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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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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구리(銅)의 힘- 이 헌(거제대학 교수)

부식한 구리는 사람에게 유해하지만 우리 몸엔 구리 필요

  • 기사입력 : 2011-03-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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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에서 붉은 색을 띤 순수한 금속인 구리는 원자번호 29, 기호로는 씨유(Cu)로 표기한다. 탄성한계를 넘는 힘을 가해도 잘 늘어나며 압력과 타격을 가하여 얇은 판으로 만들 수 있는 금속 중 하나가 구리다. 이러한 연성(延性)과 전성(展性)은 물론 전기와 열의 전도성이 매우 좋은 구리는 현대산업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백금이나 금, 은 등도 이러한 특성이 좋아 백금의 경우 지름 0.1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m의 100만분의 1) 정도로 가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산업에서는 경제성을 따져 구리를 흔히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오른 요즘,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한적한 곳의 전선이나 다리에 붙여둔 현판 심지어 예술작품인 동상조차 도난당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한다.

    인류가 구리를 사용한 것은 기원전 수천 년부터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톰센은 원시와 선사에서 이를 청동기시대로 불렀다. 청동기는 인류문명 발전단계 중에서 처음으로 금속을 제련한 것으로 인류사의 대변혁이었으며, 청동검과 거울이 대표적 유물로 남아 있다. 특히 청동검의 경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는 이들 유적의 대부분이 밀집되어 있어 선사시대 인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새롭다.

    지난달 28일자 신문에는 ‘거제시장실 바닥에서 종이처럼 얇은 동판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누가, 언제, 왜 깔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 청사 2층에 위치한 시장 집무실을 보수하는 공사를 앞두고 바닥 카펫 아래에 동판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양은 0.01㎜ 두께로 종이처럼 얇았으며, 시멘트 바닥과 카펫 사이에 본드로 접착돼 있었다. 물론 그 설치물은 현재의 바뀐 시장에 의해 철거됐다. 이를 고물상에 처리하면서 거제시는 수십만원의 세외수입이 발생했다. 확인된 바로는 설치 당시엔 700여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집무실의 동판은 8년 전 보궐선거 당시로 돌아가, 당선자인 전임 시장이 어느 역술인의 이야기를 듣고 암암리에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역술인은 알려진 것과 같이 시장실 아래 수맥의 힘을 막아 화를 피하도록 한 것일 게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이는 당시의 시장이 임기 중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현재 수감되어 있는 것을 미루어 보면 동판의 설치가 시장실을 찾는 시민에 대한 안녕을 바랐던 기원이라고 확대 해석하고 싶다.

    한편 피가 혈맥을 통해 사람의 온몸을 순환하듯이 땅속에 흐르는 지하 강은 순환작용을 계속한다. 미국의 지질학자 존맨 박사에 따르면 모든 지하수는 하루 평균 1.5m를 움직이는데 이 물줄기 흐름을 수맥이라 정의했다. 이런 수맥은 지상으로부터 물을 공급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표를 갈라지게 하는 힘을 만들고, 이는 일반건물은 물론 고층빌딩의 벽과 바닥을 갈라지게 할 수 있다. 수맥의 힘을 막기 위해 동판을 깔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수맥 전문가들은 이를 부정한다. 하지만 수맥 영향에 대한 여러 설들은 택지선택에 있어서 풍수이치와 더불어 한몫하고 있으니 그 피해를 방지할 방도 또한 다양하다.

    금속은 부식한다. 오래된 동판은 썩는다. 수맥 방지를 위해 설치한 동판도 결국 부식하고 부식한 구리는 사람에게 유해하다. 하지만 우리의 구리 사용은 피할 수 없다. 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도 구리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경우 하루 2mg의 동(銅)을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구리의 힘이다.

    이 헌(거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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