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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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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37) 남강⑩-산청 경호강을 따라

지리산 청정 물줄기 따라 고즈넉한 사찰 여행
금서면 수철리 ‘금수암’ 둘러보고 웅석봉 가는 길로 접어들면 ‘심적사’

  • 기사입력 : 2008-09-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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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취암



    금수암



    심적사 대웅보전



    지곡사 석조유물



    율곡사 대웅전

    따가운 태양으로 무더운 여름을 만들어 주던 계절은 이내 곡식을 영글게 하고 가을의 문턱을 재촉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여행을 다니는 연유를 가끔 묻는다. 어머니께서는 사주팔자를 보니 역마살이 끼어서라 하셨고, 아내는 엉덩이가 가벼워서라고 했다.

    언젠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국제 환경연극제에 갔는데 모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연극을 보러 오는 이유를 물었다. 여행을 하는 것이나 연극을 보는 것이나 모두 공통적인 것은 일상적인 우리들의 삶의 일부분이다.

    여행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고, 다양한 세상과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도 한다. 연극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없는 자신을 무대 위의 배우를 통해 볼 수 있다. 결국 여행과 연극은 자신을 돌아보는 가장 보편적인 또 다른 자신의 삶의 편린이다.

    ▲금수암·심적사

    생초면 소재지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이고 있는 경호강을 따라 내려섰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강줄기는 바위를 만나면 비켜 흐르고 큰 산을 만나면 여유 있는 모습으로 돌아서 흘러간다. 가을이 손짓하는 계절 앞에서는 북적대던 래프팅 인파도 한가롭기만 했다.

    산청읍에서 59번 군도를 따라 2km쯤 가면 금서면 수철리다. 일타 스님께서 금수강산과 같은 곳에 있어 금수암이라 이름 지은 작은 암자가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수암은 산야초 건강법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금수암에 있는 금당사찰음식·차문화원에는 마음을 살찌우고, 몸의 살을 뺀다는 사찰음식과 여유로움을 주는 좋은 차가 있다.

    필봉산을 옆에 두고 산청읍내에서 웅석봉 가는 길로 접어들어 내리저수지를 지나 깊숙한 곳으로 가면 심적사가 있다. 신라 경순왕 3년(929년)에 창건하여 여러 차례 중수를 했다. 한국전쟁 때 심적사가 소실되어 전각은 대부분 근래에 복원했다. 심적사에 닿기 전에 조선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석종형 부도 2기가 있어 절집의 내력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지곡사·정취암

    산청읍 내리 저수지 인근에 절터만 남아있는 지곡사는 통일신라 때 응진스님이 창건하여 처음 절 이름을 국태사라 했다. 고려 초에 혜월에 이어 진관(912~964)이 크게 중창하여 고려전기에는 승려 수가 300명에 이르는 큰 절이었으나 1913년쯤 폐사됐다.

    절 입구에 홍예다리를 놓아 오색 무지개가 공중에 걸린 듯하고 다리를 건너면 티끌세상의 번뇌를 씻을 수 있다고 전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웅장했던 절집의 규모는 간 곳 없고, 벼가 무럭무럭 자라는 내리저수지 뒤쪽에 작은 안내판이라도 없었으면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다. 절터 위쪽 300m 부근에 진관선사비의 귀부가 남아 있다고 기록으로 전해져 마을 노인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저수지 끝에 정리도 되지 않은 채 방치되듯이 남아 있는 석조유물 몇 점이 그나마 이곳이 절터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절터 위쪽의 현재의 지곡사는 1958년 강덕이 스님이 중건했으나 본래의 지곡사 배치와는 무관하다. 답답한 지곡사의 내력을 스님에게 물었으나 소임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알 수 없다며 따뜻한 차를 내주었다.

    진주 방향으로 국도 3번을 따라오다 군도 60번으로 접어들어 정수산(해발 828.2m)과 둔철산(해발 811.7m) 사이 고개를 넘으면 산비탈에 정취암(055-972-3339)이 있다. 대성산(둔철산의 옛 이름) 기암절벽에 매달린 듯한 정취암은 절벽 사이에 자리한 절로 그 기운이 가히 금강에 버금간다 하여 예부터 소금강이라 한다. 도로공사가 한창이어서 경호강이 보이는 간디학교 방향에서 찾아가기가 쉽다.

