 휘황찬 네온사인으로 뒤덮이자 노점상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캔버라 호텔 맞은편 노상에서 꽃을 판매하는 김영숙(50·여)씨.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털모자 하나만을 푹 눌러쓴채 손님들 맞이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가격을 묻기는 하나 꽃을 사가는 모습은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매출이 절반이나 줄어들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올 한 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또 새해를 기다릴뿐"이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대리운전 기사

    중앙동의 밤이 깊어지면서 대리운전기사들의 수도 눈에 띄게 늘어난다. 밤 10시가 가까운 시각. '청와대 대리운전'이라는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소형 승용차 안에서 네명의 대리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며, 힘겨운 한숨을 내쉴 뿐이다. 연말인데다 음주단속이 강화되면서 대리운전회사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리기사 이일철(42·가명)씨는 "연말에 대리운전이 잘 된다는 것도 다 몇몇 대형회사들에 국한된 얘기다"면서 "저녁 7시에 나와 지금껏 한번도 핸들을 잡지 못했다"는 푸념이다. 이씨는 "새해에는 대통령도 새로 뽑고 하니 제발 좀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정류장 가판대

    마산 창동거리.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트리도 겉도는 느낌이다. 코아양과 옆 버스정류장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박귀희(75·가명)할머니는 "장사가 잘 되세요"라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한평이 채 안되는 공간에서 신문과 로또, 껌 등을 팔지만 올해는 유독 수익이 적단다. 20년을 일하면서 신문판매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로또가 그 몫을 대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기 불황에 고용불안마저 맞물려 민생고가 힘들어지다보니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것. 박 할머니는 "경기가 회복돼 창동거리가 예전처럼 번창하고,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축 처지지 않은, 밝고 활기찼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부림시장 야채장사

    창동거리로 사람들의 모습이 점차 늘기 시작한 저녁 8시30분. 부림시장 한편에서 배추와 시금치 등 야채를 파는 김인애 (67·가명)할머니는 주섬주섬 물건을 정리한다. 이 시간부터는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새벽 6시에 나와서 분식점 상인들에게 조금 팔았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라는 할머니의 보자기는 머리에 이기에 무척이나 무거워보인다. 23년째 장사를 하는 할머니는 "이 장사도 이제는 접어야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좌판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식들 공부와 결혼까지 시켰다는 할머니는 "길거리에서 일하는 모습을 다 큰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이제는 불편하다"며 "다만 내년에는 지역 경기뿐 아니라 재래시장이 되살아나 상인들이 힘낼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택시운전기사

    밤 9시 마산 코아양과 앞. 꼬리에 꼬리를 문 택시 행렬이 눈에 띈다. 5년째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이하우(58)씨는 "그나마 연말이라 그런지 조금 낫다"고 한다. 그러나 밤시간대 대리운전이 호황이라 수입이 그렇게 는 것도 아니다는 하소연이다.

    예전, 손님이 택시를 탔을 때는 정치 얘기 등 운전기사와 대화를 가졌지만 이제는 많이 사그러들었단다. "세상 사는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얘기도 했는데, 이제는 정치에 실망을 많이 하고 신물이 났는지 말을 아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자신도 더 이상 정치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내 승객이 타자 "내년에는 LPG 특소세가 폐지돼 택시기사들의 숨통을 좀 틔워줬으면 좋겠다"고 소리친다.    김정민·이헌장기자 isgu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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