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58) 황강 6- 거창군 가조면~북상면

아름다운 산, 맑은 물… 별천지가 여기런가

  • 기사입력 : 2011-02-11 00:00:00
  •   
  • 황강의 또 다른 발원지인 고견사 샘의 물이 계곡으로 흐르고 있다.

    날씨가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우리 고장은 서울의 수은주보다는 높지만 1973년 1월1일 기상관측을 한 이래 통영·거제가 지난 1월16일 가장 추운 영하 10.4℃라고 했다.

    겨울철 눈과 추위는 당연한 자연의 현상이다. 60~70년대 어린 시절에는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고향 마을 꽁꽁 얼어붙은 섬진강에서 썰매를 타며 놀기도 했고, 눈이 허리까지 쌓인 산속을 달리며 토끼몰이도 했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방한이 잘되는 질 좋은 옷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20년 동안 지구 온난화에서 제자리를 찾아온 추위에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 같다. 눈 많고 추운 겨울날씨가 20년 이상 계속된 이상 기후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복귀였으면 좋겠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 선진국처럼 호텔에서 사용 가능한 수건은 세탁하지 않도록 걸어놓도록 하고 대중탕에서 쓰는 수건도 1개만 사용하며 철철 넘쳐 낭비하는 물도 절약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며 겨울철 실내 온도도 낮추어야 한다.

    더워진 지구는 정상이 아니다. 병든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우두산 부근

    ◇ 비계산·의상봉·우두산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만지듯 스쳐 지나간다. 일반국도보다 못하다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88올림픽 고속도로는 군데군데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가조 나들목으로 들어서니 구제역 예방을 위해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가조면 소재지 입구 서울방앗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재목(45) 방은주(39)씨 부부가 참기름을 짜고 떡을 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웃마을에서 자녀들에게 보내겠다고 참기름도 짜고 시장도 보러 왔다는 박춘자(84) 신순남(78) 이삼님(74)씨가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며 커피 한잔 하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기름을 짜는 기계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고소한 냄새가 나는 참기름을 보고 사려고 했더니 참기름은 아예 국산이 없고 모두 중국산이라고 했다. 들기름은 국산이라고 하여 두 병 사고 떡국이며 인절미도 한 주머니 샀다.

    거창은 산이 많아서 계곡도 많고 물이 맑은 고장이다. 항상 물을 사먹어야 하는 해외여행을 해 보면 우리나라만큼 좋은 나라가 없다는 것을 마음 저리게 느끼게 된다. 물이 맑은 것은 산림이 우거진 아름다운 산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조면은 해발 1000m가 넘는 비계산, 의상봉, 우두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등산 동호인들에게는 낯선 산은 아니다.

    거창군 가조면과 합천군 가야면을 나누는 비계산(해발 1125m)은 거창휴게소에서 곧장 올라가도 되지만 날아오를 듯 홰를 치는 힘찬 닭 형상의 비계산 능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 보려면 가조면 일부리 상수월 마을에서 시작하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암봉과 바위능선을 따라가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들의 조망에 넋을 뺏길 만큼 황홀한 산행이다.

    의상봉(1032m)은 고견사를 뒤로 하고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수십m에 이르는 커다란 바위 봉우리인 의상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절벽 아래에 있는 옹달샘과 가파른 등산로를 지나면 의상봉 아래 능선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장군봉과 의상봉으로 이르는 등산로가 갈리게 된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을 좌로 두고, 산등성이를 넘어 의상봉 뒤를 돌아 능선에 올라가면 의상봉이 지척에 있다. 차츰 주변 경관이 드러나고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펼쳐지게 될 즈음, 사다리가 있고 우뚝 선 바위 봉우리가 의상봉이다. 정상에 서면 능선을 따라 꼭대기를 이어주는 산들이 궁금하여 또 다른 산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산에 오르는 매력이다.

