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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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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돼지국밥 예찬- 차용준(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골국물, 흰쌀밥, 새우젓, 부추…농축수산물 조화·영양도 듬뿍

  • 기사입력 : 2010-12-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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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매우 춥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인가 보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 더욱더 생각나는 우리 지역의 전통 향토음식이면서, 값도 저렴하고 영양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돼지국밥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가족은 매 주일 거의 빠지지 않고 돼지국밥을 보양식으로 먹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4000~5000원 범위로 부담이 없다. 돼지국밥을 보면, 기본으로 돼지수육 또는 내장(일부는 순대도 포함), 밥이 사골국에 함께 섞여 나온다. 여기에 먹는 사람이 기호에 맞게 새우젓, 부추무침, 파 및 다진 양념 등의 부원료를 넣으면 그릇이 넘칠 정도로 푸짐하며 군침이 넘어가는 한 그릇의 국밥이 만들어진다. 밑반찬으로는 대체로 겉절인 배추김치, 깍두기, 풋고추, 양파, 마늘과 막된장 등이 같이 나오는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면 몸도 따뜻하고 배도 든든하여 영남권에서는 예부터 기호식품으로 많이 애용되어 왔다.

    돼지국밥의 유래는 장터를 중심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빠른 시간에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서 영남교통의 요충지인 밀양이 그 원조라는 설도 있고, 6·25전쟁을 통하여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모여들 때부터 한 끼로 값싸고 양적으로 충분한 음식으로 발달하였다는 설도 있으나, 하여튼 영남권에서만 특이하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란 점에는 모두가 일치한다. 그리고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부원료가 모두 이 지역에서의 지역특산물이란 점도 설득력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세대나 계층간의 음식기호도 많이 다변화되어 있다. 온가족이 둘러앉아 같이 먹을 수 있는 공통의 음식이 매우 드물다. 특히 식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음식은 국민의 의식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평소 전통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이야말로 자연히 애국심도 의식적으로 스며든다고 본다. 이에 돼지국밥은 젊은 층도 매우 즐기는 음식이요, 특히 여학생들도 즐겨 먹는 고유의 음식이라 추천할 만하고, 조금만 변형을 하면 그 수요층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돼지국밥은 시각적으로 흑갈색의 질그릇에 하루 종일 고아낸 뽀얀 사골 국물과 흰쌀밥, 새우젓, 푸른색의 부추와 고춧가루, 새빨간 다진 양념과 된장의 색깔이 모두 흑, 백, 적, 녹, 황색의 5가지 색깔로 농·축·수산물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고 궁합이 잘 맞는 퓨전식품이다.

    영양적으로도 돼지고기 수육은 중금속 해독뿐만 아니라 피로 해소나 체력 보강에는 으뜸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당대사에 직접 관여하는 비타민 B1이 천연식품으로는 단연 최고이며, 칼륨, 인, 유황 등의 미네랄과 필수 아미노산도 균형 있고 풍부하여, 흡수 효율에도 뛰어난 양질의 단백질원이다. 다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돼지국밥에는 부추, 양파, 마늘 등과 같은 식재료를 넣은 선조들의 지혜는 놀랍다.

    그리고 돼지고기의 소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핵산조미료의 역할을 담당하는 새우젓은 소량 첨가하여도 소화제 및 양념으로서의 기능은 매우 우수하다.

    또한 칼슘과 라이신, 메치오닌, 글리신이 풍부하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타우린과 키틴의 함량도 높다. 부추(경상도에서는 정구지)는 카로틴, 비타민 B2 및 C, 칼슘, 철 등의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녹황색 채소로서 돼지고기의 보완적 작용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부추, 마늘 및 양파의 방향성분인 알릴설파이드는 위나 장을 자극하여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를 돕고 살균작용을 한다.

    이러한 식재료 각자의 상호 부족한 면을 보완한 돼지국밥은 선조들의 지혜와 향수가 섞인 장수음식이랄 수 있다. 지금 한식의 세계화에 돼지국밥을 영남권의 최고음식으로 추천하여 널리 알리고 싶다.

    차용준(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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