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55) 황강 3- 거창군 북상면 농산리~위천면 상천리

맑은 위천 따라 정자서 고택까지 ‘역사 흔적’ 가득

  • 기사입력 : 2010-10-01 00:00:00
  •   
  • 덕유산 자락서 흘러내린 위천과 수승대. 시 내용에 수송을 수승이라 바꾼 구절이 있어 수승대로 불렀다고 한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여름은 위대했다.

    여름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곳곳의 강과 바다로 나가 더위를 식히게 했고,

    과일과 곡식이 익어가도록 했다.

    노란 야생화가 화단을 꾸미듯 피어 있던 봄날

    농산리 석불을 찾아보고 내려올 때 모내기를 했던 들판에는

    벌써 벼들이 고개를 숙이며 점차 누렇게 변해 가고 있었다.

    다시 찾아간 어느 여름날 들판에서 만난

    농산리 마을의 농부 김기준(81)씨는

    노구에도 경운기를 운전하여 농사를 짓고 있었다.

    흙을 벗하며 평생 동안 농부로 살아왔던 이야기를

    잠시 털어놓는 굵은 주름살이 팬 얼굴에서

    자연을 닮은 순수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투박한 손으로 시원한 물을 한 사발 주던

    노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용암정


    수승대 거북바위

    ◇ 용암정·수승대

    농산리 석불입상에서 들판 사이로 내려서면 덕유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흰 거품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치는 위천 너럭바위 위에 용암정이 있다. 용암정은 1801년(순조1)에 용암 임석형이 강산풍월을 읊조리며 세월을 보내던 곳이다. 1864년에 보수 공사를 하였고,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 기와지붕이다.

    중앙에 방 1칸을 만들어 마루 아래에서 불을 땔 수 있게 하였고 마루 둘레에 난간을 설치하였다. 계단은 통나무를 도끼로 쪼아 만들어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정자 안에는 ‘용암정,반선헌 청원문 환학란’ 이라고 쓴 액자가 걸려 있다.

    정자 아래를 흐르는 위천을 따라 한 모랭이를 굽이져 돌면 경사진 반석과 맞붙어 있는 용소가 있다. 이곳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용소에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용소에 두 마리의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천년의 세월을 은둔하며 이곳에서 살다가 승천하는데 한 마리가 사람의 눈에 띄어 처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용소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용암정 근처에 있는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한 산과 냇물을 끼고 있는 지방도로를 따라 오리도 안되는 곳에 수승대가 있다.

    수승대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쳤던 안의삼동 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위치하는 화강암 암반으로 깊고 긴 계곡과 주변 임야와 어우러져 탁월한 자연경관을 보여준다.

    수승대는 백제의 사신들이 중대한 임무를 띠고 남의 나라로 떠날 적에는 반드시 거쳐 갔다. 본래 수심에 차서 송별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수송대였으나, 조선 중종8년(1513년) 정월 학자 퇴계 이황이 마리면 영승리에 왔다가 한양으로 가면서 시를 한 수 남겼다고 한다.

    시 내용에 수송을 수승이라 바꾸어 부른 구절이 있어 그 후 수승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수승대는 거창의 누대와 정자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요수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관수루라는 누각이 있으며, 크고 잘생긴 바위가 있다. 거기다 구연서원이라는 배움터가 있으니 갖출 건 다 갖춘 셈이다. 매년 수승대 일원에서는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자연, 인간, 연극이라는 주제로 2010년 7월30일부터 8월 15일까지 수승대 일원 무대에서 주옥 같은 연극이 공연되어 밤하늘을 빛냈다. 수승대의 빼어난 절경 속에 낮에는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고, 밤에는 하늘의 별을 보며 연극을 관람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이 있다.

    황산마을 담장

    ◇ 황산리 신씨고가·황산마을 담장

    수승대 주차장에서 길을 건너 잠시 걸으면 거창 신씨 집성촌인 황산마을이 있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냇물을 따라가면 신씨 고가가 있다. 지금 있는 건물은 1927년 옛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은 것으로 일명 원학고가라고도 부른다. 건물은 안채, 사랑채, 중문채, 곳간채, 솟을대문, 후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검소한 양식에 서민 전통한옥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집이다.

