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경남의 길] 산청 지리산 유평계곡길

경남의 길을 걷다 (25) 산청 지리산 유평계곡길
솔솔 불어오는 바람, 촬촬 흐르는 물소리…
더위 없는 하늘 아래 첫 동네가 여기런가

  • 기사입력 : 2011-07-28 01:00:00
  •   


  •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를 지나면 곧바로 시원하게 흐르는 유평계곡이 탐방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김승권기자/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길을 걷는다.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흔히 말하는 마니아가 아닌 이상 뙤약볕 아래서 걸어야 하는 여름철 도보 여행은 망설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한여름 도보여행은 포기해야 할까. 꼭 그렇지 않다.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줄 산청 지리산 유평계곡길이 있기 때문이다.

    유평계곡길은 차량 두 대가 겨우 교차할 정도 폭의 임도로 산청군 삼장면 평촌리에 자리 잡고 있다. 대원사 주차장에서 하늘 아래 첫 동네(윗새재)까지 약 8㎞의 코스다.

    3시간가량의 코스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투자를 한다면, 사진도 찍고, 계곡물에 발을 잠시 담가 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코스의 3분의 2가량이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터널숲을 이루고, 한쪽은 코스가 끝날 때까지 계곡이 이어진다. 숲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식히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출발지는 대원사 주차장. 지리산국립공원 유평사무소 입구가 위치한 지점이다. 대원사 주차장에서 대원사로 방향을 잡으니 출발부터 터널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반겨줬다.

    터널숲을 약 30분 오르면 대원교가 나온다. 대원교를 건너 약 5분 후 길 가운데 자리 잡고 서있는 대원사 일주문과 만났다. 일주문은 대원사로 진입하기 위해 통과하는 입구와도 같은 곳이다.

    일주문을 통과해 10여 분 걸으니 대원사에 이르렀다. 대원사 앞에 자리 잡은 대원사 계곡에서 들려오는 세찬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사시사철 청정함을 자랑하는 대원사 계곡의 맑은 물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물러가는 느낌이었다.

    비구니의 참선 도량인 대원사에 잠시 들렀다. 정문 계단을 올라 대웅전 앞에 섰다. 지리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청량감을 전했다.

    대원사까지 걷느라 뻘뻘 흘렸던 땀을 시원한 바람에 날렸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의 조화가 몸과 마음을 식혀 준다.

    흘렸던 땀을 식힌 후 다시 길을 걸었다. 유평계곡길은 계곡을 따라 종착지인 하늘 아래 첫 동네까지 줄곧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30분가량 오르막길을 따라 걷고 또 걸으면, 유평계곡에 도착한다. 유평계곡에는 민박집, 식당 등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식당 입간판에는 산채비빔밥, 동동주, 백숙, 다슬기탕 등 계곡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잘 정리돼 있다.



    탐방객들이 유평계곡 숲 그늘에서 쉬고 있다.


    유평계곡의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매우 맑았다. 둥그스름하면서도 거대한 계곡바위는 지리산의 웅장함을 느끼게 했고, 에메랄드빛 계곡수는 물속에 풍덩 빠지고픈 욕구를 자극했다.

    유평계곡의 물줄기는 세찼다. 바위와 계곡물이 부딪치는 마찰음에 길동무와의 대화가 방해받을 정도였다.

    계곡 바위를 때리는 물줄기와 거기서 피어난 안개꽃 같은 하얀 물보라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유평계곡에서 물놀이 삼매경에 빠진 피서객들을 부러운 눈으로 잠시 지켜본 후 다시 길을 걸었다.

    유평계곡길의 터널숲.


    계곡을 타고 흐르는 경쾌한 물소리를 들으며 그늘진 숲 터널을 10여 분 걸으면, 천왕봉과 치밭목 대피소로 연결되는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이곳 등산로 입구를 지나 약 30분 걸었다.

    경사가 급하진 않지만,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탓에 숨이 목까지 차 올랐다. 하지만 숲이 만들어 놓은 시원한 자연 그늘을 걷는 기분에 힘겹다는 생각은 지워진다.

    20분가량 더 걸으면 삼거리 마을에 이른다. 유평마을처럼 이곳도 민박, 식당 등이 여러 채 자리 잡고 있었다.

    삼거리 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내심 ‘여기가 지리산 자락이 맞구나’란 생각을 갖게 된다. 오르막 경사가 점차 심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등산의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삼거리 마을에서 20분가량 걸으면, 뙤약볕을 가려주던 우거진 숲이 조금씩 옅어진다. 목적지인 하늘 아래 첫 동네까지 마지막 30~40분이 꽤 힘든 여정이다.

    그러나 햇볕이 내리쬐고, 오르막이 힘들다는 점을 빼면 이 구간은 나름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삼거리에서 조금 더 올라 중땀마을을 지나면, 중땀암반굴 아지트를 설명하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중땀암반굴 아지트는 빨치산이 숨어 지냈던 곳이다.

    계곡을 품은 지리산 자락의 8부 능선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굴이다. 굴 안쪽으로 물이 솟고 바깥으로 전방 시야가 넓어 은신하고 경계하기가 좋아 빨치산이 토벌대를 피해 숨어 지냈던 곳이라 한다.

    지금은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입구에 수풀이 우거져 접근이 어렵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다.

    아쉽지만 중땀암반굴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길을 걸어야 했다.

    중땀암반굴 표지판부터 목적지까지 경사가 가장 심한 구간이다. 이리저리 둘러볼 여유도 없이 땅만 보고 걸었다. 숨이 차고, 다리가 당겨서 걸음을 떼기가 어려워질 무렵 민박집 몇 군데가 나타났다.

    ‘하늘 아래 첫 펜션’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 드디어 하늘 아래 첫 동네에 거의 다 왔구나’라는 생각에 힘든 생각도 잠시 접게 되는 지점이다.



    산청 지리산 하늘 아래 첫 동네(윗새재) 입구.


    조금 더 힘을 내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펜션을 지나치면, 100여m 앞에 하늘 아래 첫 동네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윗새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주로 민박집과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마지막 30분간 힘들여 길을 걸었던 터라 한 식당에서 캔 사이다 하나를 사서 마셨다.

    시원한 바람과 사이다 한모금이 땀으로 뒤덮인 몸을 식혀 준다. ‘피서’가 따로 없는 행복을 느끼게 했다.

    이곳 식당에서는 계곡에서 잡아 올린 민물고기로 음식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수족관에 메기, 피라미, 망태 등 계곡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물고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땀을 식히며, 10여 분 휴식을 가진 후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산청 지리산 하늘 아래 첫 동네에서 대원사로 내려가는 길.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출발지와 도착지점이 정반대 방향이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원래 코스는 3시간이지만, 왕복 거리를 생각하면 넉넉히 5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게 부담 되는 도보여행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하늘 아래 첫 동네에 자리 잡은 민박촌에 문의해 콜택시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대원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승용차를 히치하이킹하는 방법도 있다. 승용차를 이용해 하늘 아래 첫 동네를 찾는 이들이 많아 대원사로 내려가는 승용차를 쉽게 얻어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 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헌장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