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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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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인삼과 황기- 신용욱(경남과학기술대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

적재적소 사용하는 보약처럼 지역 대학생에 능력 발휘 기회 줘야

  • 기사입력 : 2011-04-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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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70년 음력 2월에 영조 임금은 궁궐의 의약을 맡은 관청인 내의원을 찾는다. 여기에서 그는 <蔘性偏(삼기성편), 大小宜審 (대소의심)>이라는 글자를 친히 써서 내리면서 ‘인삼과 황기는 성질이 서로 다르므로 인삼을 써야 할 곳과 황기를 써야 할 곳을 마땅히 심사숙고해야 하며 크고 작음의 제각기의 성질이 있다’라고 설명을 했다.

    내의원에 영조가 이런 글을 걸어 놓게 한 것은 약재 선정에 있어서 신중하라는 의미뿐 아니라, 관료들이 세상을 사는 도리에 있어서 각자의 직분이 다르므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라는 뜻으로 풀이되므로 삼기성편이라는 말은 탕평책의 키워드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삼기성편이라는 말은 동의보감 잡병편에서 밥이 보약이라고 음식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도 인용됐다. 인삼이나 황기 같은 보약도 약의 성질이 한쪽으로 치우치므로 음식처럼 계속 먹을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인삼과 황기는 둘 다 보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약 중에서도 특히 기를 보하는 보기약으로 분류된다. 인삼은 한약에서 대표적인 보약으로 면역력을 증대시켜 각종 질환을 예방하고 만성피로, 병후허약, 약물중독 개선, 기억력 개선, 혈당강하는 물론이고 최근 각광받는 방사능 보호작용이 있어서 특히 방사선 요법으로 항암치료하는 암 환자에게도 보조요법으로 이용된다.

    한편 황기는 기(氣)가 허해서 생기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자주 이용된다. 대표적으로 기가 허해서 땀이 자주 날 때, 특히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빠지는 여름에 황기닭백숙은 가장 사랑받는 보양식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삼과 황기, 둘 다 허한 기를 보충해주는 효능은 닮았지만 인삼이 황기에 비해 약효가 다양해 좀 더 포괄적인 보약으로 쓰이지만 황기는 땀을 멎게 하는 데나 피부질환에 새살이 돋게 하는 데 자주 선택되는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 약재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황기가 인삼보다 효과가 더 나을 수 있다.

    문제는 대상의 특징을 보는 관점이다. 집을 짓는 사람이 쓸모없다고 버린 돌이 때로는 그 집 기둥을 떠받치는 중요한 머릿돌로 쓰일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최근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속적인 자살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는 특정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재집단에의 과다경쟁 유발이 부른 국가적인 손실이다. 카이스트에서 꼴찌를 한다고 쳐도 몇 년 후에는 이 나라 발전에 중심축으로 쓰일 수 있는 동량들이다. 지금 단지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하찮게 취급받는다고 쳐도 학생의 잠재능력이나 성향, 적성을 골고루 평가해서 학생의 역량을 극대화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의 대학생들에게도 그들의 장점을 발산할 수 있도록 지역의 어른들이 기회를 줘 보자. 지역공동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정이 많아서 남의 일도 내일처럼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상생의 시대에 소통의 리더십을 지역에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인삼은 인삼의 갈 길이 있고 황기는 황기의 길이 따로 있다. 방사능 오염이 초미의 관심사인 요즈음 황기 보고 왜 너는 인삼에 있는 방사능 보호작용이 없냐고 몰아세우면 안 된다. 좀 뒀다가 땀 나는 여름에 마트에서 대박 칠 때까지 기다려 줘야 된다. 황기의 숨은 가치를 세상에 발할 때까지.

    신용욱(경남과학기술대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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