    이 마을의 담장도 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되어 있다. 담장은 대개 토석담으로 활처럼 휜 담장길이 고가들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이룬다. 담장은 물 빠짐을 위해 아랫단 60~90cm 정도 자연석으로 돌만 이용하는 메쌓기 방식으로 쌓고 그 위에 황토와 작은 돌을 교대로 질서 있게 쌓아 올렸고 담장 위에는 대부분 기와를 올렸다.

    정온선생 가옥 안채

    ◇ 정온선생 가옥·반구헌

    황산마을에서 위천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강변에 나무가 우거진 작은 솔숲이 있다. 화창한 여름날 관광버스 4대가 줄지어 서있고 나들이 온 노인들이 음악에 맞추어 한바탕 흥겨운 놀이 마당이 되고 있었다. 위천면 강천리 마을로 접어들면 낮은 산자락이 내려온 끝자락 양지바른 곳에 중요민속자료 제205호 정온선생 가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온선생의 호를 따서 동계고택이라고 흔히 부르는데, 남방적 요소가 강하면서도 남쪽지방 거창에 뚜렷한 북방적 요소가 섞여 들어 평면 구성이 우리 건축 문화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어 건축학도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고택은 대문채, 큰사랑채, 중문간과 중사랑채, 곳간채, 안채, 안사랑채, 사당, 토석 담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에 논과 밭이 펼쳐진 주차장을 지나면 길가에 있는 대문채를 만난다. 대문채는 솟을대문으로 인조 임금이 내린 정려 현판이 걸려 있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ㄱ’자형의 사랑채가 있고, 사랑채 안쪽으로 ‘一’자형의 안채가 자리하고 있다. 안채의 오른쪽에는 뜰아래채가, 왼쪽에는 곳간채가 있다. 안채의 뒤쪽에 따로 담장을 두르고 3문을 설치한 후 사당을 세웠다.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피어난 꽃들이 고택을 장식하고 있었다.

    4년 만에 찾아간 종택에는 14대 종부 최희(85) 할머니가 종가를 지키고 있어 집안 곳곳에 깨끗하고 당당한 기품과 훈훈한 온기가 묻어 있었다. 항상 고가를 찾아가는 길에는 가장 눈길이 머무는 곳이 바깥주인이 거처하던 사랑채이다.

    동계고택의 사랑채는 기단이 낮고 툇마루를 높게 설치한 것을 보면 남부지방 고유의 특징도 가지고 있고, 사랑채의 꺾인 부분을 누마루로 꾸미고 눈썹지붕을 설치한 점도 특이하다. 누마루에 걸터앉아 오른팔을 걸치고 길게 쭉 뻗은 산줄기를 타고 밀려 내려오는 금원산 자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시 망중한에 젖어든다.

    정온선생 가옥과 담장을 맞대고 있는 반구헌이 있다. 이 집은 조선시대에 영양현감을 지낸 야옹 정기필 선생이 기거하던 주택이다. 정기홍 선생은 목민관 재임 시 청렴한 인품과 덕행으로 명망이 높았으며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재산과 거처가 없자 당시 안의현감의 도움으로 건립하였다.

    반구헌이란 이름은 스스로 자신을 뒤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의미인 ‘반구어제심’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반구헌은 현재 사람은 살지 않고 잡초가 우거지고 대문채와 사랑채만 남아 있는데 사랑채에 상량문이 남아 있어 1870년대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구헌이라 불리는 사랑채는 팔작 기와지붕에 정면 5칸, 측면 5칸 규모로 이루어진 비교적 큰 규모의 건물이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청이 중앙에 있지 않고, 규모가 1칸이고 방이 3칸이다. 또한 측면 1칸에 난간을 두른 누마루를 가지고 있다. 건물 후면 중앙에 아궁이를 설치하여 방 2개를 한 곳에서 난방하도록 평면을 구성하였다.

    ★ 여행 TIP- 맛집

    ▲부뚜막 식당: 거창군 위천면 장기리 400. ☏055)943-3868. 음식: 버섯전골 7000원/ 장어요리 1만3000원/ 메기탕(대 3만원, 중 2만5000원)/ 메기찜(대 3만원, 중 2만5000원). 주인이 직접 요리한 상차림은 깔끔하여 구미를 당기게 하고 이 집만의 특이한 친절함이 있어 고품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버섯전골은 가조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만을 사용하고 주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술로 조리하여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거창에서 생산되는 버섯은 영양가가 풍부하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 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대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