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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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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7) 김해 장유탁구클럽 부부 회원들

“똑딱~ 똑딱~ 부부 사랑을 주고받지요”
11쌍 대부분 30·40대..먼저 시작한 남편들이 자세·동작 가르쳐 줘

  • 기사입력 : 2009-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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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유탁구클럽의 부부 회원들이 김해 삼문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양영석기자/


    “탁구 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아요.”

    김해 장유탁구클럽 부부회원 이정홍-박포양, 신영상-강숙자 부부 등 11쌍은 김해 삼문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탁구를 치며 건강과 금실을 함께 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30, 40대 맞벌이로 먼저 운동을 시작한 남편을 따라 아내가 라켓을 든 케이스다.

    운동시간은 평일 오후 7시부터 10시, 주말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부부들은 퇴근 후 재빨리 저녁밥을 먹은 뒤 운동가방을 들고 체육관으로 가 다른 회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탁구를 시작한다.

    보통 남자들의 실력이 여자보다 낫기 때문에 남편이 자세에 대해 가르쳐 주고 잘못된 동작을 수정해 준다.

    “라켓을 더 들어”, “허리를 더 굽혀”, “손목을 굽히지 마”.

    아내의 자세를 고쳐주기 위해 쉴 새 없이 지적하지만 잘 따라하지 못하자 답답해하던 남편은 마침내 신경질을 낸다.

    “그것도 제대로 못해. 똑바로 해보란 말이야”

    따라하던 아내도 짜증이 나기는 마찬가지. “왜 성을 내는데.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야”라면서 훽 돌아선다. 이렇게 되면 개인지도는 끝난 셈이다. 남편들은 다른 상대와 시합을 하고, 아내들은 여자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거나 다른 회원들로부터 지도를 받는다.

    하지만 땀을 흘린 부부는 어느새 잉꼬 같은 사이로 되돌아가 다정하게 체육관 문을 나선다.

    생활체육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경우는 드물어 부부 11쌍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동호회는 김해는 물론, 도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장유탁구클럽 전체 회원 64명의 1/3을 넘어 클럽을 이끌어가는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부부회원의 원조는 김경찬-오은영씨. 2005년부터 함께 운동을 시작했고 그해 장유탁구클럽이 창단하자마자 곧바로 가입해 지금까지 5년째 같이 운동하고 있다. 그 이후 남편의 권유를 받고 아내가 가입하는 사례가 하나 둘 생겨나 다른 동호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뒤늦게 가입한 아내들도 탁구의 재미에 흠뻑 빠져 남편 못지않은 탁구광이 됐다. 고수가 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레슨 받고, 피곤하다는 남편을 이끌고 체육관에 가서 열심히 운동한다.

    김미순씨는 “처음 배울 때는 재미 없지만 상대와 시합을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탁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고 단언했다.

    부부가 함께 운동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이점이 많다.

    남편 혼자 운동하면 아내들은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마련인데 그런 일이 없다. 집에서 티격태격했더라도 탁구장에 와서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왜 싸웠는지조차 잊게 돼 저절로 화해하게 된다. 그래도 풀어지지 않으면 다른 회원들이 즉각 중재에 나서기 때문에 다툼이 오래 가지 않는다.

    김경찬씨는 “다른 남녀가 함께 운동을 하다 보면 친분이 생겨 자칫 부적절한 관계가 되거나 오해 살 일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부부가 같이 회원으로 활동하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오은영씨는 “집에서는 남편에게 기를 못 펴는데 시합을 하면 내가 이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은근히 기분이 좋다. 한바탕 탁구를 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이들은 각종 대회에 참가하거나 클럽 뒤풀이, 단합행사에 함께 참가하면서 부부의 정을 새롭게 쌓고 있다.

    양영석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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