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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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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 이소영(김해여성회 회장)

사회안전망 없는 가난은 죽음 불러… 공공사회지출 과감히 늘려야

  • 기사입력 : 2011-03-11 09: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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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생명체 중 스스로의 목숨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사람이다. 이는 사람의 사회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이가 있다. 바로 2009년 시작된 쌍용자동차 가족과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벌써 자살을 포함,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빈의 해병대 입대에 1만여 명이 훈련소 앞에 모여 취재로 뜨거울 때 쌍용의 가족은 언론에 감춰진 채 생명의 위협 속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2009년 초 ‘먹튀’ 논란의 중국 상하이 자동차 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 경영 악화의 이유로 2646명의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희망퇴직이란 미명하에 무더기 해고를 단행했고 이에 맞선 노동자 970여 명은 일명 77일간의 ‘옥쇄파업’에 돌입하게 되었고 파업 노동자의 52%를 해고하는 대신 48%를 1년 무급휴직 뒤 복직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무급휴직은 1년 반이 지난 오늘에도 복직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해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업급여나 퇴직금을 지급받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재취업을 하려 해도 쌍용자동차 출신이라는 이름표로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이 이들을 스스로 목숨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만든 것이다.

    비단 이 문제가 이들만의 문제일까?

    글로벌 시대, 신자유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자본주의의 모든 원리가 협력보다는 경쟁을 통한 성장을 우선시하게 되었고 결국 개인주의가 합리주의라는 공감대를 확산하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선택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살펴 보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고 무역규모는 세계 10위권인 현 한국 사회의 이면에는 자살률 세계 1위(인구 10만명당 한국은 21.5명, OECD 평균은 11.7명. 이하 2008년 기준), 출산율은 1.19명으로 최저출산국(OECD 평균은 1.71명)이라는 어이없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처럼 많은 이들이 나약해서 자살하고, 자기 혼자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출산율 세계 최저국이 되었을까?

    지난해 3월에 서울대학교 박유진 외 3인이 ‘공공사회지출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논문을 ‘예방의학지’를 통해 발표했다.

    간단히 종합하면 ‘OECD 주요 국가들의 자살률은 줄어드는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 비율은 5%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치 19.5%보다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논문은 결론적으로 국가의 공공사회지출과 자살률은 서로 반비례하며 한국의 턱없이 낮은 공공사회지출이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팍팍하고 고통스러운 생활, 사회안전망 없는 가난은 죽음을 부른다.

    경제는 발전하고 정치, 교육은 선진화되어 간다는데 ‘사람’은 없어지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발전이고 무엇을 위한 선진화일까?

    사람이 살고 싶어지고 아이 낳아 기르고 싶은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가, 이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결국은 사람 없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공공사회지출을 과감히 늘려서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한 가지 답이 되지 않을까?

    이소영(김해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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