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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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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45) 마산 실리도

‘바닷속 보물’ 홍합 건져올리는 손길엔 활력이…
방파제와 해상콘도엔 손맛 즐기는 낚시꾼 몰려

  • 기사입력 : 2010-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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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섬’으로 불리는 마산 실리도 앞바다. 제철 맞은 홍합 수확이 한창이다./이준희기자/

    마을 앞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전내선’ 들이 묶여 있다.

    초겨울, 마산 앞바다의 바닷바람이 제법 매섭다. 차가운 바람에 귓불이 얼얼하고, 손발이 시려온다. 하지만 겨울 바다로의 여행은 언제나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한다.

    아름다운 마산만의 굽이 치는 해안로를 따라 가다 보면 만나는 섬 ‘실리도’(實利島·50가구·140명·21만5352㎡).

    구산면의 최남단에 위치한 원전(元田)마을에서 뱃길로 5~7분이면 닿는 실리도는 낚시꾼들 사이에 꽤나 알려진 섬이다.

    실리도에 가려면 원전마을에서 섬을 오가는 배편(실리도선)을 이용해야 한다.

    물이 귀한 곳이다 보니 논은 적고 산비탈을 개간한 밭이 많아 ‘원전’이라 불리게 된 마을은 실리도로 건너가는 나루 역할을 담당해 옛 이름이 元津 設津(원진 설진)이라 불려 왔다. 津(진)은 나루 진 자로 ‘나루터’란 뜻이란다.

    원전마을 초입의 포구에서 사람들을 태운 배는 이내 섬으로 향한다.

    실리도, 섬사람들은 ‘시리섬’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오랜 옛날 이 섬에 살던 노부부가 10년 동안 매일 나무를 심고 가꾸어 마침내 나무열매가 섬을 뒤덮어 ‘실리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실리도 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왼쪽에 초아섬이 보인다.

    실리도 북동쪽에 위치한 초아도.

    또한 섬의 북동쪽에 있는 작은 섬 초아도(招兒島)의 형상은 마치 아낙네가 머리를 풀고 땅에 퍼질러 앉아 통곡을 하면서 아이(兒)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아득한 옛날 이 섬(실리도)에 살던 과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그 섬(초아도)에 조개 캐러 갔다가 물이 차는 바람에 건너오기 바빠 외동아들을 깜빡 잊고 자기만 건너왔는데, 이러한 사연으로 두 다리를 뻗고 통곡을 하면서 아이를 부르고 있는 모습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실리도로 가는 배 위에서 섬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다른 섬에서 볼 수 없는 활력이 넘친다.

    지금 실리섬 앞바다에는 제철을 맞은 홍합을 수확하는 어민들이 분주하게 일손을 움직이고 있다. 푸른 바다 위에 촘촘히 박힌 하얀 부이들이 하나씩 건져 올려질 때마다 알알이 영근 홍합들이 줄줄이 엮여 올라온다. 어민들에겐 홍합이 ‘바닷속 보물’이다. 바다 위 해상콘도와 홍합 양식장을 이리저리 오가며 낚시를 즐기는 꾼들도 보인다.

    갯바위에서 굴을 까고 있는 섬 주민. 뒤로 해상콘도가 보인다.

    실리도 선착장에 도착해 20여분 거리의 산정상에 올라서자 희뿌연 해무 사이로 진해만과 마산만, 거제도와 고성 등의 풍경이 드러난다. 넓은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함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실리도는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해군의 주둔지였으나 전쟁에서 패하면서 일본에 빼앗겼다고 한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대일본제국해군용지(大日本帝國海軍用地)라는 표석이 섬에 있었으며 그들이 구축했던 물탱크와 탄약고 등의 흔적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다고 전한다.

    실리도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한다. 그중에서도 홍합양식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철에 따라 봄 도다리, 겨울 물메기 등을 잡는다.

    특히 실리도에서 잡는 겨울철 별미인 물메기는 마산수협어판장에 경매되는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 겨울철 우리의 입맛을 돋운다.

