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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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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순례 - 진주(2)

  • 기사입력 : 2007-02-12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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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성 곳곳 민족의 숨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찾아온 2월은 인생에 있어서는 하루를 여는 아침이다.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이른 아침에 떠나는 여행은 답답한 일상 속에서 활력을 찾는 방법이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여행길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했던 삶을 채워 가기도 한다. 그래서 길을 떠나는 여행은 항상 새로움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월아산 청곡사·두방사]

    문산에서 지방도로 1009번을 따라 들어가면 유럽풍의 건축양식을 닮은 카페들이 서너 곳 보인다. 길가에는 머지않아 봄이 오면 함박눈 같은 이화를 피워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청곡사와 두방사를 안고 있는 월아산(해발 482m)은 구릉을 이루고 있지만. 숲이 아름다운 아담한 산으로 진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청곡사는 신라 헌강왕 5년 (872)년에 도선 국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고려 우왕 6년(1380)에 중수하였다. 경내에는 아담한 15동의 건물이 기와 자락을 부딪힐 듯 비켜서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을 봉안한 천왕문이다. 사천왕은 도난을 당하여 비어 있다. 학이 항상 날아와 앉았다는 환학루 아래로 난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다. 5월24일(음력4월8일) 석가탄신일에 맞추어 조선 경종 2년(1722년)에 조성된 국보 제302호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을 걸기 위해 박물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몇 차례 괘불을 만나기 위해 청곡사를 방문했었다. 괘불의 길이 10.4m. 폭 6.4m로 도난의 위험과 전시장소가 없어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개관 기념으로 전시하는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을 옛그늘문화유산 답사회 기행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들 때문에 인연이 되어 청곡사 절집 살림을 돌보는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무장 안병우(54·☎762-9751~2))씨는 박물관이 개관되면 통도사 박물관에 있는 괘불을 옮겨 전시한다고 한다. 이 괘불은 본존불인 석가를 중심으로 양옆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배치되어 있다. 화면 중심에 꽉 차게 배치되어 있는 석가는 얼굴이 둥글고 풍만한 모습에 상체는 짧지만 당당하고 우람하게 표현되었다.

    대웅전에 있어야 할 보물 제1232호 목조제석천·대범천의상도 도난의 우려 때문에 해인사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청곡사에 있어야 할 문화유산들이 보관할 장소가 없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찻잔을 마주하고 있는 마음이 착잡했다. 산신각 뒤편으로 돌아가면 2층 기단에 3층 탑신을 올리고 상륜부에 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을 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일반적 양식을 따르고 있는 아담한 삼층석탑이 있다. 종무소에서 나오니. 박물관 공사를 진두지휘하는 주지 스님께서 저녁공양을 하고 가라는 것을 사양하고 두방사로 가는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하였다.

    청곡사에서 두방사로 넘어가는 길은 겨울에도 진한 녹색의 기품을 간직하고 있는 산죽이 우거져 있어 답사 길에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오솔길이다. 두방사는 신라 49대 헌강왕 4년(878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아주 오래된 절집이다. 대웅전 앞마당에 가면 야트막한 다층석탑을 볼 수 있는데. 색깔과 모양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이 석탑 역시 신라시대에 조성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픈 사람의 병을 낫게 했다는 신비의 샘물로 알려진 두방암 약수를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 삼림욕장으로 내려서면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문다.

