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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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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원어민 영어강사 양성과정 희망 있다-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영어 사용 결혼이주여성 활용하면 소외지역 강사 문제 등 해결

  • 기사입력 : 2010-12-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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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두 달 동안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영어강사 양성 수업을 맡았다. 30년 나의 교육경력에서 이 수업은 참으로 소중했고, 이들 수강생들과의 만남은 행복했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이들이 소외지역의 영어 원어민강사로 우리 사회에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강생들은 영어를 상용어로 사용하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이들의 학력 또한 높아서 반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자이며, 반 정도는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자이다. 이들은 진주, 남해, 사천, 통영, 거제, 고성, 하동, 합천, 거창 지역 출신으로 원어민 영어강사들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다. 25세에서 50세에 이르는 이들 이주여성들은 위로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옆으로는 남편과 시댁 형님들, 아래로는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며 한국어로 생활하고, 이 중 절반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수업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교수방법뿐 아니라, 노래, 게임, 역할학습, 교재교구 활용, 학습지도안 작성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으로 수업실습이 있었다. 수업실습에서 그들의 준비는 내가 만난 어느 영어 원어민강사에 못지않았다. 특히 수업을 위한 교재교구를 만드는 데 있어 그들의 창의성과 노력은 정말 칭찬할 만했다. 수업에 열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탕과 별 스티커를 준비하고, 수업내용을 연습하기 위한 학습활동을 위해 아주 많은 자료들을 직접 제작해서 두 시간 버스길을 달려 온 그들의 열의에 감사하고 감동했다.

    정부는 농어촌 소외지역의 영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원어민강사를 파견하고, 영어화상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소외지역을 희망하는 원어민강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원어민강사 지원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한국인 교사를 양성해 대체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그 계획을 포기했다고 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호주의 한 지인은 한국정부가 영어교사의 해외연수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에 놀랐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결혼이주여성들은 영어능력을 갖추고, 원어민강사 확보가 어려운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무자격 원어민강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강사들의 뉴스도 자주 접한다. 우리 결혼이주여성들은 같은 또래의 자녀를 데리고 있는 어머니들로서 학생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게임도 많이 알고 있고,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도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적극적이다.

    그러나 영어교사로서 이들을 활용하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 이들은 생활영어 사용자로서 아쉬움 없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발음과 문법, 교수법 등 몇 가지 점에서 재교육과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원어민강사 확보나 한국인 교사의 해외연수에 드는 비용에 비하면 지극히 적은 액수이며, 다문화가정 지원이라는 이중효과도 거둘 수 있다.

    마침 경상남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원어민강사와 함께하는 외국어 캠프에 수업을 담당할 여성결혼이민자를 선발한다는 공고가 있었다. 한 수강생이 몹시 지원하고 싶어 했는데 아이를 맡아 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는 고학력자로 모국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재원이었다. 시부모님은 아이를 봐 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강의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의 세 배를 요구했고 그는 결국 지원을 포기했다. 이런 좌절이 반복된다면 그는 한국생활에 끝내 적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원어민 영어강사 양성사업은 이들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통한 적극적인 다문화가정 지원과 소외지역 원어민강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훌륭한 정책이다.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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