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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노인 요양’+일자리 창출-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9-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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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률이 최악의 행진을 하고 있는 이즈음,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우선순위의 난제는 일자리라는 데 이의가 없다. 연일 뉴스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정부도 일자리를 만든답시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극히 한정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땜질식이고 시한부인 것이다.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도 별반 차이가 없다. 정부는 이 사업에 모두 1조7000억원을 들여 저소득층 실업자, 여성 가장 등 25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임금 수준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에 월 83만원 정도다. 그러나 이 또한 6개월짜리다. 여기에다 임금의 일정액은 상품권을 주는 터라 벌써 비판이 일고 있고, 시행을 맡은 일선 지자체에선 기존 공공근로사업과 겹쳐 따로 새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기서 정책당국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중인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서비스 제공기관+요양보호사’가 한 세트랄 수 있다. 이들은 서로 이익을 주는 상리(相利)관계다. 잉걸불처럼 서로가 서로를 상승시켜 준다. 시행 초기인지라 정착하기까진 시일을 요하겠지만 일자리 창출에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먼저 이 제도 도입으로 20만명이 넘는 노인들이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 수는 고령화율의 속도와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증가 추세다. 이에 맞춰 서비스 제공기관은 1만 곳 가까이 늘어 났다. 돌보미 요양보호사는 7만명에 육박한다. 실제 지난해 한 자료는 기관 종사자, 요양보호사, 간호사, 복지용구 종사자 등 신규 고용 인력이 10만명에 달했다.

    요양보호사의 경우 자격 조건도 연령불문, 남녀불문이다. 여성들은 가사의 연장선상에서 돌봄이 가능하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시 한 달에 100만원 남짓 손에 쥘 수 있다. 나이 든 여성들도 노인이 노인문제를 더 잘 알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데 손색이 없다. 제대로 된 사회적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또 이를 담보할 시장의 장기적인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제도는 일자리 창출의 충분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3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에 국한된다. 3등급을 받는 데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상당 부분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수혜 대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자격을 갖춘 요양보호사들이 일거리를 못찾고 있다. 정부가 교육기관을 통해 자격증만 남발한 꼴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혜조건을 완화해 4등급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를 앞당겨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수혜폭을 현재 전체 노인의 4.6% 수준에서 10%로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신규 일자리가 약 7만개 생겨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은 이럴 때 적합하다. 복지와 고용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재원이 걱정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매월 국민들이 내는 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자장면 한 그릇값 정도다. 미래의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다면 볶음밥값 정도의 부담에 인색하진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보훈처나 일선 지자체 등에서 중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노인서비스 제도를 자연스레 흡수할 수 있어 예산 경감이 가능하다. 또 서비스 제공기관·시설의 과다 설립과 과열 경쟁에 따른 우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서비스 질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행복한 공식’을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홍보하고 있다. 사랑 더하기(+), 가족 부담 빼기(-),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효 나누기(÷)가 그것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조기 확대 시행한다면 이 공식에 ‘일자리 창출(+)’을 넣어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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