    [용강서당·우곡정]

    남해고속도로 지수 나들목에서 좌회전하면 남강이 흐르는 주변에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들판을 가로질러 가면 옛 선비의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용강서당은 지수면 압사리 마을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 흔한 이정표라고는 없는 길을 찾아가다 대문이 열려 있는 집으로 들어가 물을 한 사발 청했다. 따뜻한 양지에 앉아 곡식을 손질하던 김상철(75) 이윤선(71)씨 부부는 3남1녀 모두 장성하여 도회지로 나갔다고 하면서.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어른 주먹보다 더 큰 감을 건네준다. 할머니가 후하게 내놓는 결명자. 노란콩. 검은콩을 몇 되 샀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답사 여행하다 보면 인심이 좋은 고향 어머니 같은 포근함을 덤으로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용강서당은 조선 명종·선조 때 이조판서와 대제학. 경연관을 지낸 동강 김우옹 (1540∼1603)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이 서당은 1902년에 지었으며. 전체적인 구조는 배우는 공간인 서당이 앞쪽에 있고 그 뒤로 사당과 판각을 보관하는 전각이 나란히 옆으로 배치되어 있다. 서당은 앞면 5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으로 꾸몄다.

    배롱나무가 봄을 기다리는 용강서당을 나와 산모롱이를 돌아 사봉면 사곡리 언덕 위에 있는 우곡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곡정은 고려말 대사헌을 지냈던 우곡 정온이 조선 태조의 역성혁명에 반대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조용히 지내고자 태조 2년(1393)에 지은 정자이다.

    [진주성·국립진주박물관·단성석조여래좌상]

    진주는 남강이 있어 보석처럼 빛난다. 젖줄 같은 아름다운 남강을 굽어보고 있는 진주성이 있는데 더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진주성은 사적 제118호로 면적은 16만8천944㎡이고. 원래 토성이던 것을 고려 우왕 5년 (1379)에 석성(둘레 1천760m)으로 수축하였다. 성내에는 촉석루. 국립진주박물관 등이 있다.

    진주성은 이른 아침 강 건너 대나무가 우거진 공원에 서서 아침 햇살이 비치는 강물에 촉석루와 성벽이 반사되는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고 표현을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남강 변 벼랑 위에 있는 촉석루는 진주성의 남쪽 장대(지휘하는 사람이 올라서서 명령하던 대)로서 장원루라고도 한다. 고려 공민왕 14년(1365)에 세운 후 6·25전쟁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60년 재건한 것으로 앞면 5칸·옆면 4칸이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당시의 최대 격전지인 진주성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1998년 1월 임진왜란전문역사박물관으로 재개관하였다. 국내외에서 관련 유물 약 656여점을 수집 전시하여 임진왜란 전문역사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2001년 11월 19일 두암관을 개관하여 사천 출신의 재일교포 두암 김용두 선생이 수십 년간 일본에서 수집한 우리 유물 179점을 기증받아 현재 100여점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박물관 건물 자체가 건축사적으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단성석조여래좌상은 진주역이 보이는 망경남동 산비탈 금선암에 있다. 산청군 단성면 사원리의 절터에 묻혀 있던 것을 1957년에 옮긴 것이다. 불상을 안치한 대좌와 불상 뒤의 광배를 모두 갖추고 있으나 무릎 부분을 비롯하여 많은 부분이 깨진 상태이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머리에 비해서 얼굴이 지나치게 길다. 오른손은 손끝이 땅을 향하고 있으며. 배꼽 부근에 놓인 왼손에는 약그릇이 들려 있다. 따라서 이 불상은 약사여래불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평생 찾아다녀도 끝이 없는 길이 우리문화유산을 찾아가는 행복한 길이다. 인간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학생들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논술을 잘하려면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눈이 배경 지식으로 필수적이다. 항상 다 만나지 못하고 두고 가는 아쉬움이 늘 남아 있다.

    [맛집]
    ▲서진주 온천식당: ☎ 055-742-8573. 명석면 외율리. 탄산유황온천으로 유명한 서진주 스파랜드 1층에 있다.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6천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콩나물 해장국:4천원. 과음한 후 간 해독에 효과가 있다는 미네랄 재첩국: 5천원.
    ▲한정식 아리랑: ☎055-748-4556. 신안동 34-23. 대장금 요리. 신선로. 구절판 등을 이용하여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인 궁중요리를 재현. 1인당 3만원 또는 5만원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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