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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창원광장 롯데마트 건립’- 거참 이상하다-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09-08-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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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청 광장 인근 공터에서 앞으로 두 달여 후면 삽질이 시작될 모양이다.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5만여㎡의 대형 할인점, 롯데마트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롯데마트의 건축허가 절차는 빠르면 80일 정도 걸릴 것”이라면서 10월께 허가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허가 방침을 밝힌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너무 조용하다.

    지난해 이맘때로 되돌아가 보자. 박 시장은 지난해 8월 20일 롯데마트 건축심의에 앞서 “기업의 윤리와 책임성, 80%가 반대하는 시민 정서, 행복 추구권 등 시민의 권리, 도시 균형 발전적 요소 등을 고려할 때 롯데마트의 창원시청 광장 도로변 건립은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년 새 달라진 게 뭐가 있는가. 건축심의도 하기 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나 허가 절차도 진행하기 전에 허가 날짜부터 예단한 것은 닮은 꼴이다. 예고 행정인가, 대기업의 예측력을 친절히 도와주겠다는 것인가.

    창원시의회는 또 어떤가. 롯데쇼핑(주)이 창원시와 박 시장을 상대로 행정·민사소송을 제기하자 ‘창원광장 주변 롯데마트 입점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고는 “입점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51만 시민과 투쟁에 나설 것이며, 창원시는 입점 반대 약속을 관철하라”고 촉구까지 했다. 나서기 좋아하는 일부 의원은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도 했다. 불과 8개월 전이다. 이번 장마에 결의문이 떠내려가기라도 했는가. ‘꿀 먹은 벙어리’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지역의 권영길(창원을·민주노동당) 의원도 그렇다. “재래시장은 지역 서민경제의 심장과도 같다”면서 “상남시장, 가음정시장, 사파시장, 반송시장, 대방시장, 봉곡시장, 지귀상가, 명곡시장 등 32개 창원의 재래시장 상인들과 롯데마트 건립 저지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는가. 지금 어디 계신가. 휴가 중인가.

    창원시 상인연합회와 청년연합회, 진보연합, 시민단체 등 사회단체 대표들도 ‘롯데마트 건립 반대 범시민위원회’를 만들었다. 공동대표도 뽑았다. 그동안 활약을 하느라 지쳐 숨 고르기 중인가. 이사라도 간 것인가.

    창원시민들은 또 다들 어디로 갔는가. 지난해 9월 경남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는 창원시민 77.7%가 창원광장 옆 롯데마트 건립을 반대했다. 지역별로는 읍·면 지역보다 동 지역이 반대 의견이 많았다. 앞서 2003년 말~2004년 초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가 창원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85.5%가 반대 뜻을 밝혔다. 이 숫자가 허수란 말인가. 창원시가 사실상 ‘백기’를 든 터라 기가 차 말문이 막혔는가.

    창원시와 롯데 측과의 갈등은 2000년 10월 롯데쇼핑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매입하면서 예고됐다. 9년여 동안 끌어온 공방에 창원시가 지칠 법도 하다. 박 시장은 아마추어 격인 공무원들을 등에 업고 막강한 재력과 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과의 싸움이 힘겨웠을 것이다. 특히 시와 박 시장 개인을 상대로 한 74억여원의 손해배상청구건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박 시장은 할 만큼 하긴 했다. 도쿄와 서울을 오가며 신격호 롯데 회장을 만나 다른 땅을 제시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건축허가 방침을 공표하던 날, ‘절반의 성공’이란 평도 들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 시장이 반대 이유로 내건 교통 체증, 영세상인 보호, 도심부의 장기발전 계획과의 부적합 등의 상황은 별반 바뀐 게 없다. 롯데 측에 몇 가지 조건을 달긴 했으나 건축허가와 소송취하건을 맞바꿨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영세상인들을 위한 조례 제정 등도 롯데마트와는 별개로 진행되었어야 할 사안이다.

    여기서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창원시민들이 손해배상금 모금운동에 나섰다. ‘시민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보고 롯데 측과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를 선언한 것이다. 박 시장은 시의 랜드마크인 창원광장을 끝까지 보호하겠다며 시민들의 뜻에 화답했다. 다행히 상가지역에 대형마트 건립을 불허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정기국회에서 유통업 관련법이 통과된 것이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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