    물메기 잡는 통발.

    요즘 섬마을 사람들은 물메기를 잡느라 밤낮이 없다. 이른 새벽 출항한 배는 30~40여 분 거리(15노트 기준)의 가덕도 앞바다까지 내려가 물메기 어장인 바다에 통발을 드리운다.

    마을 선착장은 물메기 통발을 바다에 놓고 돌아오는 배들과 통발을 놓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배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하지만 최근 어민들은 ‘물메기가 잡히질 않는다’며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오만호 선장 홍영기(57)씨는 “이맘때쯤이면 배의 물간에 물메기들이 넘쳐 셀 수가 없을 지경이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통 잡히질 않는다”며 푸념한다. 오만호는 전날 물메기 통발 2000개를 바다에 펼쳐 놓았지만 겨우 10마리 잡는 데 그쳤다.

    그는 이어 “많이 잡힐 때는 한 통발에 3~4마리씩 들어 있기도 했는데…. 요즘은 물메기가 귀한 손님이 됐다”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는다.

    마을 선착장을 비롯한 동네 곳곳은 홍합연승 포자작업과 분리 작업을 위해 늘어놓은 검은 고무들이 널려 있다. 홍합연승에서 피어나는 쿰쿰한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하지만 주민들은 “이 냄새가 바로 돈냄새”라며 싱글벙글 웃는다.

    실리도 어촌계(계원 36명)는 섬 앞바다에 5ha의 홍합연승수하식 양식장이 있지만 10년 전 원전마을 어촌계와 분동하면서 원전어촌계가 3ha, 실리도 어촌계 2ha로 나눴고 섬 뒤편에 1ha를 추가로 늘려 모두 3ha의 홍합연승수하식 양식장을 소유하고 있다.

    1ha가 200m에 이르는 굵은 줄이 10줄이니 모두 3ha의 어장에 30줄이 청정바다에 깔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리도 어촌계원 36명 가운데 30명이 3개조로 나눠 추첨을 통해 홍합양식장 줄을 지정한다. 이는 물의 소통이 좀 더 원활한 지역이 있는 곳을 서로 선호하기 때문으로 어촌계원 모두가 공평하게 줄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리도 어촌계 서유수 간사는 “어촌계원이 36명에 이르는 반면 홍합양식장은 30줄밖에 되지 않아 어민들이 양식에 상당히 애로를 겪고 있다”며 “어민들이 먹고살려면 마을의 주소득인 홍합양식장을 늘려야 하는데 과잉생산 등을 우려한 시(市)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청정해역 실리도에서 생산되는 홍합은 물이 맑고 조류의 소통이 원활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는 등 최고의 상품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섬은 해안일주로가 아직 60~70%가량 완공되지 않아 섬 전체는 돌아볼 수 없지만 호젓한 섬길을 홀로 걸으며 사색에 잠겨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실리도에서는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이어지는 도다리 배낚시가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주로 홍합양식장 주변에서 많이 잡힌다. 깻잎만한 크기에서부터 어른 손바닥보다 큰 도다리에 이르기까지…, 도다리 손맛을 즐기려는 조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또 가을에는 인근 바다의 갈치낚시, 겨울에는 마을 방파제 앞에서 볼락과 호래기를 낚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실리도 포구의 큰 방파제에서는 15~20㎝급 볼락이, 작은 방파제에서는 호래기가 주로 많이 잡힌다.

    돌아가는 길, 섬주민들은 2018년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실리도가 우리나라의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바다로 향한다.

    ☞ 찾아가는 길

    경남대학교를 지나 통영방면으로 가다 옛 현동검문소에서 좌회전해 현동, 수정, 반동, 난포를 지나 원전마을에서 실리도행 배를 타면 된다. 실리도선은 하루 7회(오전 7시10분·8시15분·10시15분, 오후 12시 20분·3시30분·5시30분·6시30분, 선장☏010-8667-7243) 운항한다.

    ☞ 잠잘 곳

    해상콘도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마을에도 민박집이 있어 잠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222-3518)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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