    의상봉(해발 1042.2m)은 우두산의 아홉 봉우리 중의 하나이다. 우두산은 의상봉의 지척에 있으며 별유천지비인간,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라고 할 만큼 기암괴석의 경치가 빼어난 돌부리 산이다. 우두산의 또 다른 이름은 별유산이다. 옛날에는 견암산, 소금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일간 거창의 빼어난 산들을 두루 섭렵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산행 후의 피로는 가조온천에서 씻어버리고 막걸리라도 한 잔 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이다.

    고견사 대웅전

    고견사 삼층 석탑

    ◇ 고견사 대웅전·고견사 동종

    절집으로 가는 길을 주차장 부근 상점에서 물으면 15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고견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산길을 오르다 보면 20여m 높이의 견암폭포(고견폭포)를 만나게 된다. 계곡 주변은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복잡하지만 겨울이면 휴식년을 하는 듯 조용하다. 견암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며 잠시 쉬었다가 20여 분을 더 올라가면 신라 667년(문무왕 7년) 원효와 의상 두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고견사가 우두산에 안겨 있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다. 입구에는 수령 700년의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는데, 신라시대 최치원이 짚고 온 지팡이를 꽂아 자란 것이라고 한다. 경내는 대웅전까지 계속해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사천왕문을 지나 보호수를 지나면 솟을 대문을 한 작은 일주문이 있고, 그 바로 위에는 스님이 기거하는 요사가 자리한다. 요사와 나한전 사이에 황강의 또 다른 발원지 고견사 샘에서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요사 왼쪽으로 난 길을 올라가면 나한전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 대웅전이 자리한다. 대웅전 오른쪽에는 또 다른 요사가 있으며, 범종각, 그리고 석불과 삼층석탑 2기가 자리한다.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매일 두 사람분의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쌀굴이 동쪽 산등성이를 넘어 1km 정도에 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보면 고견사 동종이 2개 있다고 되어 있다. 보물 제1700호로 대웅전에 봉안되어 있다고 하였다. 또 한 개는 문화재자료 제170호라고 하였는데 동일한 문화재가 이중으로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견사 범종은 1630년(인조 8년)에 견암사 동종으로 제작했다. 창건할 당시에 고견사였지만, 1271년(고려 원종 2년)에 견암사로 변경되었다. 이후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사찰이 중창되면서 고견사로 바꾸었다.

    고견사 석불

    ◇ 고견사 석불·창촌선돌

    고견사 끝자락 요사를 돌아가면 고견사 석불이 보호각 안에 있다. 불상의 재질은 화강암이고 머리는 육계가 뚜렷한 소발 형태이다. 두광은 단판연화문과 연주문으로 처리되어 그 당시의 조형미를 나타내고 있다. 불상의 높이 220cm, 광배 너비 120cm, 어깨 너비는 75cm이며 전체적으로 당당한 모습과 토속적인 인상을 풍기고 있다.

    샘에서 목을 축이고 고견사를 내려서는 발걸음은 상쾌하다. 주차장에서 1.5km 되는 절집까지는 차도가 없어 가마를 타지 않고는 누구든지 올 방법이 없다. 청정지역 계곡에는 사계절 맑은 물이 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

    고견사에서 가조면 소재지를 지나 북상면 방향으로 접어들면 망망대해 같은 들판에 선돌 1기가 서 있다. 초라한 표지판에 창촌선돌이라 적혀 있다. 선돌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생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남근숭배사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촌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며 재앙으로부터 보호를 바라는 뜻으로 세워진 것으로 여겨진다.

    ★ 여행 TIP 맛집

    ▲심산이수: ☏ 055-942-1844. 거창군 거창읍 서변리 4-1. 갈비찜 : 3만~4만원. 거창 갈비찜은 배와 마늘을 많이 넣고 여기에 참기름, 고춧가루 등을 배합하여 즉석에서 양념을 해 조리하는 것이 특징으로 그 맛이 신선하고 매콤 달콤하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으며,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게 조림된 음식으로 거창의 향토 음식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용대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