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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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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6) LP판 음악카페 마산 ‘렛잇비’ 이병택씨

빙글빙글 돌아가는 ‘추억의 소리’에 취해 …
팝송·가요·클래식 등 40여년 동안 수집한 LP판 1만2000여장 보유

  • 기사입력 : 2009-09-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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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시 해운동 LP레코드판 전문 음악카페 ‘렛잇비’ 대표 이병택씨가 LP판을 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조윤제기자/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고집쟁이, 하지만 70~80년대 향수를 찾아주는 멋쟁이.

    다름 아닌 마산시 해운동 신마산 남부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새마을회관 2층에 위치한 LP 레코드판 음악카페 ‘렛잇비’ 대표 이병택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씨가 운영하는 렛잇비 음악카페는 요즘 볼 수 있는 여느 ‘붉은색’ 카페와는 확연히 다르다. 카페를 들어서면 널따른 홀 중앙에 LP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김세환, 김추자, 비틀즈, 마이클잭슨의 LP원판 재킷과 사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커피와 음료, 맥주를 들면서 그리운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홀에는 아담한 정원도 있고 물이 졸졸 흐르도록 꾸며놓고 있다.

    하지만 음악카페 렛잇비가 정작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씨가 인생 40여년 동안 수집해온 팝송, 가요, 클래식 등 1만2000여장에 이르는 LP 레코드판 때문. LP판이 국내에 처음 들어왔던 50년대부터 2002년 전인권 판을 끝으로 국내에서 만들지 않는 LP판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팝송은 거의 원판을 보유하고 있고, 한 장 당 몇백만원 하는 희귀판도 많이 갖고 있다. LP판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LP판을 사용하는 가게로서도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씨가 LP판 마니아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중학교 때부터이다. 용돈이 생기면 LP판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고, 동네 레코드 가게를 학교 도서관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 이씨가 청년기 자신의 첫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역시 레코드 가게 사장이었다.

    마산 창동 시민극장 바로 밑 ‘성음사’라는 레코드 가게는 지금의 청·중년층도 쉽게 기억하고 있는 레코드방이다. 창동거리에 흘러나오는 포크송, 팝송이 바로 성음사 사장이었던 이씨가 선곡해 틀어주던 음악이었다.

    이씨는 5년 동안 운영해온 성음사를 지난 96년에 문을 닫았다. 경영을 못해서가 아니라 음악산업의 패턴 변화를 먼저 읽은 것이다. 레코드방보다는 우편판매와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고, 디지털 CD판이 등장해 서서히 아날로그 LP판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씨는 10여년간 의류업을 하다가 지난 5월 자신의 애장품을 총동원해 렛잇비 음악카페로 인생의 또다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그가 카페를 오픈한 것은 어제 오늘 꿈꾸던 게 아니라 젊은시절 레코드방을 경영하면서부터 가졌던 계획이다.

    처음 LP판을 모을 때는 마냥 좋아서 모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애장품을 활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역시 LP판의 최고맛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깊이 있는 사운드에 있다. 그래서 이씨는 음향시스템을 메킨토시 진공관 앰프에 보스 스피커 시스템 등으로 최상의 사운드를 뿜어낼수 있도록 했고, 턴테이블도 탄노이제품 2개를 구입해 설치했다.

    이씨는 “요즘 옛날 LP판이 시중에 많이 나돌고 있다. 디지털 CD에 식상해진 음악 애호가들이 아날로그 쪽으로 돌아오고 있다. 디지털 음반은 소리가 날카롭지만 LP판은 소리가 아늑하고 포근하다”면서 “노후에 시간보내기 좋고 손님하고 많은 얘기도 할 수 있고. 이런 저런 장점 때문에 LP판 음악카페를 오래전부터 생각했고, 최근에야 그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재미있다. 학창시절 즐겨 듣던 옛날맛을 느낄수 있단다. 70·80세대에 음악다방으로 인기가 높았던 마산 정원다방, 송학다방, 무아 음악카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골들도 많다. 주로 40대이고, 30대와 50대도 많이 온다. 30대는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아날로그 LP판의 맛을 보기 위해 찾는다.

    지난 15일 오후 렛잇비를 찾은 김진옥(49·마산시 해운동)씨는 “요즘 40~50대들이 갈 곳이 없다. 대부분 대학생 위주의 문화공간이고, 일반 카페는 가격이 비싸 갈 수도 없다. 하지만 이곳은 손님 1명이 와도 사장님이 음악을 직접 선곡해 틀어준다. 친구들과 오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하고 마음에 와 닿는 음악으로 기분전환이 된다. 이런 문화공간이 있어서 좋다”고까지 자랑했다.

    이씨는 “내 자신이 즐겁다. 음악을 틀어주면 사람들이 즐거워해서 더욱 좋다. 끝까지 체력이 닿는데까지 한다.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다”며 웃어보였다.

    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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