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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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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부산저축은행 사태, 개운찮은 돈의 뒤끝- 박현오(논설위원)

그들에게는 ‘푼돈’이지만 서민에게는 ‘생명줄’

  • 기사입력 : 2011-05-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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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속담에 돈이 있으면 금수강산이요, 돈이 없으면 적막강산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는 ‘돈은 신이다’라고 설파했다. 생존을 위해서 돈은 필요하다.

    인간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한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다.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수만 가지의 직업을 갖게 되고, 수만 가지의 장사나 사업을 한다. 돈이란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 하기도 하지만 돈벼락을 맞을 수는 없다. 한 푼 두 푼 아껴 열 푼이 되고, 열 푼을 또 불려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

    돈을 모으는 간단한 방법은 적은 돈이지만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고 이래로 돈을 풍덩풍덩 쓰면서 부자가 된 경우는 없다. 자린고비에 대한 전설은 돈을 어떻게 모으고, 써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충북 음성의 조륵은 경조사에 참여하지 않고, 아픈 사람이 있어 갑자기 돈을 빌려 달라고 해도 빌려주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장독에 쇠파리가 앉아 장을 묻혀 도망가자 단양까지 200리를 쫓아 갔다거나, 한여름에 부채가 닳을 것을 염려, 벽에 끼워 놓고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는 얘기는 우둔함까지 보인다.

    중국의 고소설 유림외사에 나오는 엄강생은 임종을 앞둔 어느 날 밤,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손가락 2개를 들고 괴로워하자 조카는 아직 친척 두 분이 오지 않아 그러느냐고 묻자 고개를 흔들었다.

    또 다른 조카가 은자 200냥이 있는데 미처 말을 못한 것이냐고 묻자, 노기까지 띠며 답답해 했다. 그러자 그의 처가 바느질도 하지 않으면서 등잔불을 두 개나 켜 놓아 기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냐며 하나를 끄자 엄강생도 만족한 듯이 운명했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다.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심한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해먹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와중에 피 같은 돈을 못 받게 된 사람들의 얘기는 답답함마저 느끼게 한다.

    6살 지능을 가진 남편을 둔 박성자 할머니는 정상이 아닌 남편과 가족을 부양했다. 매일 6시에 일어나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씩 걸어다니며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을 저축해왔다. 아침도 안 먹고, 일당을 시간당 2000원씩 받을 때면 점심도 굶어 가며 적금을 부었고, 그렇게 해서 모은 피 같고 살 같은 돈 2400만원이 통장에 모일 때 희망을 가졌을뿐, 보장받지 못하는 후순위 채권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30대 후반의 싱글맘은 초등학생 2명을 키우면서 고등학교 시절 입던 옷을 아직도 입고 있고, 보세시장에서 1000원짜리 옷을 사 입으면서 모은 3000만원을 날리게 됐다. 그녀는 너무 막막해 죽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피해자들이 맡긴 돈을 공짜 돈인 것처럼 썼다는 것이다.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대주주들은 80여개의 특수목적법인을 임직원의 친척들 명의로 대출을 해주는 등 편법경영을 해왔고,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저축은행 불법대출은 전체 7조원중 5조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한다. 영업정지 직전 VIP고객과 임직원의 친인척, 지인들을 선별해 미리 예금을 빼주기도 했다.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금융감독원은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하는 비 은행검사1국장 출신인 전직 간부는 2007년 퇴직 후 다른 금융회사로 옮긴 뒤에도 금감원 검사 때마다 검사반원 구성과 검사결과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고 뇌물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출신 감사들은 부산저축은행 임원회의에서 부실을 숨기기 위한 분식회계 방법을 교육시키기도 했단다. 아무리 속고 속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서민의 돈을 착취하는 일단의 행태는 척결되어야 한다.

    돈은 신이 아니라 악마가 되어 다가오고 있다. 조륵과 엄강생처럼 아끼고 아끼며 모은 돈이 재가 되어 버릴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래도 경남이 아니라 인근의 부산이라는 것에 덜 걱정이 된다. 그러나 뒤끝이 개운찮은 것은 왜일까?

    박현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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