    하늘이 맑게 갠 화창한 8월의 마지막 날 주지 수완스님과 요사채 마루에 마주앉았다. 개혁파의 산실 정취암의 내력을 소상히 듣고 왔는데 지면에 모두 반영할 수 없음이 아쉽다.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조선 효종(3년)에 소실되었으나 치헌선사가 중건하면서 목조관음보살좌상을 조성했다.

    원통보전에 있는 불상은 불신과 엎어놓은 연꽃무늬가 새겨진 낮은 대좌가 하나의 목재로 조성됐다. 자세는 등을 세우고 머리 부분을 약간 앞으로 내민 모습의 가부좌를 하고 있다. 규모는 50㎝ 정도의 크기로 안정감이 있고 단아한 인상을 주는 작품으로,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신각의 탱화는 산신이 호랑이 옆에 앉아 있는데, 산신이 호랑이를 타고 어딘가로 행차하는 모습이다. 조선 순조 33년(1833)에 제작되었으며 그 양옆으로 그를 따르는 동자를 표현해 놓은 돋보이는 필치로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바위 끝에 서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면 시원함과 함께 적막과 고요 속에 속세를 벗어난 아름다운 풍광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율곡사·도전리 마애불상군

    정취암에서 내려서서 지방도로 1006번을 따라 차황면 방향으로 가다 신등면 율현리에서 좁은 산길로 한참을 올라가면 정자나무 사이에 율곡사가 있다. 율곡사는 신라 진덕여왕 5년(651)에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신라 경순왕 4년(930)에 중창했다고 전해지는 절이다. 절과 관련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역사는 자세히 전하지 않는다.

    대웅전은 2003년 해체 과정에서 조선 숙종 4년(1679)에 대대적으로 중수되었음이 확인됐다. 보물 제374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앞면 3칸·옆면 3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보았을 때 팔작지붕이다. 지붕 무게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맞춘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이다. 앞쪽 문의 문살은 여러 문양으로 복잡하게 꾸며 건물에 더욱 다양한 느낌을 주고 있다. 건물 안쪽 천장은 우물 정자 모양의 우물천장으로 만들어 천장 속을 가리고 있고 불단 위쪽으로 지붕 모형의 닫집을 만들어 놓았다.

    율곡사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어 여러 차례 다녀갔다. 어느 절집이나 전설이 있기 마련이다. 율곡사에도 세신바위와 목침절의 전설이 있는데 주지스님 말씀에 따르면 모두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한다. 율곡사는 포근하고 인심이 후한 절집이다. 주지스님께서도 그렇고 마음씨 후덕한 후원 보살은 가마솥에 장작불로 지은 밥을 아낌없이 준다. 지난해 여름 세신바위를 다녀오다 평상에서 잠든 진돗개를 찍어 모 신문사에 투고해 지면에 반영되기도 했다.

    스님과 보살님에게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국도 20번을 따라 의령 방향으로 가다 양천강이 한가롭게 흐르는 생비량면 도전리 농협창고 뒤로 오르면 ‘부처덤’이라고 하는 자연석 암벽에 약 29구의 불상이 새겨진 도전리 마애불상군이 있다. 절벽에 4줄로 새겨졌는데 크기는 30㎝ 내외이다. 대개 연꽃이 새겨진 대좌 위에 불상이 앉아 있고 얼굴은 둥글며 단아하지만 눈·코 ·입의 마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관리가 아쉽다. 몸은 사각형이면서도 단정하고, 양 어깨를 가리며 입은 옷은 밀집되게 나타내어 고려시대 불상의 특징이 강하게 엿보인다. 대개는 비슷한 모습으로 새겨졌으나 옷 모양, 손 모양 등 세부 표현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마산제일고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여행TIP 맛집

    △지리산 약두부: 산청군 산청읍 지리 750-18. ☏055-974-0288~9. 약두부 보쌈, 약두부 해물찜, 약두부 버섯전골, 약비지 파전, 한우사골불고기. 몸에 좋은 검은콩으로 두부를 직접 제조하여 상을 차린다.

    △아기자기식당: 산청군 신등면 양전리 159. ☏055-972-3116. 추어탕 6000원, 다슬기탕 6000원, 다슬기무침 2만원, 논 고동찜 2만원. 30년 가까이 한곳에서 추어탕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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