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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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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국민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는 단체가 됐으면- 지태정(가야대 방사선학과 교수)

안전성 이유로 의약품 슈퍼판매 반대는 소비자 주권 무시하는 것

  • 기사입력 : 2011-07-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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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을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쉽게 구입하도록 해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자는 정부 정책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두통과 치통에 시달려 밤잠을 설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또는 등산이나 심한 운동 후 가벼운 근육통으로 파스를 붙여 본 경험이 있다. 특히 어린이를 둔 집안에서는 대부분 약품 상자 안에 소독약과 피부에 바르는 기본적인 연고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가정상비약은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되어 오남용될 우려가 적고, 안전성이 기대되며, 부작용이 적어 의사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약품이다. 또한 사용자도 오랜 시간 동안 사용 경험을 가지고 있어 별도의 복약 설명은 요구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약국 외 판매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나 휴일에는 살 수 없어 불편하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의견이다. 그래도 약품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함량을 줄이거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을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관련단체는 국민들에게는 약국 외 판매의 불합리성을 설득하지 않고 의료계와 약계의 이해단체 갈등으로 비쳐지게 해 본질을 흐트리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대립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비약의 매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익단체로서는 회원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부분에 오남용을 빌미로 약국 외 판매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들을 위한 처세인지 의문스럽다.

    약사회는 사회복지의 증진과 국민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관(제4조)에 나와 있다. 국민들의 70~80%가 찬성하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약사회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의약품 10%를 슈퍼에서 판매할 경우 연간 460억원의 경제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약값과 진료비가 하락되고 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서 복약지도가 없어도 자가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 박카스의 경우 1병(100ml)에서 무수카페인 30mg 들어 있는데 이는 콜라 1병(250ml)에 들어 있는 합성카페인 23mg에 비해 같은 용량으로 비교시 2배 정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카페인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슈퍼 판매를 사실상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다. 이는 식약청이 성인 1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기준량 400mg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이다.

    대통령도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국에서는 슈퍼마켓에서 감기약을 사먹는데 한국은 어떤가?” 라는 질문으로 언급했다. 이것은 국민들의 불편을 주무부서가 해소하도록 타당성을 조사하라는 뜻이었다. 의약분업을 시행한 지 10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병원과 약국을 오가면서 약을 타는 것에 불편함과 국민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약계의 손을 들어 주었다. 지금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는 선진국에서도 허용하는 사안이다. 2010년 9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교육지표 중 고등교육 입학률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3위이다. 이는 우리의 교육수준과 보건수준은 일반의약품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약계가 오남용을 주장하는 것에는 과장된 면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슈퍼판매 일반의약품을 48개로 늘려서 7월 말부터 살 수 있도록 의약외품 범위지정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쏟아지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국민들의 지식수준은 매우 높다. 안전성을 빌미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소극적이라면 의료소비자의 주권은 무시될 것이다. 정부가 비중 있는 이해단체의 반발을 예측하면서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국민들의 뜻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지태정(가야대 방사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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